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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진 May 27. 2020

이것도 예술이야?ㆍ제프 쿤스

제프 쿤스

2018년 살아있는 예술가로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이 최고의 경매가를 기록했다. 일 년 후 제프 쿤스가 호크니 경매가를 넘어섰다. 2019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쿤스의 <토끼 Bunny>는 약 1,097억에 낙찰되었다.


토끼를 낙찰받은 사람은 로버트 므누신(Robert Mnuchin, 1933년생 유대인)이었다. 므누신은 예일대를 졸업하고 골드만 삭스 은행가에서 1957년부터 1990년까지 일한 금융 전문가였다. 현재는 아트 딜러로 뉴욕에 므누신 갤러리를 소유하고 있다.

 Jeff Koons, Bunny, 1986 stainless steel 104.1x48.3x30.5cmⓒAFP/GETTY image

쿤스는 미국 예술가 중 가장 논란이 많은 작가로 꼽힌다. 키치 예술의 대표적인 인물, 새로운 미니멀리즘, 포스트ㅡ팝 아트를 만들고 있는 인물이다. 자본주의 속 대량생산과 대중문화, 성 상품화 등 새로운 주제 들고 미술계에 나타났다.


그는 1955년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드로잉, 회화에 재능이 있었다. 아버지는 지역에서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다. 아들 작품을 자신 사무실에 전시해주곤 했다. 쿤스는 색, 공간, 사물 이해하는 법 등을 아버지로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볼티모어에 있는 매를랜드 예술 대학교(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 시카고 예술 학교(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수학했다.

2013년 크리스티에 전시되어 있는 쿤스의 풍선 강아지(주황색)ⓒGetty Images

1977년 22세 청년 쿤스는 뉴욕 현대 미술관 멤버십 데스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뒤샹 필름들을 보고, 건축 디자인을 접하며 작품 속에 흠뻑 빠져 지냈다. 레디메이드라는 개념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내가 젊은 시절 예술가의 길을 시작했을 때, 어느 부분에 있어서 뒤샹은 나의 전부였습니다. 모든 것은 뒤샹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나는 항상 아방가르드적인 아이디어를 사랑했습니다.-BBC Documentary 2015-

 

쿤스가 미술계에 처음 얼굴을 내민 것은 1979년 작품 <Inflatables>과 <The Pre-New>였다. 초기 작품 중 하나인 <새로운 청소기, 초록, 빨강, 갈색>은 레디메이드, 팝아트, 미니멀리스트 작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아크릴 안에 청소기가 있다. 청소기란 산업화 이후 대량 생산된 일상용품 중 가장 많이 팔린 물건 중 하나이다. 소비자라면 누구나 한 개쯤은 가지고 있는 청소기. 이 작품이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미국 청소기 회사는 카펫, 바닥 청소 산업을 장악하고 있었다.


대형 슈퍼마켓을 미술관에 재현했다. 이것이 예술품인지 구매할 수 있는 일상 물건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렵다. 예술작품에서 오브제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현대미술에 오면서 오브제는 산업사회 발달과 함께 대량 생산되는 물건들이 '레디메이드'라는 이름으로 모방과 복제를 거치면서 미술관 안으로 들어왔다.



진부함 시리즈


진부함 시리즈는 제프 쿤스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88년부터 제작한 진부함 시리즈는 세라믹, 도자기, 여러 색채 나무 등으로 만들었다. 마이클 잭슨, 뽀빠이 대중문화 아이콘 이미지를 이용했다.

마이클 잭슨과 버블은 2001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56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마이클 잭슨은 그의 애완 원숭이 버블을 안고 있다. 세 가지 버전 <마이클 잭슨과 버블> 중 한 작품이다. 제프 쿤스는 언론에 나와 있던 마이클 잭슨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마이클 잭슨 시선을 사진과 다르게 처리하고 조각 작품에 어울리는 구성으로 바꿨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삼각형 구도에 착안했다고 한다. 마이클 잭슨과 버블을 뒤덮은 금색은 고대 가톨릭 성인들의 조각상을 덮었던 금을 연상시킨다.


<마이클 잭슨과 버블>이 제작될 당시 마이클 잭슨은 <Bad> 앨범으로 기록을 세우고 있을 때였다. 1980년대는 새로운 미디어 문화, 대중 소비 형태가 나타나던 시기였다. 이 작품은 대중문화와 예술 시장에 키치 오브제로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다. 쿤스는 작품 속에 상업적 세계와 광고적 요소를 잘 접목했다. 그는 고차원적이라고 불리는 예술, 부르주아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버리라고 말한다.

      

                         

메이드 인 헤븐 Made in Heaven 시리즈


쿤스는 1991년 이탈리아 포르노 배우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일로나 스탈 페르와 결혼한다. 유명한 예술가와 포르노 스타의 결혼식은 전 세계에 화제가 되었다. 둘은 세계 여러 도시를 돌며 메이드 인 헤븐 Made in Heaven 시리즈 전시회를 한다. 미술계에는 충격이었다.  

 Made in Heaven, 1989 lithograph billboard, 317.5x690.9cmⓒJeff Koons.com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열린 <메이드 인 헤븐> 시리즈들 전시회에 갔었다. 당황스러웠다. 처음 보는 에로틱한 작품들이 런던 중심가 미술관에 전시해 있다는 것에 놀랐었다. 욕망에 관한 주제를 개인적인 삶을 통해 미술작품으로 가져와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메이드 인 헤븐 시리즈는 1989년부터 1991년 사이 제작한 사랑에 관한 작품들이다. 아내와 사랑을 작품화했다. 작품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대중들과 비평가들로부터 비난받기도 했다.


산업화 이후 자본주의 논리가 사회 저변에 깔리면서, 성 상품화는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키치 예술에서도 성을 시각적 형식, 포르노 형식을 통해 나타냈다.

                                                                   

예술은 고급문화고, 반면 성을 나타내고 드러내는 것은 하위적인 레벨이라 생각했던 미술계 속으로 쿤스는 자본주의 속 사회적 성, 성 상품화라는 개념을 가지고 들어왔다.



                           

비너스

(좌)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11cm, 구석기시대 28000~25000 BCE ©wikipedia.org

(우) 제프 쿤스 <비너스> 2013년 Mirror-polished stainless steel with transparent color coating, 259.1x121.92x127cm ©theborad.org


제프 쿤스는 말한다. "<비너스> 이 조각은 여성적입니다. 당신이 만약 안을 들여다본다면, 그것은 로르샤흐(Rorschach)와 비슷하면서도 남성적인 요소의 일부를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쿤스의 <비너스>는  인류 최초의 작품으로 여겨지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로 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커다란 유방과 볼록한 배, 생식과 출산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이상적인 여성상이다.  


                        

뽀빠이 Popeye


2014년 미국 소더비 경매에서 미국 부동산 사업, 호텔, 카지노계의 거물이자 아트 컬렉터로도 유명한  백만장자 스티븐 윈(Steven Wynn)이 <뽀빠이>를 약 330억에 낙찰받았다. 구입 후 자신의 라스베이거스 호텔에 전시해놓았다.

제프 쿤스 <뽀빠이 Popeye> 1955, mirror polished stainless steel with transparent color coating, 198.1x131x72.4cm ⓒJeff koons.com


제프 쿤스는 <뽀빠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뽀빠이는 중세 시대  조각들과 매우 비슷합니다. 초월성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남성적 에너지와 함께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고 힘이 강해집니다.

그것이 바로 예술입니다.

그 시금치가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당신 삶을 변화시킬 수 있고,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합니다.

삶에 어떤 어마어마한 것을 줄 수 있습니다.

뽀빠이는 그 첫 번째 슈퍼 히어로입니다.     - 제프 쿤스 - from BBC Documentary 2015 -



뽀빠이는 20세기 가장 인기 있는 문화적 아이콘이었다. 80년 세월이 지났지만, 미국 만화 영웅들은 오늘날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뽀빠이는 1929년 신문에 처음 연재되기 시작했다. 대공황의 침체기를 지나고 있을 시기,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나타났다.


뽀빠이는 단순하고 평범하지만, 강하고, 회복력이 있는 캐릭터이다. 자신감, 초강력 파워 그리고 스스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러한 모습들은 미국의 아메리칸드림을 상징하고 있었다.


앤디 워홀이 1961년 <뽀빠이>를 내놓았고, 로이 리히텐슈타인 Roy Lichtenstein 역시 <뽀빠이>를 선보였다. 제프 쿤스의 <뽀빠이>는 세 번째였다. 새로운 예술 표현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는 오래된 영웅 뽀빠이를 21세기로 소환했다. 근육을 부풀려 3차원적이고 사람보다 훨씬 큰 크기로 재현해냈다. 고도의 기술이 들어간 뽀빠이는 선명한 광택으로 빛을 반사한다.


                      

게이징 볼 Gazing Ball 작품들

우편함 Mailbox, 2013, plaster and glass 188.6x61.9x105.4cmⓒJaff Koons.com

이 작품에서 푸른 볼이 인상적이다. 제프 쿤스는 어린 시절 펜실베이니아에서 집마다 문 앞 우편함과 작은 정원들에 동그란 거울과 같은 볼이 있는 것을 보았다.


어린 그가 남의 집 문을 두드려 초콜릿과 포장지를 팔러 다닐 때, 누군가 문을 활짝 열어주며, 자신을 집안으로 데리고 가던 기억.  그 따뜻했던 포근함. 그 시간이 기억난다고 말한다.

Gazing Ball(Mailboxes) 2013, plaster and glass, 148.6x330.8x62.2cmⓒJeff Koons.com

어느 집 앞이나 흔히 있던 우편함 상자. 그 상자들을 제각기 다른 크기로 나열했다. 그는 '공'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고 했다. 19점의 푸른 공 시리즈들은 모두 흰색의 회반죽 석고 조각 위에 놓여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회반죽은 19세기에 옛 작품들을 만들 때 사용하면 재료였다. 피카소 같은 모더니스트 예술가들이 사용했었다.


푸른 볼은 우편함과 같은 현대적인 물건뿐만 아니라 그레코 로마 시대(Greco-Roman 그리스와 로마의 혼합 양식)의 흉상이나 조각상과 비슷한 작품들 위에도 올렸다.

 안토니우스-디오니소스 2013, plaster and glass 153.4x112.7x69.9cmⓒJeff Koons.com

작품 앞에 서면, 관객은 자신과 마주한다. 뒤에 있는 전시실 방 전체도 볼을 통해 볼 수 있다. 볼은 마치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관객은 작품을 보는 동시에 거울 속 자신을 본다. 평면 형태의 거울보다 곡선 볼을 통해 더 많은 부분을 볼 수 있다.

(좌) 뒤샹 Bottle Rack 1914/1916 galvanised metal64x24 cm©Marcel Duchamp.ADAGP

(우) 제프 쿤스, Gazing Ball(병걸이) 2016, galcanised steel and glass, 91.4x40.5x40.5cm©Jeff Koons.com


뒤샹의 <병걸이>처럼, 제프 쿤스도 병걸이를 사용했다.


(좌) 뒤샹 <Bicycle wheel> 1913 reconstructed 1964 overall h 126.5cm© Marcel Duchamp. ADAGP/Copyright Agency

(오) 제프 쿤스 <Gazing Ball(Stool)> 2013-2016, poltchromed stainless steel, wood, glass, aluminum, 33.66x33.66x101.76cmⓒJeff Koons.com


뒤샹이 의자 위에 자전거 바퀴를 올렸던 것처럼 제프 쿤스는 의자 위에 푸른 볼을 올렸다. 젊은 시절 뒤샹뿐만 아니라, 쿠르베부터 달리, 초현실주의, 다다, 팝아트들에 흥미가 있어 좋아했다.  


쿤스를 흔히 키치 예술가라고 한다. 키치는 근대화, 산업화 사회로 들어오면서 대량생산이 발달하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1990년대 초 아방가르드의 정반대라고 일컬으며 나타났다. 그는 상업성으로 만들어진 소재들을 예술로 끌어와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쿤스로 인해 키치 예술이 상승했다. 이를 두고 미술계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것이 예술이냐? 아니냐?


쿤스는 자기 작품에서 숨겨진 의미, 아이러니 같은 것을 거부한다. 대부분 작품은 억만장자들이 사 갔지만, 자신은 어떤 특정한 계층이나 컬렉터들을 염두하고 만든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량생산, 소비사회 속에서 어떻게 예술이 그것들을 포용하고 함께 가야 하느냐는 질문을 현대미술은 끊임없이 하고 있다.



참고문헌 Artist Rooms www.tate.org.uk/collection/artistrooms

이미지 참고 Jeff Konns www.jeffkoo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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