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향한 젠틀맨의 열망7_캡틴 차이나의 문장자기 이야기 1
이번 포스팅에서는
문장이 그려진 도자기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과정을 팩션(Faction)으로 살펴보려고 해 ㅎㅎ
문장자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는지,
어떠한 배경에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누가 그것에 가장 열광했는지!
(이전 포스팅을 완주해서 여기까지 왔다면 ㅋㅋ누군지 벌써 눈치챘겠지?ㅎ)

그걸 알아볼 거야!
출-봐알~~
우선 본격적으로 영국 동인도회사가
아시아 무역을 주도하게 되는 18세기 초,
1712년으로 가 볼까?
자, 이제 나는 '캡틴 차이나(captain China, 중국 도자기 선장)'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18세기 초, 영국 동인도회사의 범선을 운항하는 선장이야.
19세기 초 동인도회사 직원은 요런 모습이었데 ㅎㅎ 옷 엄청 화려하네ㅎㅎ
Uniforms of the East India Service, c. 1820: Captain and First Officer Source
http://www.columbia.edu/itc/mealac/pritchett/00routesdata/1700_1799/trade/eastindiaco/eastindiaco.html
사실 나는 투잡을 뛰고 있어 ㅎㅎ
나는 선장으로써 중국 광저우와 런던을 오가기도 하지만,
요 과정에서 그냥 왔다 가면 섭섭하지!
그래서 시작했던 게,
중국 상품 중에서 엄청 희귀하고 값비싼
특별 상품을 출항 전에 미리 주문받아서 중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가지고 오는 일이지.
그러니까 난 선장이자 무역 상인인 셈이야!
나는 보통 영국 상류층 사람들이 원하는
고급 비단, 중국 도자기, 차, 향신료 같은 걸
내가 비밀리에 사들여서 따로 챙겨서 들고 들어와서 판매해.
(사실 나의 투잡이 국가 기관에 발각되면 엄청 곤란해지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정부의 감시망이 그리 좁지가 않아서.. 이렇게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눈앞에서 놓칠 수는 없었어.ㅠㅠ 미워하 지망. 18세기 세상은 뭐였든 지금보다는 허술했거든..ㅠ)
요건 송대 휘종 제위기에 그려진 궁정 여인들의 삶을 그린 한 장면인데, 비단을 잣는 일을 하는 모습이야. Zhang Xuan(张萱) Court Ladies Preparing Newly Woven Silk (捣练图) by Emperor Huizong (1082–1135)
왼쪽 그림은 1850년경 제작된 찻잎 가공 과정을 그린 판화 그림이야. 차의 재배부터 가공과정까지 아주 세세히 묘사하고 있지. An 1850 British engraving showing tea cultivation and tea leaf processing
This engraving shows the different stages in the process of making tea. Tea bushes are carefully Joseph Lionel Williams after Thomas Brown, 1850 - Image reference: V0019221 Origin:Assam, India, http://www.plantcultures.org/pccms/action/showItem?id=389
중국의 다양한 차들은 유럽 상류 사회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어. 처음에 아시아의 차, 그러니까 다도 문화를 접했던 유럽인들은 보통 차를 '약'처럼 복용하는 편이었데. 중국이랑 인도로부터 차가 들어오기 전까지 유럽의 차 문화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유럽 왕실이나 귀족 사회에서는 모여서 차를 마시기 시작했고, 영국에는 아직도 이 차 마시는 문화가 영국이라는 나라의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았어. 예를 들어서 티파티(Tea Party)와 같은 사교 문화나, 식 후 티 타임 같은 건 아시아의 다도 문화의 영향을 보여주는 예시로 볼 수 있어. 이렇게 차 마시는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요렇게 귀하고 맛나는 차를 담아 마실 수 있는 예쁜 티 세트가 필요해졌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중국의 찻잔들이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각광받는 새로운 무역 상품이 되기 시작했던 거야. 17세기까지만 해도 '차'와 차와 함께 먹는 '다과', '디저트'류에 한정되었던 중국산 도자기의 사용은 점차 식기, 즉 테이블 웨어(table ware)로 까지 확산되면서, 이전에 사용되었던 도기, 납기, 은도금기 같은 애들이 중국산 도자기로 대체되거나, 그 아류 상품인 델프트 웨어를 사용하기도 했어.
동인도회사 선장으로서 수익은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지만,
요 주문 상품 조달하면서 얻는 수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격이야.
사실 말이 좋아 선장이지 사실 내 직업은 말하자면
지금 이 시기 사람들이 많이 기피했던,
고위험 부담의 직업인 '뱃사람'인 격이야..ㅜㅜ
아시아 무역을 위한 항해를 위해서는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가까이 배 위에서 보내야 돼..
예측할 수 없는 바다의 심산에 종종 죽음의 기로에 놓이기도 하고,
때때로 해적을 만나서 기껏 중국에서 수입해온 값비싼 상품들을 다 털려서 허탈할 때도 있어..
정말 슬픈 일이야. 내 말 이해하지? ㅠ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 이 아시아 무역으로 버는 돈이 어마어마해..
사실 배가 출항하기 전에 출자금을 우리는 주식(stock)이라는 걸 통해서 투자자들에게 선금을 받아서 그 돈으로 중국이나 인도에 가서 비단 차 도자기 등등 값비싼 무역 상품을 영국으로 들여와서 어마어마한 웃돈을 팔아서 그 차익을 나누지.
(우리 동인도회사가 이 주식이라는 걸 처음으로 만들었어 하하 대박 똑똑하지?ㅋㅋ)
암튼 일은 험해도 내가 돈은 좀 잘 벌어 ㅎㅎㅎ

캡틴 차이나라는 별명이 그냥 나온 게 아니란다 ㅋㅋㅋ
중국산 도자기는 거의 금값이고
더군다나 도자기에 문장을 그려서 제작하는
특별 주문 상품은
그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지.. 후후
나는 지금 올해 개관한 우리 영국 동인도회사의 중국 첫 상관인
광저우 상관에 파견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야.
이건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유럽 동인도회사 상관 풍경이야. 우리 회사 깃발이 뭐~게?ㅎㅎ
이 그림은 19세기 초에 그려진 광저우 풍경화 시리즈 중 하나인데, 18세기 초부터 광저우에는 영국을 비롯해서 네덜란드, 스웨덴, 프랑스, 덴마크 그리고 18세기 말에 들어서는 미국까지 수많은 외국 무역 상인들이 그들의 소속 회사 범선을 타고 입항해서 진귀한 중국 상품들을 유럽으로 실어 날랐어. 당시 거래 화폐는 은화가 주요 화폐였고, 각 동인도회사에서는 동전을 주조해서 거래하기도 했데. 지금처럼 국가 간의 화폐 환전, 서로 다른 화폐 가치의 환산이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다소 혼란스러웠을 거야. 명대에 완전히 해상무역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바다를 걸어 잠그다, 즉 '해금'정책이라는, 당시 전 세계에 산재해있던 중국 문물 팬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처사였지. 명나라는 성리학을 근간으로 하는 나라였기 때문에 상업에 대한 국가적인 경시, 그리고 농업을 근간으로 생각하는 이념 때문에 중국의 강남지방, 해안지방에서 불법적으로 해상무역을 통해 부를 취득하는 이들을 대대적으로 관리, 감찰하고 있었어.(그래도 할 사람은 몰래몰래 했데. 그래도 18세기처럼 유럽과 거래한 거라기보다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 명 황실이랑 좀 친하게 진했던 몇 나라에 한해서 무역을 했다고 해. 명말기에 아시아 무역을 주도했던 나라는 바로 네덜란드인데, 네덜란드는 중국에 바로 진출할 수 없어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점령하고-아주 잔혹하게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세웠다는- 바타비아에 동인도회사 상관을 설치해서 중국과 삼각무역을 통해서 중국-인도네시아를 거쳐 무역상품을 유럽으로 수출했어.) 하지만 17세기 중반, 그러니까 1644년, 청이 들어서면서 망가진 경제 상황을 제정비, 그러니까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광저우와 같은 외국과의 통상이 용이한 소수의 해안지방에 외국과의 통상을 제한적으로 가능하도록 허락했어. 그 결과 광저우로 전 중국에서 활동했던 휘주, 섬서 등 거대한 상방들이 집결하게 돼. 그러면서 해안 경제 상황이 많이 풍족해지고, 몇몇 거상은 고위 관리가 되기도 해. 무역을 기반으로 부와 명예를 모두 갖춘 신흥 부르주아 계층이 영국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 청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출현하게 되는 거지... 광저우에 유럽 동인도회사가 줄줄이 설립되었지만, 그중 최초의 상관은 영국 동인도회사의 상관이었어. 청 황실은 중국의 무역 상품을 사 가려고 입항하고 출항하는 수많은 유럽 동인도회사를 상대로 엄청난 세금을 걷어들여 황실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어. (그리고 유럽의 문물에 관심이 높았던 청황실(강희, 옹정, 건륭제 위기)에서는 동인도회사가 입항할 때 중국 관리들을 통해서 그들이 입항 시 중국 관리들에게 뇌물로 바칠 유럽의 상품들을 거두어서 황실로 은밀히 보내곤 했데.ㅎ) 하지만 청나라는 이 유럽인들이 무역을 넘어 뭔가 더 큰 사고(!?)를 치고 싶어 하는 야욕을 읽고 있었어. (바로 옆 인도가 영국에게 당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거든.) 그래서였는지 광주로 입항한 유럽 상인들은 광주 내 지정된 지역, 즉 상관 주변에만 왔다 갔다 할 수 있었고, 황실의 허가 없이는 북경으로 갈 수도 없었데. 심지어 광주 상관 인근에는 여성들의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었는데, 유럽인과 중국인 사이의 어떠한 afair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거야. 유럽 상인들은 말 그대로 광저우 상인 거리 근처에 갇혀 있던 거나 마찬가지였어.
광저우의 홍점(유럽 상인들을 상대로 서양 화법으로 그린 기념화를 판매하는 서화 상점)
이렇게 유럽 상인들이 광저우에 모여들면서 그들에게 익숙한 서양 화법이 유럽 상인과 함께 들어온 신부나 화가 등(예전에는 기록과 향후 계획 정비를 목적으로 어떤 집단이 행동할 때 다큐멘테이션 하기 위해서 전문 화가를 붙여서 동행하게 했어. 중국 내부 사정을 기록해서 뭐가 유명하고 뭐가 중요한지 이런 걸 파악하려고 했던 의도였을 수도 있지. 충분히.. 아무튼 이렇게 광저우 상관 근처 상인 거리에서는 이 유럽 상인들을 대상으로 서양 화법으로 광저우, 중국 풍경을 그려주는 직업화가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홍점'이라고 불리는 직업화가 스튜디오를 운영해서 유럽인들이 요구하는 중국 풍경, 그들의 초상화 등을 중국인 화가가 서양 화법으로 그린 아주 독특한 풍의 그림을 즐겨 찾게 되었어. 뿐만 아니라 이렇게 홍점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화가들은 투잡을 뛰는 경우가 많았는데, 유럽 수출용 무역 자기 표면 장식으로 서양 화법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이 홍점 직업화가들이 화 배공(도자기 표면 장식을 하는 수련 공)으로 활동하기도 했어. 내가 신나게 떠들어 대는 문장 자기의 표면 장식 또한 이 홍점의 직업화가가 그렸을 확률이 높아. ㅎㅎ
10개월이라는 기나긴 항해를 마치고 런던 항으로 입항하는 이 길..
정말 너무 그리웠어. 가족들 친구들.. 모두가 다.
18세기 런던 항의 풍경
그래도 내가 출항 전에 미리 따로 부탁받은 무역 상품들을
귀족들에게 넘겨주는 일을 미뤄서는 안돼.
미리 받은 계약금도 있고 하니까...
그래서 내일 저녁에는 나의 큰 고객 중 한 명인 펍 백작에게 부탁받은
중국 비단을 건네주러 갈 거야.
(편의상 나는 영국 하면 막 떠오르는 술집 '펍(Pub)'을 응용해서
펍 백작(the Earl of PUBshire)이라고 부를게ㅎㅎ
이름만 들어서는 아주 고주망태 백작일 것 같아 그렇지ㅎㅎ)
펍 백작의 외동딸인 이자벨라의 결혼식이 다음 달이거든.
내가 중국에서 가져온 이 푸른색 고급 비단으로
이자벨라가 결혼식 때 입을 드레스를 만들어 입힐 건가 봐..
Infanta Margarita Teresa in a Blue Dress, Diego Rodriguez de Silva y Velázquez , 1659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나는 마부를 불러서 가려고 했더니 친절한 펍 백작이 우리 집이 있는 그리니치까지 자기의 마차를 보냈어.
마차 문에 장식된 문장 보이지? ㅎㅎ 저렇게 마차나 말 장식(마구)에 문장을 장식하는 일이 흔했어.
그나저나 WOW! 저 바퀴 진짜 금일까?!ㅎㅎㅎ
마차에 펍 백작의 문장이 그려져 있네.
마부가 몰고 있는 말의 안장에도 펍 백작의 문장이 그러져 있어.
펍 백작은 푸른색을 좋아해.
푸른색에 미쳐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요즘 워낙 중국풍이 유행이니까 지체 높은 양반들은 온통 푸른색만 찾더라고..
그래서일까?
문장도 온통 푸른색 장식으로 되어 있어.
펍 백작 문장의 방패에는 스페이드 기호가
삼각형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고, 물론 푸른색으로 칠해졌어.
방패 바탕은 흰색이고 아래 모토에는
"모두 다 펍으로 달려가서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맥주를 마셔보자! 고고씽!"
이라고 적혀있네...ㅋㅋㅋ미친 건가 ㅋㅋㅋ
내 육중한 몸을 실은 펍 백작의 마차는
따그닥 따그닥 소리를 내면서 울퉁불퉁한 길을
한 시간 남짓 달려 겨우 그의 대저택 앞에 도착했어.
나는 오랜 기간 배를 타서 육지에 내리니 육지 멀미가 너무 심하게 났어..
땅이 뱅뱅도는 기분이야 ㅠㅜ 그런데다 마차까지 탔으니 오죽했겠어?
멀미에 도움이 되는 중국산 차를 한잔 마셔봐도 영 속이 좋지 않아.
우여곡절 끝에 나는 펍 백작의 집 앞에 도착했어.
마부가 말의 고삐를 당기자 마차는 급정거를 했고
그 바람에 나는 미안하게도 마차 의자에 토하고 말았지
ㅠ 웨에에엑ㅠ 내가 토한 그 지점에 하필 펍 백작 문장이 그려져 있네..
괜히 더 미안한 거 있지..
거의 사색이 돼서 눈을 떠보니..
그림에나 나올 법한 으리으리한
펍 백작의 대 저택이 내 눈 앞에 펼쳐졌어.
Longleat HouseWiltshir seat of the Marquesses of Bath
금으로 도금한 저택 입구의 게이트는 정말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위엄 있고 기품 있는 모습이야..
그리고 그 게이트 중앙에는 펍 백작의 문장이 장식돼있고,
문장 양 옆으로는 흰색 유니콘이 푸른색 안장을 두른 채 문장을 호위하고 있더라고..
으리으리하구나.. 싶더라고..
참으로 멋진 광경이었지!!

나는 지체하지 않고 마부와 펍 백작의 하인들을 부려
그가 주문한 비단과 내가 서프라이즈로 준비한
'또 다른 선물'을 마차에서 조심조심 내릴 것을 주문했어-
거대한 게이트가 열리고 나는
백작이 좋아하는 장미가 늘어선 커다란 정원을 지나
중앙에 있는 분수대까지 걸어갔어..
육지 멀미가 하도 심해서
잠시 정원 중앙 분수대 근처 벤치에 앉았지.
벤치에도 백작 가문 문장이 그려져 있네?
그러고 보니 분 숫가 바닥 타일에도 문장이 있어..
쳇-! 부럽다..
나도 귀족이라서
문장으로 이렇게 온 집에 장식하면 얼마나 좋을까?..ㅠ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서니까
집사가 알아서 문을 열어주더군.
흐음.. 두근두근 거려..
괜스레 내 행색을 자꾸 확인하게 돼..
선장이라고 얕보이면 싫은데..
오늘 왜 하필 촌스러운 모자를 쓰고 나와서 영 기분이 찜찜해..
펍 백작은 유행에 뒤쳐지는 걸 절대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저택 안에 들어오자마자 내 눈 앞에는
펍 백작의 전신 초상화가 그려진 대형 그림이
벽에 떡-하니 걸려 있었어.
Robert Dudley, 1st Earl of Leicester KG (24 June 1532 or 1533 ~ 1588)
초상화 배경에도 문장이 그려져 있어..
그림 아래 세워진 백작의 갑옷으로 보이는
엄청 번쩍번쩍한 갑옷이 금박으로 백작 문장으로 온통 장식되어 있어...
으허허헝 ㅠ 넘나 멋있엉..ㅠㅠ
심지어 검이랑 블라우스에도 문장 박힘 ㄷ ㄷ
너무 멋지다 ㅠ
백작의 고귀함과 그 존경스러운 자태를 떠올리게 돼..
귀족은 역시.. 다르구나.. 휴.. 내가 좀 초라해 보이...
아니야! 나도 뭐 이 정도면 내 나름 열심히 살고 있고 떳떳하지!
하하 하하 난 괜찮아 난 멋져 넌 멋져 넌 캡틴 차이나잖아 ㅋㅋㅋㅋ
우윳빛 ㄲ ㅏ...ㄹ...
하인이 와서 응접실에 앉아서 차나 한잔 하면서 기다리라고 하네..
백작은 잠시 말 타고 근교 드라이브하고 오고 있다고..
킁킁-
어디선가 차 향기가 나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두리번 거렸던
마침 아프리카에서 온 펍백작네 하인이 저 왼편에 문을 열고 차를 가지고 들어오네
이 냄새는?!
내가 지난번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인도에서 사 온 차이 티잖아?
아직도 이걸 가지고 있다니.. 먹기 싫은 건가?
아님 엄청 아끼고 있는 건가? 모르겠다...
응접실 벽면으로 책장이 둘러져 있은데
책장에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벽면에 엄청 잘 그린 것 같아 보이는 그림도 되게 많네.
초상화들이 줄줄이... 펍 백작 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 와...
다 똑같이 생겼다 캬하하 ㅋㅋㅋ
주근깨 말라깽이 못난이 ㅎㅎㅎ.. 화가한테 뽀샵 좀 세게 해달라고 하지 ㅎㅎ
하체가 너무 부실해 보여 ㅎㅎㅎ... 아차! 이러면 실례지!ㅠㅠ
뭐지.. 이 장식장에는...
코끼리 상아, 세계지도, 해골바가지.. 그런 요상 잡다한 것들이 와아아
모여 있네..
왼쪽) Domenico Remps, Cabinet of Curiosities, c. 1690s. 오른쪽) Frans II Francken, A corner of a cabinet, 1636.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던
(cabinet of curiosity, 희귀한 물건들을 수집해서 진열해 놓은 장식장)
인가 보네..
양반 또 나 말고 다른 작자 통해서 이런 거 사 모았구만!
쳇 섭섭하네.. 나는 맨날 니 생각만 하는.. 됐어 쳇.
그때 때 마침
딸깍-
하는 문 열리는 소리가 났어.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기품 있는 옷맵시, 곧게 뻗은 자세, 턱을 들어 올린
말라깽이 금발의 노신사 펍 백작이 들어오고
나는 벌떡 일어나서 예를 갖춰서 인사했어.
펍 백작은 나를 아주 격하게 반겨주더군.
중국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아주 근질근질했던 모양이야.
펍 백작은 지난 항해에 대한 이야기,
중국 광저우는 어떤 모습인지,
그곳 사람들은 뭘 하는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끝도 없이 하게 되더라고..
이러다 늦어서 잠이라도 자고 가면 신세 지니까
얼른 물건을 주고 나가야겠다 싶어서
펍 백작이 주문한 푸른색 비단을 건네주었어.
그러면서 이자벨라 양의 결혼을 축하드린다고 말하면서
내가 준비한 서프라이즈 선물을 자신만만하게 열어서 보여줬지.
.
캬하..
정말 내 머리는 진짜 내가 생각해도 정말 비상해.

사실은 일전에
내가 출항하기 앞서
펍 백작 문장이랑 이자벨라의 신랑이 될 사람에 집안 문장 그림을
따로 문장 화가에게 몰래 그려서 나에게 보내 달라고 부탁했지.
나는 나의 vip고객 펍 백작을 위해서
요걸 가지고 그 머나먼 중국 광저우에 가서
이 예비부부의 문장을 반반 합친 문장을 그려달라고 주문했지..
특히 결혼을 상징하는 캐노피를 요 문장 방패 위에
아름드리 올려서 아주 이쁘게 이쁘게 장식하였다고!
그냥 싸구려 백자도 아니고, 중국 경덕 진산 백자 위에
값비싼 금도금 장식까지 추가 요금을 지불해가면서
티세트(티팟이랑 티컵+소서 2세트)로 주문해서 이렇게
뙇!!!
가져왔지...
이게... 얼마냐... 하아...
런던 중산층 3달치 생활비에 맞먹는..
심지어 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고 해도
영국서는 감히 사지도 못하는 걸
내가 내 자식도 아니고 내 vip 고객의 자식 결혼을 위해서
고이고이 싸가지고 바다 건너 1년여 만에 가지고 왔어요...
이것 때문에 말도 안 통하고 문장이 뭔지 알리가 없는
광저우 채색 공방에 내가 매일 같이 드나들면서
잘 그리나 못 그리나 관리 감독을 했어요...
내가..
자자,
여기서 잠깐,
내가 왜 이렇게까지 멍멍이 고생을 하고 이걸 가져왔을 까?
이게 다 보석 같은 내 아들 내미 윌리엄을 위한 거야.
후후
펍 백작한테는 얼마 전에 몰락한 귀족인
4촌 동생 에일 백작이 있는데,
듣자 하니 요 에일 백작이 요즘 경제적으로 너무너무 궁핍해서
자기 딸 에이린을 아주 부잣집에 시집보내서 사돈 덕을 좀 보자고 한다더군.
에일 백작이 지금은 좀 몰락했어도 그래도 한 때
영국 의회에서 힘 좀 꽤나 쓰던 상원 의원 출신이야.
그래서 내가 에이린과 우리 윌을 이어 주기 위해서
이렇게 지금 펍 백작에게 공을 드리고 있는 거라고!
윌리엄이 다음 해면 옥스퍼드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할 텐데,
이제 자기 짝도 있어야겠고,
좀 몰락했으면 어때?
어찌 되었든 이왕이면 귀족 집안 출신 아가씨를
윌의 짝으로 맞이하면
지긋지긋한 이 상인 신분도 청산인 거야.
윌이 나의 이 계획을 좋아할지 싫어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래도 아버지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마지막 기회야..ㅠㅠ
내가 비록 평민 신분에 불과하지만,
우리 윌은 귀족 사회에 진입해서
문장도 등록하고
이렇게 펍 백작처럼 온 집안에 문장을 장식해서
여봐라~하면서 떵떵 거리면서 살지 않겠어?
에일 백작 집에서 내 직업이나 출신이 탐탁지 않을 거라고?
내가 그걸 예상 안 했던 게 아니에요..
그래서 내가 내년 초에는 우리 지역 정치인으로 출마할 예정이야..
평민 신분이니까 하원으로 의회에서 활동하면
어느 정도 사회적인 입지도 돈독해질 테고,
어느 정도 신분적 한계는 극복될 거라고 생각해..ㅠ
그리고 내가 지난 세월 동안 무역으로 모아 놓은 돈으로
그리니치에 대 저택을 지을 예정이야. 우리 윌한테 그 집을 물려줄 거고..
요, 펍 백작? 어떻게 생각해?
이자벨라 혼수품으로 아주 엄청난 선물을 가지고 왔다고! 내가!!
예상대로였어.
펍 백작은 내심 엄청 놀랍고 기뻐하는 눈치야!
물론 귀족이니까 그 넘치는 기쁨도 엄청 자제하면서
"Thank you so much! So lovely!"
요 정도의 표현에 그쳤지만,
그간 내가 봐왔던 펍 백작의 도도함을 생각하면
이건 엄청난 기쁨을 표현하는 반응이라고.ㅎㅎ
자,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을까?
캡틴 차이나의 바람대로 에일린과 아들 윌리엄은 결혼했을까요?
ㅎㅎㅎ
캡틴 차이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ㅋㅋ
안녕!
본 글은 지난 201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미술이론과 전문사과정 석사 학위 수여 논문
을 토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영국 문장 자기 British armorial porcelain]의 역사적 배경에 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께서는
링크로 접속하여 논문을 열람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rtsy K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