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SYKOO Sep 20. 2019

[아트&피플]뮤지컬 작곡가 강택구디렉터를 만나다 2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작곡가, 강택구 디렉터 Interview Part2



*[아치쿠가 만난 아트&피플 interview]는 미술 작가, 배우, 영화감독, 음악감독, 프로그램 개발자, 스타트업 CEO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나보는 아치쿠의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아치쿠가 만난 아트&피플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또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와 각자의 시선에서 본 '미술'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며 각자의 삶에서 '미술'이 혹은 '예술'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탐구합니다.







안녕하세요, 아트디렉터 아치쿠 입니다.




이번 [아치쿠가 만난 아트 프로페셔널] 편에서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Broadway 에서 활동 중인 음악 디렉터이자 뮤지컬 작곡가 [강택구] 님 을 만나보았습니다.



강택구 디렉터님은 한예종 음악원 작곡과 졸업 이후 뮤지컬 음악을 공부하러 뉴욕 대학교 대학원 New York University Tisch School of Arts 에서 뮤지컬 씨어터 라이팅 프로그램을 공부한 뒤 브로드웨이로 진출하여 뮤지컬을 비롯한 연극, 무용, 콘서트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곡 창작 및 디렉팅 활동하고 계세요. :)




강택구 디렉터님에게 듣는 예술가의 도시, "뉴욕"과 브로드웨이 뮤지컬, 그리고 미술 작품이 음악 활동에 주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



지금부터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Shake Your Artsy Spirit!

art director, ARTSY KOO













아트디렉터 아치쿠,

[뮤지컬 디렉터 강택구]를 만나다 part 2




강택구 음악 디렉터



ARTSY KOO. 택구 디렉터님과 아치쿠는 대학교 1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총학생회에서 처음 만나서 알게 되었죠. 이후 무려 10년 후인 지난 2017년 가을, 뉴욕에서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함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전시를 보고,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가을 날의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면서 지난 10년 간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 음악과 미술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택구 디렉터님은 평소에도 종종 전시를 보러 미술관에 가시나요? 그리고 음악인으로써 미술 작품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TEK GOO KANG. 저희가 뉴욕에서 만난 지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나 흘렀다니,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저는 아직도 신기한 게 아치쿠님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총학생회 주관으로 진행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스탭으로 잠시 참여하게 되면서 오가며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였어요. (그래서 제가 페이스북으로 거의 8~9 년 만에 아치쿠님께 먼저 연락했을 때, 과연 저를 기억하시고 있으실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저를 기억하고 계셔서 기뻤죠.:)


저는 미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미술사에 관한 깊이 있는 지식도 많이 없지만, 가능하면 미술 전시를 자주 보러 가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사실 제가 어렸을 땐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는 것에 별로 큰 감흥이 없엏어요.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모를 때였으니,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갈 때면 몸도 힘들고 따분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또 계속 음악공부를 해 나가면서 미술 분야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사와 음악사, 미술사는 사실 같은 줄기를 타고 뻗어 나갔기 때문에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상관성을 알게 되면서 점차 음악에 빠져드는 만큼 미술에도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죠.


특히 음악사조나 양식을 공부를 할 때면 종종 언급되는 미술사적 내용들, 즉 양식이나 대표적인 작품들이 예시로 종종 언급되었는데요, 그때마다 하나씩 차근차근 검색하면서 알다 가다 보니, 음악과는 또 다른, 미술만의 매력이 있더군요.




강택구 디렉터 (가장 오른쪽) @ South Oxford Space,  A Project of A.R.T./New York









ARTSY KOO. 이제 슬슬 미술 art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 누군가 뉴욕에 여행온다고 한다면, 지금까지 뉴욕에서 가 보신 미술관 중에 “여긴 꼭 데려가야되!”하는 생각이 드는 곳이 있다면 어딜까요?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TEK GOO KANG. 추천 해 드리고 싶은 미술관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어렵네요. 하하. 그래도 굳이 고른다면, 두 곳, 바로 클로이스터 미술관The Cloisters Museum 과 구겐하임 미술관 Solomon R. Guggenheim Museum 입니다.


미술관의 전시 내용도 중요하지만, 클로이스터와 구겐하임 모두 특유의 미술관 분위기가 좋아서, 꼭 전시를 보지 않더라도 가서 뮤지엄 로비에 앉아 쉬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특별한 곳들이죠.




클로이스터 미술관 전경 (ref. https://en.wikipedia.org/wiki/The_Cloisters)


특히 클로이스터 미술관은 중세의 옛 성 형태로 설계되어 있는데요, 허드슨 리버 Hudson River가 보이는 절벽에 있어 운치 있는 풍경이 절경이죠. (물론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클로이스터는 뉴욕에서 제가 가장 아끼는 힐링 장소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소중한 친구나 가족이 뉴욕에 온다고 하면 꼭 데리고 가고 싶은, 그런 곳입니다.











ARTSY KOO. 아치쿠가 예술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주변에 작곡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죠. 저 처럼 바이올린을 전공했던 기악 연주자들과 달리, 제가 곁에서 지켜본 '작곡'이라는 분야는 배우는 과정도, 음악을 새로 창작하는 과정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더군요. (일단 작곡은 작곡, 시창, 청음, 피아노, 때때로 다른 악기 레슨까지, 최소한 2-3개의 과목을 공부해야 되죠. 물론 공부도 잘해야되구요. +_+)


저의 경우, 바흐, 베토벤, 모짜르트 같은 작곡가가 만든 소나타나 협주곡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바이올린 연주곡을 작곡가의 의도를 해석하며 최대한 그 의도를 파악해서 구현하면서, 또 동시에 저만의 사운드와 감성으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했어요.


하지만 작곡은 화성악의 진행과 같은 기초 작곡 이론을 바탕으로 음악 전공 분야 중에서도 드물게 ‘없는 음악을 새로이 창작하는 분야'에요. 그래서 창작의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택구 디렉터님께서는 혹시 음악 작업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 때때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도움 된 경우가 있나요? 작업을 하다가 잘 풀리지 않아서 전시를 보러 갔다 던지, 악상이 떠오르지 않아 어떤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찾아 보고 힌트를 얻었던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TEK GOO KANG. 음악 작업을 할 때, 미술 분야는 언제나 큰 도움이 됩니다. 악상이 떠오르지 않거나 아이디어가 부족할 때면 종종 미술 전시를 보러 다니면서 직접 작품을 감상하고 경험하면서 새로운 악상을 떠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죠.


저는 시각적인 것에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 편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내가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사운드로 풀어내는 것에서 음악인으로서의 즐거움을 찾곤 하죠. 그래서였는지 학부 시절 작곡 공부를 할 때도 ‘형식미’를 중시 여겼던 독일 작곡가들 보단 드뷔시, 라벨과 같은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들을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저는 특히 인상주의 예술가들 특유의 자유로운 표현방식과 이미지 연상이 잘 되는 감상적인 인상주의 음악에 매료되어 저의 작곡에도 그런 영향을 곧 잘 반영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음악 작업 시 어려움을 겪을 때면 무언가를 채워 넣으려고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것 보다 비우려고 많이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센트럴 파크나 허드슨 리버 근처를 아무 생각 없이 거닐며 복잡한 제 머리 속을 비우려고 노력합니다. 확실히 비우고 나면 더 차곡차곡 잘 채워지더라구요. :)



강택구 디렉터(오른쪽)






ARTSY KOO. 그렇다면 이번엔 뮤지컬 작곡 과정에서의 미술 요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 까 해요. 뮤지컬 음악 작곡을 하실 때, 미술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나요?




TEK GOO KANG. 뮤지컬에서 미술, 즉 ‘시각 이미지’는 뮤지컬이라는 극의 세계관을 상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예를 들어 제가 현재 작업하고 있는 뮤지컬 <East of the Sun, West of the Moon>이라는 작품은 노르웨이 신화를 배경으로 해요. 그래서 그 나라의 배경, 문화, 풍습을 이해하고 사람들의 삶의 특징을 알기 위해, 그림, 삽화, 사진 이미지 등 다양한 시각 매체를 리서치하고 접하면서 최대한 실감나게 그곳의 분위기와 문화적 환경을 구현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각 이미지 자료들은 실질적으로 제가 머리 속으로 구상하고 있는 뮤지컬 캐릭터들이 처한 각자의 상황에 걸맞는 악상을 떠올리는데 많은 영향을 주죠.







ARTSY KOO. 예술가들은 종종 자신의 작품을 다른 작가들에게 헌정하는, 즉 ‘오마주 Hommage’ 를 하기도 하죠. 택구 디렉터님은 혹시 특별히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으신가요?



TEK GOO KANG. 저는 피카소 Pablo Piccaso 를 좋아합니다. 정확히 말해 그의 작품들을 정말 ‘사랑’하죠.



Pablo Picasso, 1905, Au Lapin Agile (At the Lapin Agile), oil on canvas,99.1x100.3cm, Metropolitan Museum of Art

(ref.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86162)



피카소가 작품에서 표현하는 컬러와 인물 혹은 사물을 묘사하는 방식, 그리고 그것들이 자아내는 피카소 특유의 예술적 분위기는 ‘아방가르드(전위적)한 느낌’이 신선하다 못해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피카소는 작품을 통해 그만의 화법으로 ‘자유분방함’을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스스로를 통제할 줄아는 절제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미술사적 지식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있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외려 작품을 감상할 때 컬러, 구도, 인상, 느낌 같은 즉각적인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편인데요,


그런 맥락에서 피카소의 작품은 여러 미술 구성적 측면에서 작품을 진중하게 살펴보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를 생각하게 만들고, 결국 그런 아이디어들이 새로운 음악적 영감이 되어 결과적으로 제 음악 작업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죠.









ARTSY KOO. 오. 택구 디렉터님께서 피카소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심층적인 관심과 애정이 있으신지 그간 제가 몰랐었네요. 외려 미술사적인 배경지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더 창의적인 감상을 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도 생각 해 봅니다. :)


그렇다면 만약 피카소를 오마주로 하는 음악 작품을 택구 디렉터님께서 직접 만드신다면, 과연 어떤 음악이 탄생할까요? 정말 궁금해지는 군요!




TEK GOO KANG. 사실 전부터 미술작품을 모티프로 하는 음악 작품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오래동안해 왔어요. 마음 속으로는 늘 그랬는데 실제로 구현할 좋은 기회가 없었죠. (조만간 제가 한국에 가면 아치쿠 님과 한번 공동 작업을 해 보면 어떨까요? :)


결국 미술 작품을 분석하고 전시 큐레이팅 하는 일도 뮤지컬을 만드는 것처럼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결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미술 작품에 얽힌 이야기 라든지, 작가들의 삶에 대한 스토리를 잘 살려서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만약 제가 피카소를 오마주로 하는 작품을 만든다면 보다 클래식, 현대음악, 재즈,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복합적으로 적용해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 Dimo Kim Musical Theatre
@Quad Recording Studios NYC





ARTSY KOO. 요즘 진행하고 있는 음악작업이나 프로젝트는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



TEK GOO KANG. 최근 저는 FIT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New York) 한국 캠퍼스 X 송도 신도시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기획된 패션쇼에 사용될 음악을 작곡 및 편곡 하는 작업을 했어요. 이렇듯 뮤지컬 음악 작곡 이외에도 다양한 음악 장르의 음악 디렉팅과 편곡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음악 작곡은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텔링’이라는 매커니즘을 기반으로 여러 장르의 음악에 적용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죠.


그래서 저는 제 주요 분야 및 전공은 ‘뮤지컬’이지만, 뮤지컬 분야를 넘어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 작업을 하려고 노력 중이라 다양한 실험적인 음악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어요.


현재 저는 총 세 편의 새 뮤지컬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먼저 1 세대 이민자 아버지와 2 세대 이민자 딸 사이의 갈등과 사랑에 대한 작품 <Better Letter>, 그리고 노르웨이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East of the Sun, West of the Moon>, 마지막으로 집시 모녀의 희생과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 <Virgin Cure>의 음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뉴욕에 있는 동안은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공부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최대한 많이 해 볼 생각입니다. 저는 내년 중으로 귀국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참 많이 그리워질 시간이 바로 지금의 뉴욕에서의 하루 하루일 거라 생각해요.





@Quad Recording Studios NYC




여러 뮤지컬 작품 활동하느라 정말 정신없이 바쁜 일상으로 보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제가 있는 이 뉴욕이라는 특별한 도시에 있는 동안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소중한 것들을 최대한 많이 접하고 체득해서 [강택구] 라는 음악 디렉터만이 가질 수 있는 저만의 컬러, 저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강택구 음악 감독 (왼쪽에서 두 번째) @Quad Recording Studios NYC







강택구 디렉터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tekgoo_kang

매거진의 이전글 [아트&피플]뮤지컬 작곡가 강택구디렉터를 만나다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