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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찬희 Sep 16. 2024

첸 - 사월이 지나면 우리 헤어져요

아름다운 이별은 이기적이다

우리 하지 못한 말들 마저 얘기해요
산들바람이 우릴 감싸줄 때
이렇게 마주 앉아 이별에 대해 말해보아요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이별을 겪게 됩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다거나
문자로, 전화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이별한다거나
얼굴을 보고 많은 대화를 나눈 뒤 이별한다거나

화자는 연인의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이 지나고 꽃이 피고 나면
우리 이대로 다 괜찮을 거라 했었는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시들어가는 맘 견디기 힘들어 

연애를 하다 보면 서로에게 소원해지는 시기가 옵니다.
권태기라고도 하죠.
이 힘든 상황을 '겨울'이라고 표현합니다.
서로 냉랭해지고, 감정이 차갑게 식어갑니다.

하지만 화자는 이 상황이 나아질 거라 믿습니다.
꽃이 피고 나면.
너무 예쁜 표현인데요.
꽃이 피듯 사랑이 피어나는 때가 올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노력으로 되지 않습니다.
정말 다시 잘 해보자라고 다짐해도.
서로 좋은 말만 하고 싸우지 말자라고 다짐해도.
어느 순간 마음이 시들어가는 건 막을 수 없습니다.


사월이 지나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의문이었다.
왜 하필 4월일까?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사랑이 피어나는 시기가 4월이다.
4월이 지나면 이라는 가사는
꽃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면,
우리의 사랑이 정말 끝이나면 이라는 뜻이 아닐까.


그땐 우리 아무 일도 없듯이 발길을 돌려요
그래야 마지막 우리 인사가 아름다울 수 있게

아름다운 이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이별. 과연 존재할까요?
누구나 상상을 합니다.
나는 헤어질 때도 상처를 주지 않고
서로 잘 대화를 해서 헤어질 거야.

화자는 마지막을 아름답게 끝내고 싶어합니다.


그때까진 조금만 더 웃어요
웃어요

그래도 다짐합니다.
지금이 겨울일지라도,
권태기가 심하게 왔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자.


다시 시간을 되돌려 처음 만난다면
가로등 옆에 서 있지 말아요
미소 짓지도 왼손으로 머릴 넘기지 마요
그래야 내가 그대를 지나칠 테니까

사이가 소원해지면, 권태기가 찾아오면,
그것을 이겨내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중 하나가 좋았던 일들을 추억하는 것.

우리는 누구나 연인에게 반했던 순간이 있는데요.

항상 보던 사람인데
어떤 행동, 어떤 말투, 어떤 일로 인해
반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슬프게도,
화자는 첫 만남의 추억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끝이 났음을 받아들이고 이별을 준비합니다.


사월이 지나면
그땐 우리 아무 일도 없듯이 발길을 돌려요
그래야 마지막 우리 인사가 아름다울 수 있게
그때까진 조금만 더 웃어요


네 맘을 다독여봐도 변하는 이율 물어도 멀어져

사랑이 끝나버린 사람의 마음은
생각처럼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어떤 좋은 말을 해줘도,
어떤 즐거운 일을 하더라도,
결국 멀어집니다.


그러니 이런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나
미소 짓기를 바래요

결국 그녀를 놓아줍니다.


그대가 멀어진 만큼 시야가 흐려지네요
사랑했었기 때문에

마음을 다 잡고 이별을 해도,
정말 마음속으로 다 끝내고 다 끊어버려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사랑했었기 때문에.


우리 마지막 인사를 해요
이 시간이 가기 전에 행복해요 그걸 빌어요
기억해요 사랑했단 걸 우리
우리 우리 우리

이유는 모르겠지만 행복을 빌어줍니다.
사랑했던 사람의 행복을 빌어준다는 것.
그녀가 나를 떠나 다른 사람을 만나 잘 살기를 바라는 것.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화자는 진심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고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사랑하려고 노력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고,
함께 있으면 너무나도 행복했고 즐거웠고
어쩌면 결혼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어요.
어떠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싸운 것도 아니에요.
그냥.
그냥 그 사람이 더 이상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더군요.
참 신기하죠.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인데,
참 많은 것을 함께했던 사람인데.
갑자기 모든 감정이 사라져버리니...

다시 되돌려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죠.
첫 만남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같이 갔던 식당, 기억에 남는 데이트 등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려보았어요.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다시 만나보지만 마음이 식습니다.
만난 지 1초 만에
아... 헤어져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름다운 이별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
자주 가던 전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잘 하지도 못하는 막걸리를 마십니다.

그녀가 참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잘해보자...
할 수 있을 거야...

아무런 얘기도 들리지 않습니다.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가...
아 막걸리 맛없네...
집에 가고 싶다...
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분명 마주 앉아 얘기를 하면 뭔가 나아지지 않을까
나 자신에게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음식이 나온 지 10분도 안 돼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요.

그때 그녀가 잊혀지지 않네요.
정말 오래 본 사람이지만
그렇게 아파하는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사람이 저렇게 무너질 수도 있구나.
애석하게도
미안한 마음이 1도 들지 않기에
곧장 집으로 향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당연하게도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고
여전히 힘들게 사는 것 정도만 알고 있고
다시 만날 생각도 없지만

그때 참 미안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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