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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찬희 Sep 02. 2024

심규선 - 소로 | 나만의 길을 걸어가자

남들처럼 빠르게 달리진 못 해도
터벅터벅 걸어온 날들이 쌓였소

인생은 끝없는 레이스다. 골인 지점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무한한 길을 달려간다.


빠르게 앞서나가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자신만의 템포로 달려가는 사람도 있고,
뛰는 것이 힘들어 한참을 멈춰있을 때도 있을 것이다.


화자는 빠르게 앞서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건넨다.
빠르게 달리지 못했다고 한들,
너가 달려온 길이 의미가 없지 않아.
그 경험들은 다 너의 안에 쌓였을 거야.


세월이 참 빠르다 빠르다 하더니

이토록 순간일 줄은 진정 몰랐소 


어릴 적 우리는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방학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어서 어른이 되고 싶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시간이 천천히 가기를 바란다. '시간이 왜 이리 빠르지.'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게 벌써 서른이야.'


앞으로의 미래가 초초하다.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미래가 없다 보니 나이가 들어가는 게 두려워진다.


그대여 두려워마시오
길 위에서는 누구나 혼자요
어디로 가든 그 얼마나 느리게 걷든
눈앞의 소로를 따라 묵묵히 그저 가시게

두려워하지 마. 본인이 가고 있는 길을 의심하지 마. 그 길이 무엇이든 괜찮아, 얼마나 걸리든 괜찮아. 너가 정한, 너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렴.


지름길과 복잡한 대로를 피해서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지름길과
불빛과 사람이 많은 대로를 굳이 피해서 간다.
화자는 왜 남들이 다 가는 길을 피해 가는 걸까?


누군가가 밟아서 난 굽고 좁은 길
나도 뒤에 올 외로운 그 누구 위해서
한 발 한 발 더 보태어 다지듯 걸었소

굽고 좁은 소로라 할지라도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그곳을 먼저 걸었기에 소로가 존재한다. 누군가는 나처럼 소로를 걸을 것이니, 힘든 길임을 알지만 한발 한발 그 길을 다진다.


그대여 두려워마시오
길 위에서는 누구나 혼자요
어디로 가든 그 얼마나 느리게 걷든
눈앞의 소로를 따라 겸허히 그렇게


세상의 명예는 독주라오
마시면 마실수록 취하고
휘청댈 뿐

'명예'라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속마음을 꺼낸다.

나는 심규선이라는 가수를 그리 잘 알지 못한다. 우연한 기회에 이 곡을 알게 되었을 뿐, 남녀노소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런 가수는 아니다.

이렇게 좋은 노래를 하는 가수가 어떻게든 명예를 위해 유명해지려 노력했다면 이미 모두에게 알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심규선 본인은 과분한 인기와 명예를 얻게 된다면 그 독주를 마시고 휘청댈 자신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한다.


고요히 숨어 솟는 샘물 찾아
조금은 목마른 듯이 그렇게 가시게

배부른 사람은 새로운 목표를 찾을 수 없다. 무언가에 목이 말라있어야,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나아간다.

자신만의 목표를 찾아, 그 목표를 향해 가라.


그대여 외로워마시오
모든 길들은 결국 다 이어져 있소
막다른 길 끊어진 길도 밟아가다 보면
먼 훗날 뒤돌아 볼 때 그대의 소로가 될 테니 

결국 모든 것은 하나로 이어져있다. 그 과정이 힘들지라도, 먼 훗날 뒤돌아본다면 아주 멋진 소로가 되어있을 것이다.


'소로' : 작고 매우 좁다란 길.


사람들은 대로변을 좋아한다.
불빛이 많으며, 사람이 많아 무서울 것이 없는 대로.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소로를 지나가야 한다. 집에 가는 골목길은 소로라고 부를 만큼 불빛이 없어 어둡고, 사람이 없어 괜히 무섭다. 하지만 그 길은 집에 도착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두렵고 외롭겠지만 자신만의 소로를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그 끝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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