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젠틀맨을 만들다2

문장을 향한 젠틀맨의 열망 2_ "매너는 귀족을 정의하고, 그런 귀족을 동경했던 젠틀맨"

by ARTSYKOO


[문장이 젠틀맨을 만들다] 문장을 향한 젠틀맨의 열망


2_“매너는 귀족을 정의하고,

그런 귀족을 동경했던 젠틀맨"



by Artsy Koo(아치쿠)












"매너는 귀족을 정의하고,

그런 귀족을 동경했던 젠틀맨"




지난번 포스팅에서


영화 킹스맨(King's man)의 명대사

"Manners Maketh Man" 이야기하다가

'윌리엄 위캠' 문장 이야기까지 말했었지? :D





앞전에 봤던 윌리엄 위캠의 문장이야.

위캠의 문장을 한번 자세히 살펴볼까?


먼저 방패를 살펴보자고!

문장에서 방패가 중요하다고 말했었던 거 기억나지?ㅎ


방패 위에는 빨간색 꽃(아마도 장미)이 3개 배치되어 있네.

그리고 검은색 격자무늬가 모서리가 중앙에 보이지?

사실 이런 형태, 그러니까 꽃, 중앙에 격자와 같은 모티프는

위캠 문장뿐만 아니라 이 당시 만들어졌던 당시 여러 가문의 문장에도 나타나고 있어.

(나중에 살펴볼 문장에도 등장하지 ㅎㅎ 뭘까?ㅎㅎ 궁금하지?ㅎㅎ안알랴줌 지금은)



이런 모티프

1. 당시 문장원에서 권장했던 디자인이거나,

2. 당시 사회에서 유행했던 양식일 가능성이 높아.




문장은 일반적으로 당대인들이 선호했던 양식,

혹은 유행하는 미술 양식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제작되곤 했지.



일례로 이르게는 17세기, 늦게는 19세기경에 만들어진 문장은

이전시기인 중세, 르네상스 시대 문장들보다

장식적이고 화려한 경향이 강해.



이건 바로, 당시 유행했던 미술 양식,

바로바로 '바로크 로코코(주렁주렁 치렁치렁 번쩍번쩍 풍성풍성)'

스타일의 영향이야.



주로 이 바로크 로코코 양식의 주요 장식 모티프인

식물 넝쿨 모양(소용돌이 문양)을 엄청 보드라워 보이는 비단 망토와 함께

문장의 방패 곁에 화려하게 장식하곤 했지.




The German Hyghalmen Roll from the late fifteenth century. This roll is currently in the possession of the College of Arms after it was given to them by Thomas Benolt, former Clarenceux King of Arms, its previous owner..jpg
German heraldry has examples of shields with numerous crests, as this arms of Saxe-Altenburg featuring a total of seven crests. Some thaler coins display as many as fifteen..png


왼쪽 이미지는 15세기 후반 독일에서 제작된 당대 문장 이미지 자료야. 방패에 2~3가지 컬러(심지어 색도 Black & White 조합이 제일 많아 ㅎ 간간히 빨간색, 노란색-금색? 이 보이기도 하고)만 사용해서 아주 심플한 상징 기호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문장들이지?

오른쪽 이미지는 작센 알텐부르크 공국(duchy of Saxe-Altenburg)의 문장이야. 언뜻 봐도 오른쪽 문장은 어마어마하게 화려하고 장식적이라는 인상이 확~들지 않니?ㅎㅎ문장 주변에 망토를 펼치고 그 위에 소용돌이 모티프가 주렁주렁 장식되어서 엄청 치렁치렁한 문장이 되어버렸네? 금색을 많이 써서

더 고급스럽고 화려한 느낌이야.

(이미지 출처: "Deutsche Wappenrolle" by Professor Hugo Gerard Ströhl (1851-1919))







또한 문장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문장의 세부 모티프들도 중요하지만,

사용된 색(colour) 또한 중요한 이슈야.



위캠 문장을 다시 봐봐!

사진이 너무 위에 있지?ㅎㅎ 텍스트와 이미지의 스압으로 저 멀리 떠밀려갔네 ㅎㅎ

그래도 한번 올라가서 다시 바바바바ㅎ


무슨 색을 주로 사용했어?



검정, 흰색, 빨간색

보이니?ㅋ





앞서 말했듯이


문장원이 제시하는 문장 디자인은


특정 조건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 했어.


그런데 이 조건들을 다 만족시켜서 디자인하다 보면

아무래도 제약이 많았겠지? 고약한 사람들!ㅎ칫!


각 가문의 문장들이 다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이 생겼던 거야.




특히 유럽 각 왕실 가문의 문장들은 서로 많이 다른 듯 하지만

또 꼼꼼히 살펴보면 참 닮아있기도 해.



이렇게

유럽 왕실 문장들이 서로 비슷한 경향을 띠게 되는 배경에는


바로 정치 외교적 목적 하에 서로서로 결혼하면서

결과적으로 모든 유럽 왕실이 친인척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서,


특정 왕실의 문장 모티프가 다음 세대의 결혼과 함께

부부의 양측 가문의 문장이 사이좋게 절반씩 결합돼서

새 문장이 탄생하게 되는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어.





실제로 스페인, 영국, 프랑스, 덴마크, 오스트리아, 이태리 등

각기 나름 화려한 시절을 가지고 있던 터라

서로서로 결혼해서 친인척 관계를 형성해왔는데,


그러다 보니 유럽 국가의 왕실이나 유명 귀족 가문들의

문장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 혹은 식물 친구들은

매우 한정적인 편이야.



대게

그리핀(griffin, 사자 몸통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지닌 신화적 존재),

사자, 독수리, 유니콘 그리고 튤립 등이 있지.




800px-Escudo_de_España_(mazonado).svg King Felipe VI spain.png
Christian I of Denmark Coat of Arms 1457-1460.png
Coat of Arms of Edward III of England (1327-1377).png


맨 위 문장부터 시계방향으로 현 스페인 국왕, 영국 에드워드 3세, 덴마크 크리스티안 1세의 문장이야.

여기서 퀴즈!!

이 세 문장에는 총 몇 마리의 그리핀이 등장할까요?ㅎㅎ


1. King Felipe VI spain (r. 2014~)

2. Edward III, England (r. 1327-1377)

3. Christian I, Denmark (r. 1457-1460)







마지막으로 문장의 모토(motto)에 대해서 살펴볼게!


문장 하단에 스크롤(scroll)에는 보통 성경 구절(라틴어), 당대 유행했던 유명 격언(일례로 윌리엄 위캠은 Manners Makyth Man이지 ㅎㅎ)부터 다양해. 종교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을 때는 종교적 모토를, 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서는 금전적인 것과 관련된 모토를 사용하기도 했어.

문장에 사용된 미술 양식 말고도 이 모토를 통해서 당대인들의 시대정신을 확인할 수 있어.





이번에는 문장을 등록하는 절차를 살펴볼까?


만약에 너가 귀족이고, 가문의 문장에서 따온 상징 기호를 조합해서 너만의 새 문장을 만들려고 한다면,


먼저 문장원(college of arms) 신청 서류를 제출하고,


심사단에게 너의 가문과 신분이 문장을 등록하기에 법적으로 결격사유가 없다는 확인 절차를 통과해야 할 거야.



또 기존에 등록되어 있는 문장이랑 겹치지 않는 선에서

너가 원하는 이미지를 자세하게 문자로 묘사한 문서를 작성해야 돼..


너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상징 기호(crest)도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사안이고..


아무튼 원하는 문장 디자인에 대한 서류를 제출하면, 문장원에 있는 문장 디자이너들이

니가 원하는 서술형 문장 디자인을 기반으로 문장 디자인 룰 안에서

기호를 조합해서 그에 걸맞은 문장을 완성시켜주는 거지..

최종 인준 과정에는 문장원 최고위원인(Kings of arms)에서 너의 문장을 최종 승인해줄 거야.


그러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너의 문장 완성!





결코 쉽지 않아 보이지? ㅜㅜ

과정 또한 너무 귀족적이야.. 과정과 절차가 너무 심각하게 중요해..




그래서였을까?

이런 문장원의 권위는 18세기를 지나면서 점차 이전만 하지 못하게 되지..



세상이 뒤집어지기 시작했거든 ㅎㅎ

이게 무슨 소리냐고?



이전보다 문장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이야기야.


문장은 귀족만 가질 수 있는 거라며? 하고 묻고 싶기도 할 거야 아마도 ㅎㅎ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어느 시기부터, 어떤 시점부터, 그 누군가에 의해서


YES and NO!





어떻게 그러냐고?


17~18세기를 지나면서부터야..


영국에서는 (비단 영국만의 이슈는 아니었지 사실 ㅋㅋ세계적인 추세였어)

귀족이 아니더라도 귀족만큼 고결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많아졌어..


그들은 실제로 그렇게 살 수 있는 자금도 두둑이 있고 정치적 인맥도 많아졌지...




그게 누구냐고?



상업에 기반을 둔


영국 신흥 부르주아들이었지.


이 사람들은 상업적인 이익을 기반으로 상류사회에 진출하고 싶어서

실제로 젠틀맨이 되거나, 젠틀맨 인 채 하며 살아가고 싶어 했어.





이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려면 우리는

다시 "Manners Maketh Man"

이라는 말을 잘 살펴봐야 할 거야!



"매너(manners)"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도대체가 어디서, 어떻게, 왜 나온 말일까?




매너..

이 매너라는 말은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예의, 예절이라는 뜻으로

종종 사용하기도 하는 말이잖아.

매너 말고 또..

'''



에티켓..!

ㅎㅎ

에티켓(étiquette)이라는 말도 가끔 사용하기도 해.

공중 화장실 문에 붙여진 스티커에 "공중화장실 에티켓" 이러면서 본 적도 있어ㅎㅎ




사실 이 에티켓이라는 말은 원래 중세 프랑스에서부터 사용되었던 고어인데,

"덧붙이다."라는 뜻에서 파생된 말 이래.



루이 14세 때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이 '에티켓'이라고 불뤼는 '작은 카드'를 만들어서

궁정인들이 아름다운 베르사유 안에서 꼭 지켜야 되는 법도를 알리는 용도로 사용했어.



이를테면 뭐..

"정원에 잔디를 밟지 마시오."

(임마 너 내 잔디 막 밟고 그러지 마라.. 나 완전 짜증 나니까- 루이 왕이)

뭐 이런 거지.



영국 상류사회에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매사에 여러 법도를 잘 지킬 수 있도록

우수한 교육을 받았나"



그러니까..


"명문가 출신이냐" 였던 거야.



이렇게 엄격한 예의범절이 사회의 큰 화두가 되었던 배경에는 남모를 속사정이 있었어...



바로,

'자리싸움'

'기싸움'이 있었지.



귀족

VS

새로 귀족사회에 속하려 하거나 혹은 그들과 동등해지려는 귀족이 아니었던,

귀족은 못되더라도 젠틀맨의 삶을 살아가려고 발버둥 쳤던



사람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있었어.



17~18세기를 지나면서 영국은 말 그대로

원래 잘 나가던 사람들과 지금 막 잘 나가게 된 사람들 사이의

'불편한 동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



나는 원래 고귀하고 선택받은 귀족 태생인데,

누가 돈을 엄청 써서 내가 하는 모든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하기 시작하는 거야.


나만큼 잘 나가려고 내가 가는 사교 클럽에 들어오려고 애쓰고

내가 땀을 닦는 모습,

인사할 때 표정,

악수를 청할 때 자세 이런 것부터

우리 집 인테리어,

내가 입은 옷!(이게 제일 싫을 거 같아.ㅠㅠ)

머리스타일!(이것도 싫다..)

내가 타고 다니는 차


이런 걸 전부

어설프게나마 다 따라 한다고 생각해봐...



심지어 상류사회의 특권이자 상징이 '문장' 까지 따라 하고 싶어서

문장원의 허가도 없이 마음대로 그려서 장식하고 그런다고

생각해봐..



당연히 처음엔 저러다 말겠지..

내가 누군데 날 따라올 수 있겠어?라고 신경 안 쓰다가


점차 나를 따라 하는 수준이 아니라

내가 따라도 못한 스케일로 여기저기서 뽐내고 다니기 시작하는 거야..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몇 대에 걸쳐서 내려오던 내 귀족 지위, 재산 모든 게 위태로워지고

여차하다간 몰락한 귀족 되겠다.. 싶은 거지.


심지어 돈이 없어서 몰락하면 나보다 미천한 출신이지만

부유한 가문의 여자, 남자와 결혼해야 될 지경에 이르렀거든.



William Hogath, 'Taste in High Life'(1742), V&A Search the Collections,

http://collections.vam.ac.uk/item/O182783/h-beard-print-collection-print-hogarth/

이 그림, 정확히 말하면 판화 그림은 18세기 영국에서 정치 풍자화로 유명세를 날렸던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의 그림이야. "상류사회의 취향(A Taste in High Life, 1746)"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중 한 장면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한 두 군데가 아닌 걸 알 수 있지. 사실 여기서 호가스가 말하는 상류사회의 취향이라는 제목은 반어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아. 지금 그림에 보이는 인물들은 사실 귀족적 소양이 되지 못하는 소위 말하는 졸지에 부자가 돼서 상류층에 편입되고 싶어 안달이 난 졸부들인데, 돈 칠갑(?!)을 해서 귀족들이 하는 온갖 살림살이, 옷이며 흑인 노예, 집사 등등 상류층 사람들이 갖춘 모든 것을 돈으로 마련하고 채워 넣는 모습들을 풍자한 그림이지.. 화면 중앙 아래 원숭이는 이 집에서 구매한 상품 목록을 읽는 중이야. 엄청나게 사치스럽고 과소비가 일상화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 그리고 왼쪽에 있는 젊은 여자와 의자에 앉혀진 흑인 노예가 서로를 응시하는 게 뭔가 끈적한 뒷 이야기(부적절한 관계?!)를 연상시키는 것 같지 않아? 무분별한 귀족 따라쟁이 생활, 그리고 도덕적으로도 타락한 당대 영국의 졸부들에 대한 시니컬한 호가스의 시선을 엿볼 수 있어.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인 즉,



우리가 살펴볼 영국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 "예절", "법도" 이런 개념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사회적으로 뭔가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기존의 상류사회,

그러니까 귀족들이 갑자기 예절에 극도로 민감해지고, 또 엄격해지고, 온갖 예절 법도를 만들어내면서



"예의 바르고 예의 바르지 않고를 평가하는"

고약한 심사위원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는 거야.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그게 귀족의 특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영국에서는 예절, 각 상황 별 법도에 대한 책들이 엄청나게 많이 출판되지.




자존심 센 귀족들한테 지킬 수 있는 재산은

사회 지도층으로써의 '정신적, 무형의 유산', '특권' 이런 것들이었던 거야.





그러니까 "예의"에 대한 영국인들의 강박적이다 싶은 인식은


영국 사회가 겪었던 격동의 시기,



즉 귀족과 신흥부유층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면서


귀족들이 스스로를 지키고자 치열하게 완성했던


어떤 특정 시대의 '사회 문화 코드'였던 거라고도 볼 수 있지.




그리고


그런 귀족들의 법도를 따라 하고,

체화시키려 부단히 노력했던 이들이 바로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젠틀맨', "영국 신사"라고 볼 수 있어.



결국



"매너는 귀족을 정의하고,

그런 귀족을 동경했던 젠틀맨"



매너가 귀족을 정의하고,


귀족이 되고 싶었던 부유한 일반인들은


귀족들의 매너를 익혀서, 그들의 삶을 모방해서라도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점핑(jumping)시키고 싶었던 걸 거야..


그래서 '젠틀맨'이라도 돼서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입장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지.




자, 그럼 오늘은


여 기 까 지!




다음에


또 보러 와!


안녕!!

sticker sticker



















본 글은 지난 201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미술이론과 전문사과정 석사 학위 수여 논문


< 18세기 영국과 중국 간의 자기 무역: 문장자기 정찬세트의 사례를 중심으로, The Export Porcelain Trade Between Britain and China in the Eighteenth Century: In the Context of British Armorial Porcelain Dinner Set, 작성자: 구예림>


을 토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영국 문장 자기 British armorial porcelain]의 역사적 배경에 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께서는

링크로 접속하여 논문을 열람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rtsy 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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