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클래식 음악, 그리고 내 소중한 추억들..
바이올린을 전공하던 내 예고시절, 음악과에는 ‘향상음악회’ 라는 과목이 있었다. (우리는 보통 ‘향음’이라고 줄여 불렀더랬다.)
향상음악회는 학생들의 무대 연주 경험(연주 실력, 무대 매너, 자세)을 쌓도록 해서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게 하는 수업이다.
보통 음악과 두 반 학생들 (70명 남짓?)이 앉아 있는 객석 앞 무대에 올라가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솔로 자유곡(무반주, 반주)연주를 하고 기말 실기 곡과 겹치지 않는 곡을 연주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연주를 통해 연주를 하는 학생들은 무대 공포증을 극복(혹은 트라우마를 향상시키거나-_-;; ) 실기시험 대비를 위해 대곡(협주곡과 같은 오케스트라 반주/ 혹은 오케스트라 반주를 피아노 반주로 편곡한 반주) 평소에 연주해 보지 못한 소규모 공연장 연주회에 적합한 소나타, 소품곡을 주로 연주한다.
운이 좋으면 포핸즈 피아노, 피아노 듀오-작은 무대에 풀사이즈 그랜드 피아노 두대가 올라가는 경이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심지어 피아노 협주곡의 오케스트라 반주를 피아노 반주로 하는 엄청난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도 있다.)
평소에 교실에서 같이 까불고 놀던 친구들도 각자의 전공악기를 들고 무대 위에서 진지하게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도, 그리고 큰 존재감 없던 친구가 환상적인 연주 퍼포먼스로 일약 스타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예를 들어 평소에 아주 조용하던 남자 피아노 전공 친구가 어마어마한 사운드와 완벽한 연주로 완성하는
리스트 초절기교/ 브람스 소나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연주를 듣게 될 경우 그 친구는 연주 직후 부터 바로 전교적으로 떠들석 해지는 인기를 누릴 수도 있었다.(실제로 이렇게 내가 좋아하게 된 피아노 전공 남자 아이가 있었다!)
—————
봄도 오고,
피아노 곡들이 듣고 싶어져서
간만에 지난 주말부터
내 최애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르치의
그라모폰 CD버전 피아노 전집 마라톤을 하고 있는데
오늘 들은 이 곡은 예고때 향상음악회에서 듣고 내가
반한 수많은 멋진 곡들 중 하나,
바로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6번]을 들었다.
향상음악회 수업은 다양한 형식의 곡을 경험할 수 있었던,내 10대 시절 가장 강렬하고도 인생의 예술적 자양분이 되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덧붙여 예고 음악과 수업 중에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수업은 음악사&음악감상 수업이다. 이 수업들은 지금 내 미술사 지식의 파운데이션이 되어 주었다. 처음 미술사 공부할 때 18세기 바로크 미술사는 아- 바하가 살던 시절..! 꼬마 모차르트가 유럽 왕실 돌며 연주 하던 시절..!- 이렇게 시대 가늠을 할 정도였으니까.)
____________
여전히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들으면 향상음악회에서 연주하던 A의 모습이
브루흐 스코티시 환상곡 연주하던, 차이콥스키 협주곡 바이올린 연주 바로 다음 무대에서 다른 바이올린 전공생 친구를 위해 같은 곡의 피아노 반주를 해주던 신공을 보여주던 내 친구 K모습이
내 고2때 짝이자, 슈만의 비드뭉widmung(헌정)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내가 너무 좋아했던 그 곡의 독일어 가사를 알려준 J의 매력적인 소프라노 보이스가
클래식 음악 곡들을 들으면
예고시절 친구들의 향음 연주가 여전히 떠오른다.
miss you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