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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사실 나는 사랑을 하고 싶어

by 한찬희

당연하다면 당연하고 어렵다면 어려운 꿈을 꾸던 때가 있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그때는 이것이 꿈인 줄 몰랐어요. 세상엔 좋은 사람이 많을 줄 알았고 그렇기를 바랐거든요.


거짓 없이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
힘들 때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사람.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꿈을 꾸던 때가 있었죠.

하지만 그것은 허황된 꿈이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합니다.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사람은커녕 안 좋은 사람에 대한 데이터만 쌓여가고 있어요. 만남이 거듭될수록 상처를 받는 건 오직 나 뿐이구요.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건 언제나 나입니다.


결국 포기를 하고 맙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건 어쩌면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 욕심을 부리고 있었구나. 사랑을 포기하는 과정 속에서 수도 없이 마음을 부러뜨립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슬픔보다 무감각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웬만해선 눈물이 나지 않습니다. 사람을 떠나보내는 순간에도 울지 않구요.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도 울지 않습니다.

이 모든 걸 감내하는 순간은 참 외롭습니다. 곁에 있던 사람이 떠나가서 외로운 것도 있겠다만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고집이 더 큰 외로움으로 다가왔어요. 그 사람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어떤 이유로 나를 힘들게 했는지는 이제는 아무 의미 없습니다.

이제는 깨달았습니다. 그 누구도 마음에 들이지 않는 것이,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는 것이 오히려 상대를 위한 것이라는걸요. 내가 시작하지 않는 것만이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행복한 결말이라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그래서 끝내 마음속에 가시를 돋아내고 말았습니다. 그 누구도 함부로 다가올 수 없도록.

​그러나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리 단단하게 유지되지만은 않더군요. 굳게 다짐했던 마음은 어디로 가버린 건지 가끔은 사랑을 찾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토록 상처를 받았으면서, 그토록 밑바닥까지 무너져봤으면서, 또다시 사랑을 찾게 되는 나 자신. 이제는 뭐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시절만 떠올리면 괴로워하는 나인데, 또다시 그런 일을 겪을 확률이 훨씬 높은데, 마음과 생각은 왜 언제나 반대로 흘러가는 걸까요.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아, 사실 나는 사랑을 하고 싶어.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어봅니다. 상처받았던, 모든 걸 내려놓았던 그 순간들. 하염없이 흘렸던 눈물을 조용히 닦고 다시 일어섭니다.

아직도 사랑에 대해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익숙한 외로움 속에 숨어 그 감정을 못 본 척하고 잠들 때도 있죠.

그럴 때면 드는 생각.
나는 아직도 사랑을 두려워하고 있구나.
하지만 여전히 사랑을 바라고 있구나.


작가의 주저리주저리.

저는 사랑에 상처를 받지 않아요. 이미 오래전에 살면서 받을 상처는 모두 받았기 때문이죠.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괴로워하지도 않아요. 다 이겨낸 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상처에 무덤덤해진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 참 슬프네요.

그래도 가끔은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사랑을 시작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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