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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SYKOO Jan 09. 2020

'삶'이라는 드라마를 그리는 오다영PD를 만나다 1

*[아치쿠가 만난 아트&피플 interview]는 미술 작가, 배우, 영화감독, 음악감독, 프로그램 개발자, 스타트업 CEO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나보는 아치쿠의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아치쿠가 만난 아트&피플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또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와 각자의 시선에서 본 '미술'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며 각자의 삶에서 '미술'이 혹은 '예술'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탐구합니다.







안녕하세요, 아트디렉터 아치쿠 입니다.


 

이번 아치쿠가 만난 아트 & 피플에서는 드라마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MBC 드라마국 소속 [오다영 PD]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오다영 pd님께서 조연출로 참여하신 작품은 tvN <식샤를 합시다2>, SNL 시즌 7, <캐리어를 끄는 여자, 2016, MBC>, <파수꾼, 2017, MBC>, <배드파파, 2018, MBC>, <황금정원,2019, MBC> 등이 있습니다.





오다영 PD님과 아치쿠의 인연이 닿기까지, 다소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었는데요, 아치쿠가 다영 피디님을 처음으로 알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 페이스북의 한 미술관 이벤트를 통해서 였죠. :)

아치쿠는 당시 가장 핫했던 D 뮤지엄에서 진행하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그 이유’를 댓글로 남기면 추첨으로 미술관 티켓을 증정하는 이벤트에 응모를 하게 됩니다.


이벤트에 참여용 댓글을 남긴 뒤  호기심에 “다른 분들은 어떤 아티스트를 좋아하려나?” 궁금한 마음에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던 찰나, 어떤 분의 댓글이 아치쿠의 마우스 스크롤을 딱- 하고 멈추게 했죠. :)

다름 아닌 아치쿠와 같은 아티스트의 이름을 언급한 어떤 멋진 분을 찾았던 것입니다! :)


호기심에 그분께, 그러니까 다영 PD 님께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고,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가고 있어요. :) (마치 sns 버전의 펜팔 친구 같은 개념일까요?)


그리고 드디어 작년 겨울, (소개팅 보다 더 떨리는 그런 마음)으로 서로를 알게 된 지 무려 5년 만에 실제로 아치쿠와 오다영PD님은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 만났지만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사실 오래 알고는 지냈죠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드라마 촬영으로 달려가서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그리고 방송 제작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오다영 드라마 PD 님의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 제작 이야기”와 " 삶과 철학",  그가  좋아하는 “미술 이야기" 까지,




오다영 피디가 그려가는 ‘삶’이라는 드라마를, 지금 바로 아치쿠가 만난 아트 & 피플에서 만나보세요 :)


 



Shake Your Artsy Spirit!


Art director ARTSYKOO


 


 


 



 



‘삶’이라는 드라마를 그리는 드라마 PD [오다영]을 만나다


오다영 PD  




ARTSYKOO. 아치쿠는 20대 초반, kbs, mbc, sbs, mnet과 같은 방송국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어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발라드 가수를 위한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세션으로 가수들과 스테이지에 함께 서서 생방송으로 약 2년간 정기적으로 출연하며 방송국 구경과 수많은 가수들을 만날 수 있었죠 ㅎㅎ)


당시 아치쿠는 방송국을 드나들면서 깨달았던 점이 몇 가지 있었어요. 우리 같은 시청자가 티브이로 접하는 아주 짧은 장면을 위해 얼마나 많은 제작자와 방송 관계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노력을 하고 그 제작 환경을 만들어가는지, 실제로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들의 20-30배는 더 많은 인력들이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제가 음악 순위 프로그램을 통해서 가장 놀랐던 건, 그 판타스틱 한 음악 프로그램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무대 스텝들이 동원되는지, 음악 방송 스테이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건물 공사 현장을 방불케 했어요. )


두 번째는 ‘기다림’이에요. 방송 제작 환경에서 ‘기다림’은 거의 숙명과 같은 것이었어요. 저녁 7시 생방송으로 시작되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생방 10시간 전인 오전 9시에 방송국 대기실에 집합, 가수들의 출연 순번대로 리허설을 2-3회 정도 진행하고 나면 대기실에서 끊임없이 기다려야 했죠. 


10분 정도의 리허설과 5분이 채 되지 않는 생방송 무대를 올리기 위해서 출연자들은 10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 되고, 출연자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릴 동안 프로그램 PD님은 목이 쉬어라 무대와 가수들 동선, 카메라 등을 체크해야 하는 고강도 노력을 해야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기다렸던 그 기다림의 시간을 생각하면 매주 생방송으로 수많은 출연자들을 촬영해서 보여야 하는 제작국은 정말 매주 피가 말랐을 것 같아요!))



세 번째는 출연진들의 인기 ‘up & down’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달라지는 그들의 위상이에요. 특히 가수들의 경우 히트송이 나온 전후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게 바로 음악 방송 촬영 당일 방송국 근처 분위기를 통해서 ‘아~ 요즘은 ㅇㅇ그룹이 인기가 정말 많구나!’하는 것이 매주 피부로 와닿았어요! 


그런 시선과 주목을 받는 사람들의 up & down이 출렁이고, 실제로 섭외나 가수 케어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에서 살벌함, 그리고 드라마틱 한 성공을 이룬 팀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그런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방송 제작 환경에 대해 아치쿠가 느낀 첫인상은 대략 이러해요. 


다영 PD님이 처음으로 방송계에 입문했을 때 이야기와, 아치쿠처럼 신입시절 다영 님이 ‘아 이런 점은 정말 내가 몰랐던 방송계의 특징이구나!’하는 점이 있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DayoungOh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치쿠님께서 이미 다 말씀해주셨네요! :) 저 역시, 한순간에 스쳐가는 컷들이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 과정임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처음 tvN에 입사했을 때는, "방송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할 시간도 없이, 바쁘고 (소위, 빡세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었죠. 


(거의 당시로썬 “생존”에 가까웠다고 해도 됩니다. 같이 들어온 동기들도 반 이상이 인간다운 삶을 외치며 퇴사할 정도였어요. 하루 4시간 정도 자면 “꿀 빠네?”라고 하던 선배들도 있었으니깐요. )


그렇게 바쁘게 일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방송물을 먹은 지 8년 정도 지나있더라고요. 이 세계에 들어오기 전에는 꼭 일해 보고 싶었던 화려하고 멋진 세상이, 누군가의 수면 시간과 영혼을 갈아 넣은, 한 마디로 ‘존버’ 정신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대충대충은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 환경은 관련 방송 노동 법안으로 많이 좋아지긴 했어요.) 


요는,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던 업계 일들이 시간이 흐른 뒤엔 “책임감”으로 달라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






 

촬영 현장에서 오다영 PD



 

 

 


ARTSYKOO. 다영 PD님은 학생 시절, 교내외에서 방송과 관련된 활동을 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처음으로 ‘방송 제작’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Dayoung Oh  저는 고등학교 때 방송반 활동을 했어요. (SAB(Speer Angel Broadcasting)라고, 웨딩피치라도 되어야 할 듯한 어마 무시하게 찬란한 이름의 동아리였죠. :)


그때 나름 여러 가지를 만들었죠. 한 케이블 라디오 방송(평화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하게 되어 제가 서울에 직접 다녀와 캠코더에 담아 온 영상을 ‘인간극장 스타일’로 만들어 보기도 했어요. 


또 고등학교 시절 공포영화 <여고괴담 여우계단> 을 병맛으로 패러디한 <여고괴담 지렁이 계단> (그 당시 저희 학교에 꽤 긴 계단이 있었는데 비만 오면 지렁이들이 엄청 출몰했어요)을 만들기도 했고요. 꽤나 재미있게 했었어요. (지금 보면 어디 석촌 호수나 이런 깊은 곳에 던져버리고 싶은 흑역사지만ㅠㅠ 게다가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다"라며 그 좋은 한국 영화 제목을 잘못 말해가면서까지 제 성적을 우려하던 담임 선생님의 눈치는 뒤로하고요. -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있다>라는 1990년대 한국 멜로 영화가 있었죠!)



그렇게 1년간 만든 영상들을 모아 '방송제'라는 것을 했어요. 교내 학생들과 친구들, 제 가족이 강당을 채웠고요. 


영상이 시작된 뒤, 우연히 스크린 뒤에서 가족의 얼굴을 봤습니다. 맨 앞자리에서 제게 줄 꽃다발을 들고 앉아있었어요. 그러다 제가 만든 어설픈 영상들을 보며 깔깔거리기도 하고 키득거리기도 하고. 제게 줄 꽃다발도 한 쪽으로 떨어진 것도 눈치 못 채고서요.


그때의 제 기분은 형언하기가 힘들죠. 뭔가 공짜로(?) 효도하는 느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을 찾았다는 생각. 그 충만한 기분을 잊지 못해서 결국 여러 곳 전전하다 방송을 만드는 이곳까지 왔네요. 


 (훗날, 이 비슷한 기분은 <시네마 천국> 엔딩 부분과 <비 카인드 리와인드>의 엔딩 부분에서 간접적으로 느꼈답니다.)


 













촬영 현장에서 오다영 PD






 



ARTSYKOO. 드라마 제작 과정에 대해서 들려주실 수 있나요? 드라마 촬영을 할 때 제작팀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Dayoung Oh.  오우.. 이건 아마 5페이지 이상의 답변이 요구되는 질문인데요. :) 


아주아주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하나의 이야기”가 대본이란 형태로 방송 제작계에 떠돌게 되고, 그 떠돌던 이야기가 누군가의 맘에 들어 편성이 확정 날 경우, (방송사 혹은 온라인 및 다양한 OTT) 상 아래 캐스팅이 시작됩니다. 드라마 제작에 있어 캐스팅이 절반인지라 인지도 있거나 좋은 배우가 붙으면 보통은 작업 속도에 박차가 더해지죠.


세트 미술, 장소 섭외, 주조연 및 초반 단역 캐스팅, 촬영 및 후반 팀 스태프 구성, 촬영 콘셉트 논의, CG와 드라마 컬러톤 콘셉트 정하고 테스트, 음악 및 효과 콘셉트, 대본 수정 등 전반적인 드라마 제작에 관련된 사항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아치쿠 님의 질문처럼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 있느냐라는 질문의 저의 답은 사실 “없습니다.” 일 것 같아요. :) 즉, 모든 요소가 전부 중요해서 신경을 하나라도 안 쓰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연출이 물론 신처럼 모든 것을 직접 신경 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직접 신경 쓸 수 있는 각 분야의 적합한 스태프들을 팀으로 꾸리고 자신이 생각한 콘셉트에 맞게 방향을 조절해주는 일을 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고 생각하시면 편하겠네요.)


전 조연출이라 그런 연출의 의도가 잘 전달되게끔 컨트롤타워 혹은 동네 확성기가 돼서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담당하죠.


마침 최근에 종영한 JTBC <멜로가 체질> 이란 드라마가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회자됐었죠. 직후 제게 드라마를 만드는 일에 대해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거기 잘 표현된 '회의실' 씬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담당 스태프가 연출에게 질문을 퍼붓습니다. (진짜 말 그대로 기관총처럼 퍼부어요. )


소품인 꽃병은 유리로 할지 도자기로 할지

조연 배우 옷으로는 치마를 입을지 바지를 입을지, 

비 오는 씬인데 촬영 날 비가 안 올 듯하면 살수차를 쓰실 건지 CG로 비를 뿌릴 건지, 

아역배우 누가 아프다는데 캐스팅을 교체할지, 

말 타는 역할은 스턴트로 할지, 그게 아니라면 배우가 직접 할 경우에 

승마 레슨 예산은 어떻게 정하지 등등. 



사실은 한 분야마다 몇 달을 준비하고 회의하지만 드라마 내용상 전체 회의로 진행하더라고요. 이렇듯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냥 쉬엄쉬엄 결정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들 또 말씀하시기도 하는데요, 떠돌던 이야기를 연출이 그리는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서, 모든 스태프가 자기 이름을 걸고 연출에게 질문하며 작업해요. 


그들의 열정적인 “괴롭힘”이 이 작품으로 이어지는 걸 안다면, 괴롭힘도 기왕 즐겁게 당해야겠죠. :)


 


 

 




ARTSYKOO앞전에 영상 감독 이용명 PD님을 인터뷰를 하면서 때 ‘티나 페이’라는 미국 SNL 작가이자 유명한 틴에이지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 mean girls’의 감독을 존경한다고 하셨어요.


다영 PD님은 방송계의 프로듀서나 작가들 중에서 영향을 많이 받거나 자신의 롤 모델이 되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Dayoung Oh. 아무래도 제가 몸담고 있는 업계를 기준으로 말씀드려야겠네요. 제겐 동경하는 분과 존경하는 분이 있습니다.


먼저, “동경”하는 분은 <미생><시그널><나의 아저씨> 등 현재 대한민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인생 드라마 하나쯤은 자신의 드라마로 만들고 있으신 [김원석 감독님]입니다. 



 


아마 제가 처음으로 대본을 얻어서 독학(?) 하려 했던 드라마가 모두 그분의 드라마들입니다. 그분이 만든 드라마를 볼 때마다, 드라마로 사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는지 싶어 매번 감탄합니다.






예로, 한 장면만 뽑아볼게요. <나의 아저씨> 말미에 주인공 이지안(이지은/아이유 배우)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치른 밤 동네 아저씨들이 운동장에서 동네 축구를 합니다. 



이지안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할머니의 장례식 이후는 생각보다 외롭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슬프지만, 그 후 남겨진 자신이 '혼자가 아니란 것'을 알았으니깐요. 


운동장에서 떠들썩하게 노는 조기 축구회 아저씨들이 어떤 대사 없이 꽤 오랫동안 보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말로만 들었을 땐 별거 아닌 씬이죠? 길 가다가 동네 초등학교에서도 보는 그런 아저씨들의 조기 축구.)  그러나 전 그 씬을 보고 펑펑 울었더랬어요. 아마 많은 분들도 그랬을 듯합니다. 그 익숙한 떠들썩함이 어떻게 우리에게 소중한지, 그래서 우리 인생의 범사가 얼마나 소중한지 주인공 이지안의 눈을 통해 새삼 느껴졌기 때문이죠. 


물론 이 내용을 쓴 작가님도 일상의 포착력이 예리하신 분이지만, 그 감정을 대사 없이 음악과 배우의 표정, 다소 긴 호흡의 컷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지휘한 김원석 감독님의 연출력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제가 “존경”하는 분은 [박준화 프로듀서님]입니다. <식샤를 합시다 2>에서 처음 사수로 모시고 제가 드라마를 배운 분인데요, <막돼먹은 영애 씨>부터 <이번 생은 처음이라><김비서가 왜 그럴까>까지 발랄하면서도 기분 좋게 만드는 드라마들을 많이 만드신 분이시죠!






제가 현장에서 박준화 PD 님께 참 배운 게 많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현장의 즐거움”에 대한 것입니다. 

촬영 현장에서 종일 일하다 보면 힘들고 지치고 춥고 더운 데다 스태프들은 많지 배우들도 많지, 물어보는 것도 많지, 그냥 이것저것 다 많지... 소위 촬영에 시달리다 보면 연출도 사람인지라 감정도 격해지고 자괴감이 들 때도 많거든요. 


그런데 박준화 선배님은 그 한 번을 큰 소리 내거나 화내지도 않고 현장을 지휘하셨어요. 심지어 지나가는 행인에게도 촬영으로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먼저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그렇게 현장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연출 스스로 노력하는 걸 보자니, 자연스레 현장의 스태프들, 배우들도 웃으며 따라오더라고요. '리더 leader'의 권위는 압박이나 큰 소리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인성으로 만들어졌을 때 “진짜”인 것만 같다는 생각. 박준화 선배님의 그런 모습을 보고 느꼈어요. 


제가 술자리에서 간혹 취기에 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하면, 그분은 응당 “나만 힘들겠냐? 스태프들도 힘들지.” 하며 꿀밤만 맥이시는(?) 캐릭터지만, 어쨌건 그분의 품성을 통해 전 이 일을 하면서 절대 놓으면 안 될 것 하나를 배웠습니다. :)



앞으로 하시는 작업들 모두 기대가 될 만큼, 드라마를 잘 만드시는 건 당연하고요!


 

친정 식구들 같은 오다영pd의 이전 직장 tvN 공채 1기 친구들과 함께






 

ARTSYKOO. 드라마 촬영은 실내외 공간을 오가면서 촬영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 고 있어요. 최근 아치쿠는 주말마다 지난 해 여름(2019) 작고하신 고 이정규 작가님의 스튜디오에서 유작 정리 및 작품 촬영을 하고 있는데요,  촬영을 위해서 카메라, 조명, 삼각대, 등 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렌털해서 스튜디오로 이동하는데, 최근 촬영 날마다 폭염, 강풍을 동반한 태풍, 폭우 등 정말 매번 최악의 기상 환경에서 촬영 장비를 들고 이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정말 눈물 나게 힘들었는데, 매일같이 야외 촬영하시는 방송 업계 분들은 정말 얼마나 힘들까 (심지어 아치쿠는 실내 스튜디오 촬영이었는데, 장비를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기진맥진했지요) 하는 생각에 다영 PD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드라마 야외 촬영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경험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장소 섭외, 기상 이슈, 촉박한 스케줄, 지방/해외 촬영 등 다양한 경험이 있으실 것 같아요.






Dayoung Oh. 드라마 촬영은 딱 '두 종류의 날'들로 구성됩니다. 바로, 촬영이 “아주 어려운 날”이 있고 “덜 어려운 날”이죠. 그러나 그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법은 많지 않습니다. 그저 돌발 상황들을 통해 깨달은 것들만 늘어갑니다. 


어린 시절 소풍날로부터 몇 년이 지나도 안 맞는 것만 같은 기상청 예보! 

현장 근처에 와서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도망가 버린 보조 출연자를 통해 깨닫게 된 ‘우리 인체의 신비’! 

애인이면 진작 헤어졌겠지만, 이것이 사회생활이라며 또 한 번 참아보는 연출 선배의 변덕 혹은 고집! 

촬영하기로 한 장소의 옆집에서 미친 듯 짖어대는 개에게 줄 소시지를 급구하러 달려 다니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저의 저질 체력... (모든 촬영 상황마다 각기 다른 어려움들이 있어서 하나를 뽑기가 어렵군요 ... (눈물)


다만 촬영 스케줄은 예전처럼 살인적이진 않습니다. 방송 노동법 주 52시간 촬영이 적용되면서 예전보다 훨씬 일이 "일 다워졌다"라는 게 그나마의 위안입니다. :)





촬영본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오다영 PD






 

ARTSYKOO. 실제로 제작에 참여한 드라마에 직접 출연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어요. ("식샤를 합시다" 에서 다영 PD님 출연분을 봤는데 너무 신기했어요! 아는 사람이 드라마에 나오는 일은 정말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겠죠?)

드라마에 직접 출연하는 경험은 과연 어떤 경험일까요? 직접 출연 비하인드스토리가 궁금해요! 그리고 다영 PD님은 연기자를 꿈꾸어 본 적 있나요? ㅎㅎ (연극 영화과에 갔었어도 잘 했을 것 같아요 영화배우 어울려요)




Dayoung Oh.  우리 아치쿠님은 날 너무 과찬해줘요 항상. 흑흑. 아마 캐릭터 감초 역할은 제가 잘 했을 것 같네요. (향단이 같은 주인공의 절친 역할이지 않을까요? :)


부끄럽지만, 연기자가 꿈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 비디오 키즈인 80년 대생들은 특히, 누구나 다들 한 번씩은 장래희망에 연예인 배우 써넣은 적 있죠? 그렇죠? ... 아닌가?)  왜냐하면, [오다영]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만 살기에 억울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대한민국 남쪽 지방 광주라는 곳에서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한 교복을 입고 평범하게 친구들과 어울리며 공부하는 삶 하나만 사는 것은 너무 심심하다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물론 그게 제일 소중하다는 것을 안 것은 좀 철들고 난 뒤-이지만요.) 


그래서 여러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직업이 뭘까 하다가 배우를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은 재벌집 후계자 여성으로 살다가 어느 날은 살인마 사이코패스도 돼서 여러 명의 목도 조르는...!


그 기질을 다 못 없애고, 드라마 업계에 들어오긴 했죠. 다만 더 깨달은 것들, 저는 카메라 앞보다 카메라 뒤가 5000배 더 편하다는 것, 그리고 카메라 뒤에서도 여러 개의 인생과 여러 개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겠네요. (심지어 연출은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열 댓 명 이상의 사람들의 인생을 한꺼번에 고민하느라 탈모가 생길 지경이니, 인생 한 번밖에 못 산다고 억울해 하던 꼬꼬마 오다영은 어디 가서 벌 좀 서고 있어야겠습니다.ㅠㅠ)


 



 


ARTSYKOO. 사실 아치쿠는 방송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방송일에 대한 꿈을 (꿈도 없었지만 ㅋㅋ) 꿈꾸지 못하게 되었어요. 일단 아치쿠 같은 저질 체력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 일이었죠. 

정말 특수하면서, 고강도의 집중력과 체력, 순간적인 상황 판단력, 지구력 등을 요하는 방송계에서, 다영 PD님이 오래 버틸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Dayoung Oh.  결국 “사람들”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겐 없는 매력과 성향을 품은 사람들이 일단 굉장히 많은 업계이고, (저도 이상하다는 소리 좀 듣는 편인데, 더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 동네가 방송업계가 아닐까요.? ;) 

제가 좋아하는 영화, 음악, 미술 등의 제가 즐거워라 하는 문화적 취향을 넓혀줄 만한 업계 관계자들도 많이 만났고요. 이런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다시피 하니, 

어떨 때는 그 기에 눌려 탈진할 것 같은 하루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다이내믹하고 재미있어서 인생 자체가 무료할 틈이 없었어요. 그런 사람들과 또 친해지면, 인생 자체가 재미있어지는 느낌이 들고요.


같이 일했던 한 연출 선배가 이런 말을 했어요. “연출 일은 한 번도 안 할 수는 있어도, 한 번 하고 완전히 떠나는 사람은 못 봤다” 고요. 

연출이 아니면, 제작 파트든 미술 파트든 어떻게든 방송에 다시 들어오게 되어 있다고 장담하셨는데,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런 케이스를 많이 보긴 했어요. 


결국은 방송 일은 중독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메시지가 되긴 했습니다만,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방송 일 자체가 매력적이기도 해서 많이들 저처럼 버텨가며, 그리고 즐기면서 일합니다.





드라마 ‘파수꾼’ 촬영 현장에서의 오다영 PD



 

 


ARTSYKOO. 배우는 어떤 의미에서 철학자와도 같은 고민을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맡은 배역이 ‘타인’이자, 곧 자기가 연기를 해야 되는 ‘자신’이 되기도 해야 되기 때문에 그 캐릭터를 주관적이고도 객관적인 측면에서 메타적으로 파악하고 성찰해야 하죠. 


이런 노력을 열심히 하는 배우님들이 분명 많이 계실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다영 님께서 함께 작업하셨던 수많은 배우들 중에서 ‘좋은 배우’란 이런 것이다 하는, 제작자이자 시청자로써, 본보기가 될만한 배우님이 있으실까요?


 


Dayoung Oh.  연기를 잘 하시는 배우들은 너무 많아서 손으로 꼽을 수가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부터 최근 <조커>로 “약 빨고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호아퀸 피닉스’에, 우리나라는 '송강호 배우' 님 등... 


그런 분은 어디서나 언급되시니, 전 여기서 줄이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분을 꼽아보려 해요. :)



바로 [김정영 배우님]이신데요. 최근 <봄밤>에서 정해인 배우의 엄마로도 나오신 그분, 아마 모두들 얼굴 보면 다 아실 텐데요. 3년 전인가, MBC 미니시리즈 <파수꾼>에서 조연출 일을 할 때 함께 작업한 적이 있었습니다.




김정영 배우님께서는 촬영 슛이 들어가지 않을 때는 한 쪽에서 조용히 대본을 항상 보셨어요. 마치 그 모습이 촬영 준비를 스태프들에게 방해될까 싶어 배려하는 느낌처럼 보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조카뻘 되는 스태프들에겐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것은 물론이고요!)


촬영 슛이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배역에 집중하는 김정영 배우님의 그 '따뜻한 에너지'가 좋았어요. 사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어요. 김정영 배우님께서는 제 얼굴 정도 기억하시겠지만, 제가 현장에서 혼자 감동하고 사모하고 뭐 그랬던 선배님이셔서요. 언젠가 제 작품에도 꼭 모시고 싶습니다!


 

 


 


ARTSYKOO. 제작자가 아니면 절대 모를 풍경이 바로 방송국 편집실 풍경인데요, (가끔씩 아치쿠가 다영PD 지금 뭐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편집실이라고 직접 인증샷도 보내준 적 몇 번 있죠 :) 


편집실 풍경, 그리고 편집은 방송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편집실의 풍경이 어떤지 정말 궁금해요 (왠지 매우 녹초가 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Dayoung Oh. 조연출인 제게 편집실이란 공간이 예능국에서 일할 때와 드라마국에서 일할 때가 다른데요, 


후반작업을 연출/조연출이 도맡아 하는 시스템인 [예능국]에선 능력을 항상 시험받고 좌절하는 단두대-같은 공간이었다면(ㅠㅠ) [드라마국]에선 덥고 추운 촬영장을 피해, 내 한 몸 뉠 곳인 제 아지트이자 소굴입니다. 잠도 자고 책도 보고 밤샘 작업으로 생활하다 보면, 어느새 광합성 없이 일주일이 후딱 지나가기도 해요. 


그래서 전 종종 “시간과 공간의 방”이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곤 하는 그런 신비로운(?) 공간이죠. (물론 드라마 편집은 편집 기사님이 주로 하고 그 편집실은 따로 존재하는데 조연출들에게도 작업할만한 편집실이 보통 주어지거든요.)


 













 [아치쿠가만난아트&피플] 


‘삶’이라는 드라마를 그리는 [드라마 PD 오다영]을 만나다는  part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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