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시티, 멕시코 시티로 떠나라! ep.07

디에고 리베라의 [알라메다 공원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을 꿈꾸다

by ARTSYKOO




+디에고 리베라의 [알라메다 공원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을 꿈꾸다





아직은 한가한 일요일 아침의 멕시코 시티.


아리엘과 나는 이른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디에고 리베라 벽화 미술관 Museo Mural Diego Rivera.




디에고 리베라 벽화 미술관 외관 Museo Mural Diego Rivera.

왼쪽. 중앙. 미술관 입구에서 시원한 돌바닥에 누워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만났다. 여기가 내 자리. 하는 얼굴이 참 재미있다. 오른쪽. 리베라의 작품 [알라메다 공원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 이 출력된 티켓. 참 예쁘다. 영수증을 뽑아주는 여타 기관과는 다른 성의 있는, 클래식한 티켓.오랜만이다. 그리고 아주 마음에 들었다.






+ 알라메다 공원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




작품 [알라메이다 공원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 Sueño de una tarde dominical en la Alameda Central]는 디에고 리베라의 대표작 중 하나다.



디에고 리베라는 작품 [알라메이다 공원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을 통해 스페인 식민지령이 된 이후 400년간 멕시코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교차 배치하고 상류층과 하류층의 대조적인 삶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그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보여준다.


종종 이 작품은 동시대에 유럽권을 휩쓸었던 초현실주의 아티스트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의 초현실주의에 빗대어 설명되기도 하는데, 달리의 작품세계와는 확연히 다른 리베라만의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2층에 올라서야 겨우 그 전신을 볼 수 있었던 거대한 벽화 작품 [알라메다 공원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



작품은 미술관 1층과 2층 벽에 가득 차게 그려져 있고,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크기가 엄청났다. 또한 그 크기만큼이나 작품 이미지가 주는 인상 또한 강렬하다.


디에고 리베라는 이 작품에서 자신이 경험한 멕시코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멕시코의 역사적 사건을 자신만의 화법으로 구현한다.




리베라는 이 작품 전반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멕시코 민중의 비참한 삶의 모습과 스페인의 식민지배자들의 호화로운 삶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작품의 정 중앙에는 리베라와 당대 멕시코 벽화 미술가들이 동경했던 풍자 판화가 포사다 José Guadalupe Posada (1852 - 1913)와 그가 창조한 캐릭터 라 카트리나 La Calavera Catrina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포사다와 라 카트리나는 마치 웨딩 마치를 올리는 신랑과 신부와 같은 모습으로 격식 있고 우아한 차림세로 묘사되고 있다.


화려하게 치장한 해골로 묘사된 라 카트리나는 멕시코 엘리트의 삶에 대한 포사다의 냉소주의적 시선이 반영되어 창조된 캐릭터인데, 작품이 그려졌던 20세기 초 멕시코에서는 유럽 귀족과 같이 화려하게 치장한 여성을 라 카트리나라고 지칭했다고 한다.


그런 단조롭고 격식 있는 모습의 라 카트리나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작품의 오른쪽에는 멕시코 민중의 고달픈 삶이, 그리고 작품의 양쪽 중앙으로는 스페인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멕시코 열사들의 이미지를 역사화에 등장하는 영웅(예를 들면 프랑스 초상화가 그로가 그린 나폴레옹의 우상화와 꼭 닮의 구도)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들은 총과 칼을 겨누며 격하게 적에 대항하는 모습이 매우 생생하게 표현되었다.






커다란 벽면을 가득 채우는 초대형 벽화 전반을 아우르며 등장하는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구도. 즉 멕시코 엘리트 클래스와 하층민 클래스의 대조적인 이미지들의 묘사를 보고 있자니, 이런 풍경을 일상에서 관찰자이자 당사자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리베라의 복잡한 심정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비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멕시코 민중들과는 반대로 멋진 드레스와 호화로운 장신구를 걸친 채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며 카드놀이를 하는 멕시코 엘리트의 삶. 비참하고 힘겨운 삶과 호사스럽고 사치스러운 삶에 대한 대조적인 묘사가 작품 곳곳에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라 카트리나의 양손. 그녀의 왼손은 포사다의 팔짱을 끼고 있고 나머지 오른손은 어린 모습으로 묘사된 디에고 리베라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라 카트리나와 리베라 뒤로 프리다 칼로가 동양의 음양 이론을 상징하는 태극모양의 구슬을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품을 크게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눠서 볼 때, 작품 왼쪽은 주로 스페인 식민 지령의 멕시코 역사적 사건을 묘사하고 있고, 오른쪽은 당대 멕시코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엄청난 작품에 대한 나의 인상을 한디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거대한 벽의 크기를 초월하는 디에고 리베라의 이미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처한 대조적인 상황들이 모두 뒤엉킨 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이미지들..




[알라메이다 공원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에 대한 인상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폭발하고 있다'


아마도 이 표현이 내가 느낀 인상과 감상에 가장 근접한 말 일 것 같다.



묘사 된 장면마다, 등장 인물마다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 에너지가 설령 슬프고 참혹할 지언정.



실제로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이미지가 풍기는 폭발적인 에너지는 내가 이전에 경험했던 '강렬한 인상'과는 또 다른 어떤 것이었다.


작품 [알라메이다 공원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 리베라의 세계관과 뛰어난 상상력과 표현력, 구도 및 컬러 사용, 스토리텔링 등 작품 기획과 제작과정에 대한 경외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걸작임이 분명하다.



ref.








+ 대체 디에고의 어떤 면이 그렇게 좋아서 결혼까지 결심하게 된 걸까. 프리다 칼로에게 묻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 벽면으로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가 함께 있는 사진이 걸려 있었고 아리엘과 나는 말없이 그 사진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대체 디에고의 어떤 면이 그렇게 좋아서 결혼까지 결심하게 된 걸까.


아리엘이 내게 문득 이렇게 묻는다.


글쎄...?





리베라가 아티스트로써 대단한 능력을 가진 건 잘 알겠어. 그런데 프리다의 입장에서 볼 때, 겨우 열여덜살이었잖아. 그 어린 나이에 디에고 리베라를 처음 본 순간 어떤 인상을 받았던 걸까?


음.. 리베라가 일반적인 윤리 기준과 가치관에서 다소(많이) 벗어난, 아주 복잡한 삶을 살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배우자'로써로는 쉽지 않은 대상이었던 건 분명하다고 봐.




하지만 그런 모든 배경은 사라지고, 아티스트로 디에고 리베라, 그 만의 진한 에고 ego를 경험할 때,

강력한 무언가가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해.


한 사람의 마음을 후려 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히 매력적인 정도가 아니라, "뻔뻔하다" 할 수 있을 만큼 자기가 가진 능력에 대해서 대담하게 표출할 줄 아는 그런 사람. 사실 일상에서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물론 그런 성격이 처음엔 당혹스럽거나 불쾌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 오만해 보일지도 모르지.



그런데 한편으로는 나만의 예술을 세상에 펼치고자 하는 큰 꿈을 가진 어린 예술가가가 만약 자신만만한 디에고를 만났다면 동경의 대상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거야.


한때 예술가의 삶을 꿈꿔 본적 있는 나 조차 그런 캐릭터를 가진 예술가들이 진심으로 부럽기도 했던 게 사실이거든.


그런 캐릭터?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인지하고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하지만 사생활은 정말 윤리와 도덕은 마치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가 막힌 작품, 혹은 세기의 예술적 퍼포먼스를 펼치며 세상에 인정받는 그런 괴짜이자 천재 예술가의 삶.



잘 상처받고, 소심하고 주저하던 나 같은 성향의 아티스트가 만약 디에고 리베라처럼 자신만의 재능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담하게 실현하는 아티스트를 만나게 된다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저런 대담함을 나도 갖고 싶어"하는 열망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봐.


심지어 아직 20살도 채 되지 않은 소녀가 여전히 자신이 넘어야 할 세상의 부담이 언제 어디서 자기 앞에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잖아.


까마득한 앞날을 생각하면 기대가 되면서도 동시에 불안해지는 심리적 카오스 겪는 와중에 리베라 같이 삶의 연륜에서 오는 대담함과 천재적 퍼포먼스를 실현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만나게 된다면, 과연 아- 역시 대가는 다르구나 하는 정도로 끝낼 수 있을지. 아마 나조차도 확신 못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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