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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SYKOO Sep 16. 2019

[아트&피플]뮤지컬 작곡가 강택구디렉터를 만나다 1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작곡가, 강택구 디렉터 Interview Part1





*[아치쿠가 만난 아트&피플 interview]는 미술 작가, 배우, 영화감독, 음악감독, 프로그램 개발자, 스타트업 CEO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나보는 아치쿠의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아치쿠가 만난 아트&피플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또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와 각자의 시선에서 본 '미술'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며 각자의 삶에서 '미술'이 혹은 '예술'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탐구합니다.




Shake Your Artsy Spirit!

art director ARTSYKOO







*본 인터뷰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곡가, 강택구 디렉터를 만나다]  

- Part 1]입니다. 






안녕하세요, 아트디렉터 아치쿠 입니다.



이번 [아치쿠가 만난 아트 프로페셔널] 편에서는 예술의 도시 뉴욕 브로드웨이 에서 활동 중인

뮤지컬 디렉터이자 작곡가 [강택구 디렉터]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강택구 디렉터님과 아치쿠의 만남은 아주 오래전인 2006년, 두 사람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 당시 각각 한예종 무용원 예술경영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아치쿠와 음악원 작곡과 1학년 학생이었던 강택구 님은 총학생회에서 자원봉사자로 일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

(이후 택구 디렉터님과 약 10년 만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다시 만나서 전시를 보며 미술과 음악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죠. :)



강택구 디렉터님은 한예종 음악원 작곡과 졸업 이후 뮤지컬 음악 작곡으로 세계 최고의 랭킹을 자랑하는 

뉴욕 대학교 대학원(New York University Tisch School of Arts)의 뮤지컬 시어터 라이팅 프로그램에 진학하여 석사과정을 마치셨어요. 뉴욕대 졸업 후에는 세계 뮤지컬의 중심, 브로드웨이로 진출하여 뮤지컬을 비롯한 연극, 무용, 콘서트 음악, 패션쇼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곡 창작 및 디렉팅 활동하고 있죠.


멀리 미국에서, 그것도 세계 뮤지컬의 중심인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으며 활동하고 계시는 택구 디렉터님을 아치쿠는 늘 대단하다고 늘 생각해 왔어요. :)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계심도 불구하고,아치쿠의 인터뷰 제안에 흔쾌히 참여 주신 강택구 디렉터님. 뉴욕이라는 매력적인 도시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과 작곡 이야기, 그리고 미술이 뮤지컬에 미치는 영향에 이르는 아치쿠가 질문한 다소 광범위한 주제의 토픽들에 대해 진지하고 열성적으로 인터뷰에 임해주신 점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강택구 뮤지컬 음악 디렉터님에게 듣는 뉴욕, 뮤지컬, 음악, 그리고 미술 이야기까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부터,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part 1이 시작됩니다.


 


 


Shake Your Artsy Spirit!

art director, ARTSY KOO














뉴욕브로드웨이 뮤지컬 작곡가, 

강택구 디렉터를 만나다 part 1






강택구 뮤지컬 음악 감독





ARTSY KOO.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 분야 중에서도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한 인기는 상당히 높은 편이죠. 순수 창작 뮤지컬부터 해외 작품 번안 작품, 그리고 최근 몇 년 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Broadway나 영국 런던 웨스트 앤드 West End의 오리지널 뮤지컬 팀이 내한 공연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요, 강택구 디렉터님께 직접 이 “뮤지컬”과 그 “뮤지컬 음악 작곡”이라는 일이 어떤 것인지 직접 설명을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Tek Goo Kang. 우선 뮤지컬은 전달하고자 하는 하나의 스토리를 끌어가는 공연 예술 분야 중 하나의 장르로, 음악, 무용, 미술, 특수효과, 조명, 무대 미술 등이 어우러져 완성된 종합예술극을 말합니다.


뮤지컬을 위한 음악을 작곡하는 일은 스토리에 등장하는 인물 한 사람 한사람 각각의 캐릭터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음악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죠.


더불어 장면 전환에 필요한 전환 음악들, 그리고 오페라나 발레 음악곡의 ‘서곡’과 ‘피날레’와 같이 뮤지컬 또한 오프닝과과 클로징을 담당하는 음악이 특히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이외에도 군무를 담당하는 댄서들이 춤을 추는 파트에 사용되는 춤곡, 등 뮤지컬이라는 공연 예술에 쓰이는 모든 음악을 만드는 것이 바로 뮤지컬 음악 작곡을 의미합니다.


하나의 뮤지컬 작품은 보통 한 명의 단일 작곡가가 맡아서 작곡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경우에 따라 두세 명의 작곡가가 협업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단일 작곡가가 작곡과 가사를 붙이는 작사 작업을 모두 도맡아서 하는 것이 최근 브로드웨이 뮤지컬계의 새로운 트렌드이긴 하지만, 여전히 전문 작사가가 가사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죠.




참고로 뮤지컬 대본 작업은 크게 세 가지 경우로 나뉘는데요, 먼저 전문 극본가가 작업하는 경우, 혹은 작사가가 대본도 쓰는 경우, 그리고 한 명의 작곡가가 극작/작곡/작사까지 모두 다 맡아서 하는 경우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유명 뮤지컬 작품 <오페라의 유령>은 극작/작곡/작사가 모든 다른 사람인 케이스이고, 작품 <위키드>의 경우, 극작은 한 사람이 작곡과 작사 다 진행한 사례이죠. 작품 <해밀턴>은 린 마뉴엘 미란다 Lin-Manuel Mirand라는 배우이자 작곡가 겸 극작가가 혼자서 극작/작곡/작사 작업을 했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 해밀턴 역할까지 한 매우 보기 드문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ARTSY KOO. ‘뉴욕’이라는 도시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꾸거나, 벌써 다녀온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와 그곳의 음악, 뮤지컬계의 분위기가 궁금한데요,


뉴욕대학교로 뮤지컬 음악 작곡을 전공으로 유학을 시작했던 시기,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과 당시의 기분, 그리고 뮤지컬, 재즈, 클래식 등 뉴욕의 음악 씬에 대한 첫인상이 궁금해요. 한국이랑 어떻게 다르게 느껴졌나요?




Tek Goo Kang. 아무래도 처음에 뉴욕에 도착했을 때는 뉴욕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내가 드디어 뉴욕에 왔어”라는 흥분감, 무엇이든지 도전해 보고 싶다는 열정이 압도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강택구 뮤지컬 음악 감독 @ Sea Port District NYC




제가 20대 후반에 접어드는, 그리 어리지 않은 나이에 미국 유학 행을 결심했기에 그만큼 희생해야 할 것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동시에 그만한 감수를 하고 용기를 내어 제 나름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려 온 도시였기에 제게 더욱 특별한 도시가 되었죠.


특히 뉴욕은 한국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쏟아내는 온갖 장르의 예술들을 경험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우리가 ‘뉴욕’이라는 도시의 문화 예술적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연극, 재즈 이외에도 뉴욕 필하모닉과 시티 발레단,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예술 단체를 생각할 수 있죠.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과 이슈를 주제로 하는 양질의 미술 전시가 열리는 뉴욕의 크고 작은 뮤지엄들과 갤러리들이 있어요. 맨해튼의 뮤지엄 마일 Museum Mile, 즉 센트럴 파크 근처 5번가 Fifth Avenue를 따라 이어지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뉴 뮤지엄, 프릭 컬렉션 등 유명 미술관이 모여있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소호 지역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대형 갤러리들이 모여 있죠.





센트럴 파크 전경 &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이외에도 BAM(The Brooklyn Academy of Music)이나 LA MAMA(Experimental Theatre) 와 같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에서 온 예술가들이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실험 예술들을 추구하는 단체들 또한 뉴욕 아트씬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뉴욕’ 하면 빠질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거리 공연들을 도시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어서 도시를 걷고 또 걷다 보면 뉴욕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같이 느껴질 때도 있어요.


이런 풍부한 문화적, 그리고 예술적인 환경 덕에, 잠시 여행을 떠나온 여행자부터 저처럼 공부를 하러 부푼 꿈을 품고 온 유학생들, 그리고 이곳의 현지인들에게까지, 이방인과 토박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는 도시가 바로 ‘뉴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뉴욕에서 생활하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기도 해요. 제가 뉴욕에 온 지 올해로 6 년째인데, 처음 이 도시에 왔을 때 느꼈던 이곳에 대한 인상과, 6 년째 이곳에서 생활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한국인 유학생, 즉 외국인으로서 하루하루 경험하는 뉴욕은 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뉴욕은 제게 여전히 매혹적인 도시이지만 한편으로는 냉혹한 현실을 직면하게 하는 도시이기도 해요.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는 즐거움과 작품을 위해 한마음으로 쏟아내는 열정에 마음이 벅차오르기도 하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죠.







또한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여러 인종이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인종차별적인 문화, 그리고 현 정권의 이민자 정책이 때론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어려운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저처럼 프리랜서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사람에게 세계에서 손꼽히는 뉴욕의 물가와 주거비 이슈는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한 낭만적인 측면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기에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과 직면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쉽지 않은 상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멋진 도시에서 하루하루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고, 매일같이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곳에서의 제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생활은 저를 더욱 겸손하게 만들고, 그렇기에 불평보단 감사한 마음을 항상 가질 수 있게 하죠.


뉴욕은 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더 명확하게 찾도록 만들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도전 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에너지는 주는 도시에요. 이런 부분 이야말로 제가 한국에 살았을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뉴욕에 와서 처음 경험하게 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ARTSY KOO. 택구 디렉터님은 학부시절 원래 클래식 작곡을 공부하셨는데, 유학을 가시면서 뮤지컬 작곡으로 전공을 바꾸셨어요. 뮤지컬 작곡을 시작하게 된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가요?



Tek Goo Kang. 저는 학부시절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했어요. 당시에는 클래식 음악에 빠져있던, 뮤지컬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아는 것도 없는 클래식 매니아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클래식 음악 외 다른 장르 음악에 관심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영화음악이나 애니메이션 음악처럼 제가 당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타 장르들에 비해 뮤지컬이 그리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뮤지컬 배우들의 연기가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자연스러운 연기들에 비해서 상당히 극적이고 과장된 연기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죠. 극을 노래들로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똑같은 포맷의 장르라도 당시의 제겐 차라리 오페라에 더 관심이 갔던 게 사실이에요. 뮤지컬보다는 오페라 쪽이 예술적으로 더 완성도가 높다고, 당시의 저는 그렇게 생각했던 거죠.



강택구 뮤지컬 음악 감독 @Quad Recording Studios NYC



하지만 저의 그런 무관심에도 뮤지컬은 제게 운명처럼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교 4 학년 봄 학기를 마치고 저는 공군에 입대해서 군악대에서 2 년간 복무를 하게 되었죠. 복무 1 년 차를 마치고 휴가를 나왔는데, 우연히 한예종에서 타악기를 전공하던 고학번 선배님을 알게 되었어요. 그분께서 제게 자기네 교회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대형 창작 뮤지컬을 기획하고 있는데, 뮤지컬 음악을 한번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죠.


처음에는 물론 망설였습니다. 뮤지컬에 대해 아는 게 없을뿐더러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저 역시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내 음악을 통해 크리스마스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시에 저는 음악가, 특히 성악가가 많은 집안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가족들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오페라를 많이 보고 듣고 자라왔고, 그래서인지 비록 뮤지컬 음악은 처음이었지만, 어느 정도 극 음악에 대한 기초적인 감각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저의 잠재적 가능성을 믿고 용기를 내서 도전하게 되었죠.






뮤지컬 기획 회의 @ Dimo Kim Musical Theatre Factory, NYC


@ Peter Jay Sharp Theatre, NYC













ARTSY KOO. 막상 뮤지컬 작곡을 해 보시니 어떠셨나요? 군악대에서 여러 활동을 하면서 외부의, 심지어 전혀 미지의 세계나 마찬가지인 뮤지컬 작곡 활동까지 겸업을 하셨을 생각을 하니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Tek Goo Kang. 그렇습니다. 막상 작업을 진행해보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요. 뮤지컬 작곡 의뢰를 받았을 당시 제가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학교를 다닐 때에 비해 작곡하는 데 시간적 여유가 없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죠.


특히 군악대에 있었던 터라, 저는 군인에게 할당된 기본 훈련 이행과 더불어 군악대에서도 “편곡병”이라는 특수한 보직을 맡고 있어서 악기를 연주하는 일반 연주 병사들과 달리 할당된 작업량이 상당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23 인조 윈드 앙상블(관현악기로만 편성된 실내악곡)이나 현악 실내악곡 편곡 작업은 물론, 밴드에서 키보드 연주자로 활동했죠. 또 악보가 존재하지 않는 아주 옛날 오케스트라 음악들을 듣고 악보로 옮기는 작업, 수 백곡의 군악 악보들을 관리하고, 때때로 타 부대로 파견을 나가서 그 부대 소속 다른 편곡 병사들과 협업을 하는 등, 정말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죠.


그래서 기나긴 일과시간이 끝난 후에야 겨우 교회로부터 의뢰받은 뮤지컬을 작업할 수 있었는데요, 하루에 주어지는 3~4 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을 할애해서 곡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심지어 완성된 곡을 외부로 보내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는데요,


군사기밀 보호를 위해 부대 내에 인터넷은 물론이고 USB 와 같은 장비들이 일체 반입이 되지 않는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만약 하나의 곡을 완성하면 그것을 프린트를 해서 뮤지컬 의뢰 측에 우편으로 발송해야 하는, 그야말로 아날로그 방식으로 일을 해야 했었어요.


제가 처한 군대 복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총 21 곡을 작곡/편곡한 후, 제게 의뢰를 하신 선배님께 우편을 통해 완성된 악보를 보냈죠. 그리고 얼마 후, 작사가분께서 제 음악 곡에 가사를 붙이고는 곧장 뮤지컬 리허설에 들어갔어요.


결과적으로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 이틀 동안 총 3 회에 걸쳐 생애 첫 저의 창작 뮤지컬 공연을 무대에 올렸고, 운이 좋게도 마침 크리스마스에 맞게 휴가를 나와서 공연 전 사전 리허설과 본 공연까지 직접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 Quad Recording Studios NYC











ARTSY KOO. 우연한 기회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생의 첫 뮤지컬 작곡가 데뷔를 하게 되셨는데요, 무대 위에서 자신이 만든 음악에 맞춰 뮤지컬 극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정말 감회가 특별했을 것 같아요.



Tek Goo Kang. 성악곡을 써 본 경험이라고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작곡과 재학 시절 슈베르트와 슈만, 포레와 같은 고전음악 작곡가들의 성악곡을 연구해서 습작 형태의 성악 가곡을 써본 경험이 전부였던 제게, ‘뮤지컬’이라는 낯선 장르를 통해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와 합창, 오케스트라 음악들을 작곡하는 일은 실로 놀랍고도 값진 경험이 되었죠.


그리고 제 창작곡에 작곡가가 합류하여 가사를 붙여 하나의 뮤지컬 노래가 탄생하고, 무려 스물네 명이라는 수많은 배우들에 의해서 커다란 무대 위에서 공연되고, 제가 작곡한 음악에 맞추어서 무대와 조명, 안무가 어우러져서 하나의 총체적인 예술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마치 하나의 작은 씨앗이 거대한 나무가 되는 과정을 보는 것과도 같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동안 혼자서 학교 지하 도서관에 틀어박혀 클래식 곡을 분석하고 클래식 장르의 곡을 작곡해왔던 저로선 아주 신선한 충격이 되었죠.


당시 제가 처했던 여러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저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만드는 것 자체가 정말 즐겁고 의미 있는 도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야말로 저에게 있어 그 어떤 때 보다 ‘작곡’이란 분야가 제게 특별한 의미를 갖게 해 주고,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중요한 경험이 되었죠.


사실 당시의 저는 지금과 비교할 때 음악적 지식도 상대적으로 얕은 편이었고 기술적으로도 완벽했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새로운 음악을 창작할 수 있고, 그런 시간을 갖는다는 것 자체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도 지금 생각해도 즐거운 추억이자, 제가 초심을 잃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리마인드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ARTSY KOO. 정말 우연한 기회로 찾아온 프로젝트가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전환시킨 중요한 계기가 되었네요. 대학교 졸업 이후에 뉴욕대학교 (New York University Tisch School of Arts)의 뮤지컬 작곡과(Musical Theatre Writing Program)로는 어떻게 진학하게 되신 건가요?



군 제대 이후 저는 제가 다니고 있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연락을 취해서 음악원 학생인 제가 청강할 수 있는 뮤지컬 수업이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마침 음악원에서 제게 “음악 분석” 과목을 강의해 주셨던 뉴욕대학교 출신이신 신동일 선생님과 조민영 선생님이 이끄시던 공연 창작 교실에 들어가 청강을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뮤지컬 음악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후 국민대학교 학생들과의 협업, 불과 얼음 아카데미, 시야 플랫폼 등 다양한 국내 뮤지컬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뮤지컬 음악을 만드는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포트폴리오를 준비했어요.


군 제대한 그 해 겨울에 뉴욕대학교 뮤지컬 작곡과에 지원해서 말 그대로 '기적적'으로 서류 합격을 했죠. 뮤지컬 음악뿐만 아니라 뮤지컬 계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 없었던 제가, 뮤지컬 음악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유학을 떠나기까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았던 상황을 생각할 때, 뮤지컬 작곡 분야로는 세계 최고인 뉴욕대학교에 서류 전형을 패스했다는 것만으로도 제겐 얼떨떨한 일이었지요.




@ NYU Tisch



그리고 이듬해 3 월, 뉴욕으로 날아가 가서 2 차 시험을 보았죠. 시험을 치른 뒤 뉴욕 곳곳을 다니던 중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그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뉴욕의 풍경이 한눈에 다 보이는 곳에 서서 기적적으로 합격 통지를 이메일로 확인했을 때 그 기분은 정말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특별한 기분이 들었던 것 그 때 그 순간이 아직도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강택구 뮤지컬 음악 감독 @ NYU 졸업식






아치쿠가 만난 아트 프로페셔널, 강택구 뮤지컬 음악 감독님과의 인터뷰는

part 2에서 계속됩니다. 


- artsy koo








강택구 디렉터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tekgoo_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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