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젠틀맨을 만들다6

문장을 향한 젠틀맨의 열망6_문장을 세기는 젠틀맨2

by ARTSYKOO



[문장이 젠틀맨을 만들다-문장을 향한 젠틀맨의 열망]


6_문장을 세기는 젠틀맨 2

중국 자기에 장식된 문장, 문장자기



Artsy KOO(아치쿠)













유럽인들에게 있어


도자기

(porcelain/ceramic)


라는 신소재는

센세이션 그 차체였다고 볼 수 있어!




접시 따위가 무슨 센세이션이냐고?


유럽인들에게 중국 도자기는 그야말로

신비로운 마법을 부려놓은 것과 같은 것이었거든.

(실제로 도자기 만드는 기술을 갖고 싶었던 일부 유럽 왕실에서는 연금술사를 가둬두고 도자기 레시피를 만들도록 닦달을 했다는 거 아니겠어! 16~17세기 유럽에서 도자기라는 매체는 거의 금이나 마찬가지였던 거야.)



마치 중국 도자기는

과학과 기술과 예술을 모두 합쳐놓은 완전체나 마찬가지였지.


유럽인들이 썼는 도기(earthen ware)에 비해서 실용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어마어마 게 가볍고

심지어 그리 쉽게 깨지지 않으면서,

물을 받아놔도 밖으로 물이 투과되지 않는 장점이 있었어!



무엇보다도!

중국산 도자기의 환상적인 표면 장식 수준,

정교하고 섬세하며 예술적 경지의 필치를 자랑하는 퀄리티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니깐!






still-life-with-an-aquamanile-fruit-and-a-nautilus-cup-1660.jpg

이 작품은 17세기 네덜란드 프로 정물화가 빌렘 칼프(Willem Kalf)가 그린 중국 청화백자가 있는 풍경화야. 당시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제일 잘 나가던 스페인 포르투갈의 아시아 무역 패권을 이어받으면서(거의 강탈 수준이지 ㅎㅎ해적질 ㅎㅎ 더치가 들으면 기분 나쁠 수 도 있지만 사실이야 ㄷ ㄷ 그냥 아시아 무역선을 뺏어서 게임 오버시켰어! ㄷ ㄷ깡패같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거의 그 모든 고가의 아시아 무역상품들, 예를 들어 인도와 중국에서 들여오는 고급 차(TEA), 도자기, 비단 등등을 관할해서 암스테르담으로 가져와서 유럽 각국으로 판매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챙길 수 있었어. 나중에 4차에 걸친 네덜란드 영국 전쟁으로 영국에게 아시아 무역 패권을 또 넘겨주지만, 당시 수익은 높지만 심미안이 그리 높지 않았던 상업에 종사하는 부유한 상인 가문의 사람들이 보고 좋아할 만한 이국적이고 고가의 과일(레몬, 오렌지, 포도), 중국산 도자기, 푸른색 비단, 화려한 금은 도금기 등을 늘어놓고 그린 정물화가 유행했고, 이런 현상은 이태리 피렌체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르네상스가 쇠퇴하고 점차 북유럽 르네상스가 일어나던 17세기에 플랑드르 지역은 예술의 중심이 되었고, 그런 풍요로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바로 이 정물화들이야. 귀족 계층의 전유물이었던 초상화(개인, 부부, 가족)도 엄청나게 많은 수요를 얻게 되지. 칼프는 이런 종류의 정물화를 전문으로 그렸던 사람이야. 앞서 위에서도 봤었던 중국 연, 명나라 대 정도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청화백자가 작품의 중심이 되었네. 당시 유럽인들은 중국의 전통적 자기 기형을 자신들의 기호에 맞게 추가 작업을 해서 장식용, 혹은 실제 식기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지금 작품에 보면 주전자 뚜껑이나 주둥이 부분, 손잡이랑 아래 바닥의 굽 부분에 금도금 장식이 덧붙여진 게 보이지? 접시 둘레 부분이랑 아래 부분 굽도 그렇고.. 저건 나중에 유럽에서 만들어져서 추가 작업해서 완성된 거야. 저런 화려한 금속 공예를 잘했던 나라가 당시에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였어.







유럽의 일반적인 대중들이 쓰던 그릇들은 목기(wooden ware)나 도기(earthenware)였고,

상류층으로 점점 올라갈수록

값비싼 금속 매체로 은도금기(silver-gilt ware)를 사용하기도 했지..




은도금기는 대략 이렇게 생긴 애들이야.

엄청 번쩍번쩍해서 밥 한번 먹으려다가 눈부셔 죽을 거 같아.....


silverware.jpg





하지만 계층을 막론하고

18세기 이전까지 유럽인들이 널리 사용했던 식기들은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



실용성, 내구성, 그리고 위생상의 문제가 많았지.





먼저 목기(wooden ware)를 살펴볼까?

생각만 해도 막 설거지가 덜된 기분 들지 않아?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옻칠해서 만든 목기(칠기)들이 있어서

그래도 세균 번식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목기는 전염에 노출되기 딱 좋은 비위생적인 식기 매체로 볼 수 있어.

그리고 심지어 위생 관념이 없었던 유럽인들은

식기를 공유해서 사용할 정도로 위생에 대한 인식이 떨어졌었던 적도 있었다지 뭐야..

목기... 하아... 병 걸릴 거 같은 느낌이야..






두 번째로, 도기(earthen ware)를 살펴볼까?


여기서 잠깐!



도기랑 도자기의 차이는 간단히 말하자면,


도기는 진흙을 빚어서 600-700도에서 구워서 만들어..


pottery-457445_960_720.jpg

그러니까 1300도 이상에서 구워지는 도자기(도자기라는 매체는 재료가 핵심 포인트인데, 일반 진흙이 아니라, 고령토라는 특수한 흙이랑 백돈자를 잘 배합해서 만들어. 표면을 반짝거리게 만드는 유약도 식물을 태워서 만든 잿물로 만들고... 그냥 흙을 구우면 1000도 이상 못 버티고 다 터져버린 드아아 아 그리고 1000도 이상 유지하는 고온 소성 가마 만드는 기술이나 온도 조절하는 게 보통 내공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여... 그러니까 아무나 '장인'이 될 수 있는 게 아니지.. 두둥)


요건 르네상스 이태리에서 만들었던 채색 도기 마욜리카(maiolica)야.

Istoriato decoration on a plate from Castel Durante, c.1550-1570 (Musée des Beaux-Arts de Lille).jpg

Istoriato decoration on a plate from Castel Durante, c.1550-1570

(Musée des Beaux-Arts de Lille)

Mid15thCenturyPotteryNorthernItaly.jpg

15세기 중반 북부 이태리에서 만들어진 마욜리까 도기

ㅎㅎ 알록달록 이쁘게 생겼지?

그런데 보기에도 되게 두툼한 것이 꽤나 무거울 것 같아. ㅠ


흐음..

일단 이 마욜리까라는 채색 도기는 잘 깨져. 내구성이 약한 거지..

그리고 손잡이가 달린 도기의 경우 종종 손잡이가 뚝-하고 떨어져 나가기도 했데.


진흙을 낮은 온도(600-700도)에서 구운 거니까..

당연히 잘 깨졌겠지? 내구성 측면에서 탈락!




심지어 물을 이 도기 그릇에 받아두면

종종 그릇 밖으로 탈출하기도 했다네..


마치 이런 상황이 되는 거야..

엄마가 너구리 다 끓여놨다! 이러셨는데 ㅋㅋ

식탁에 나가보니 면만 가득 ㅋㅋ 내 소중한 너구리 국물을 누가 다 마셨어?!

ㅜㅜ

ㅋㅋ이러겠지?ㅎㅎ





자, 마지막으로 은도금기는?


Chatsworth House.jpg


당연히 비쌌지?

그리고 변색되면 어떻게 해..

그거 다 빤질빤질하게 닦아놔야 되는 하인들만 죽어나겠지 ㅠㅠ

불쌍하여라 ㅠ


심지어 나라에 큰 전쟁이라도 터지면

귀족들은 집에 있는 온갖 은도금 기를 녹여서

전쟁에 사용할 무기로 만들어야 했어.

(노블레스 오블리쥬 정신이었겠지~)



그래서 전쟁이라도 터지면 집안에 있는 남자랑 접시란 접시는

남아나질 않는 상황이 종종 생겼지.


이러니까 유럽 왕실과 귀족계층에서는

중국 도자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어.

자기네들은 생전 경험해보지 못했던 hip 한 아이템이었으니까.


그리고 엄청나게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18세기 초를 기준으로, 아직까지 유럽에서 중국산 도자기가 엄청난 희소성을 가지고 있었을 때는 말이야,

중국산 도자기로 만들어진 200점대 식기 세트가 당대 영국 중산층의 3달치, 많게는 1년 치 생활비 정도 되었다고 해.. 한화로 약 2000만 원을 넘는 식기세트가 제작되고 사용되었지.)


이런 럭셔리한 자기를 되도록 많이 구비해서

실내 인테리어 장식으로 종종 활용하기도 했어.




거실에 있는 장식장, 벽난로 위, 테이블 위 등등에

아주 화려하고 값비싼 중국 도자기들을 전시해두고

감상 및 자랑(집에 놀러 온 지인들에게) 하기도 했지.



(심지어 유럽과 미국에는 아직도 가정에서 이런 전통-중국 도자기를 실내에 전시해두는 문화-를

아직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그러니까 중국에서 수입된 도자기라는 매체가

유럽으로 조금씩 아주아주 조금씩 들어오면서,

거기에 반한 유럽의 왕족, 귀족들은 중국 도자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심지어 "도자기의 방"이라는 것을 자기 성(castle) 한편에 만들어놓고


바닥을 제외한 모든 벽면에 중국산 도자기

(보통은 청화백자나 오채 같은 다채색 자기를 진열해뒀어ㅎ 내가 직접 봤음! 뻥이 아니야 ㅎㅎ)를

가득 채워 넣는 게 유행하기 시작한 거야..





Rundāle Palace (Ruhental).jpg

Rundāle Palace, porcelain room.



ㅎㅎ 그 당시 중국 도자기 한 점 가격을 생각하면

온 방을 중국 도자기로 다 가득 매울 정도로 장식하려면

돈을 몇 트럭으로 갖다 줘야 했을 거야 아마..

혹은 그 정도로 형편이 아니 되면




네덜란드 산 짝퉁,

델프트 웨어(Delft ware)를 사서 대체했지..



Delftware_dish_(de_Roos_2010).jpg Delft ware plate, UBC's Museum of Anthropology in Vancouver, Canada.

17세기에 유럽으로 들어온 중국 도자기는 흰 바탕에 파란색으로만 장식한 "청화백자"인 경우가 많았어.

이런 중국산 청화백자, 혹은 그것과 비슷한 모습을 띈 모든 식기류를 뭉뚱그려 "크락 웨어(Kraak ware)"라고 불렀지.






17세기, 이 당시만 해도 아직 유럽인들이 도자기에 대한 심미안이 그리 좋지 않아서

중국산이라고 해서 비싸게 주고 샀는데 알고 보니 네덜란드산 짝퉁인 경우가 많이 있었어...ㅉㅉ



그래서 올타커니 요거구나 해서 잘 팔리는 중국 청화백자의 아류를 자기네

공방(pottery)에서 만들기 시작했어..




중국 강서성에 경덕진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이 경덕진은 그냥 한 도시 전체가 도자 산업으로 분화돼서 모두가 이 일에 매달리고 있었어.

거기는 황제에게 진상할 최상품 자기를 생산하던 어기 창도 있었지..


아무튼 장사 수완 좋고 손재주도 있던 델프트 웨어 애들은

이 중국 경덕진산 청화백자를 따라 만들어서 유럽에 판매하기 시작했던 거야.




이렇게 중국 도자기를 따라 만들어서 유럽 왕실, 귀족,

나중에는 영국으로 직접 진출까지 해서 재미를 쏠쏠하게 봤다네.

(델프트 웨어 장인들이 영국으로 이민 와서 ENGLISH DELFT WARE라는 브랜드로 활동하기도 했지!)




네덜란드 델프트라는 지역에서 만든 델프트 웨어...... 를

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그동안 내가 진짜 많이 고민을 해봤는데..


이 방법이 제일 빠를 것 같아.



혹시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봤어?


Meisje_met_de_parel.jpg


여기도 나의 콜린 퍼스가 나오지!! 엉엉 ㅠ 스칼렛 요한슨이랑!!ㅎㅎ

(제발 이걸 봤어야 해.. 아니면 설명하기가 너무 귀찮아진다오오오오 ㅠㅠ)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1632~1675, 페르메르, 베르미어라고도 불러 ㅎ 더치가 그리 호락호락한 말이 아닌겨 ㅎㅎ)를 주인공으로 실제 작품을 기반으로 각색 한 소설을 다시 또 영화한 작품 헥헥.


요하네스 베르메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Meisje met de parel)", 1665

그 소설, 그 영화!

거기에 나오는 배경이 바로 델프트(Delft)야.

베르메르가 나고 자라서 죽을 때까지 산 동네!


첫 장면에


타일을 만드는 타일공이었던 스칼렛 요한슨 아버지가 실명되고,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스칼렛 요한슨이 베르메르네 집 하녀로 들어가잖아!

그때 그 아버지가 집 떠나 하녀 생활을 하게 된 요한슨 한데

자기가 구운 타일을 선물했는데,


그 타일이 바로 델프트 웨어의 큰 수익원이 되었던

타일(tile)이야.


delft tile.jpg

(언뜻 봐도 앞에서 봤던 청화백자랑 비슷하지? 흰 바탕에 청색 장식이니까~)




그 타일 도공들 근처에서 중국 청화백자 짝퉁인 델프트 웨어를 만들었을 거야.

(델프트 산 도기 타일은 전 유럽에서 명성이 높았어!)


스칼렛 요한슨 아빠가 그 도기를 만드는 델프트 웨어 장인이었던 거고...

(나중에 콜린 퍼스 애들 중에 요한슨 미워했던 딸내미 하나가 앙심 품고 그 타일 두 동강 내버리잖아 ㅠ

내가 얼마나 속상했다고오 ㅜㅠ)




아무튼 왜 이렇게 도자기에 관한 설명이 길어졌냐면!!


이렇게 짝퉁 중국 도자기 모조품을 만드는 일 조차도

하나의 산업군을 이루면서 어마어마한 비즈니스가 되어서

수익을 짭짤하게 올렸을 정도로,



유럽 사회에서 중국 도자기의 입지는 높았다는 거야.



자, 여기서,


이렇게 값비싼 중국 도자기에

자신의 혹은 가문의 문장을 장식해서

접시로 사용하려면


WILLIAM PITT ARMORIAL PORCELAIN.jpg

Chinese Armorial porcelain plate, decorated with the Arms of Pitt impaling Granville, Jingdezhen, China, 1775.

V&A search the collection

http://collections.vam.ac.uk/item/O437169/plate-unknown/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했을까?



돈만 있다고 될 까?

그렇다고 문장이 있는 귀족이라고 될까?




누가 이런 엄청난 고가의 특별 주문 상품을 주문했느냐,

그건 바로

영국 귀족도 아니고,

영국 왕도 아니고,

바로바로!!



영국의 젠틀맨, 신사들이었어!

Uniforms_of_the_East_India_Services.jpg




















본 글은 지난 201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미술이론과 전문사과정 석사 학위 수여 논문


< 18세기 영국과 중국 간의 자기 무역: 문장자기 정찬세트의 사례를 중심으로, The Export Porcelain Trade Between Britain and China in the Eighteenth Century: In the Context of British Armorial Porcelain Dinner Set, 작성자: 구예림>


을 토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영국 문장 자기 British armorial porcelain]의 역사적 배경에 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께서는

링크로 접속하여 논문을 열람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rtsy 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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