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 일내다
딸의 소원인 강아지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지 몇 개월이 지났다.
아직은 어린 강아지.
집에 온 첫날부터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렸던 나무 인형 장식품을 아그작 아그작 쩝쩝거리며 씹던 녀석이다.
아직 이갈이 중인 녀석을 위해서 개껌과 강아지 인형 등을 사다 놓았고 그것들을 가족들 앞에서는 잘 물고 씹고 잘 논다.
아직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녀석이 꽤 영리한 것이 가족들 앞에선 자기가 무엇을 가지고 놀아야 하는지 아주 잘 알지만, 가족의 시선에서 살아지면, 놀고 싶었는데 놀면 안 되는 것들을 가지고 놀고 물어뜯고를 하고 있었다. 증거는 있으나 현장 검거가 아니기에 이미 망가진 물건들을 가지고 강아지 앞에 가서 ‘안돼’를 외쳐봤자 통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 녀석은 딸이 애지중지하는 인형들을 타깃으로 하나둘씩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고 있었다.
이녁석은 자기보다 사이즈가 작은 인형들로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하나둘씩 물고 뜯고를 하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집에서 조용하면 무언가 불안이 엄습한다. 주로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장난들을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일 테니..
난 그 경험을 우리 아이들로 인해 벌써 경험을 했었고, 이젠 강아지의 조용함 또한 아이들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배우는 중이었다.
‘앗! 로지가 조용한지 10분 정도 됐다’ 난 다급히 로지를 불렀다.
“로지~로지.” 너무 해맑은 표정으로 로지가 내 곁으로 슬금슬금 온다.
아~뭔가 불안하다.
“너 뭐했어?”
로지는 나를 보면서 하품을 연신한다.
“이거 연긴데.”
난 다급히 딸 방으로 가봤다.
‘앗! 오늘은 너구리 인형이 간택이 됐구나’
솜이 다 빠지고 너덜너덜해진 너구리 인형이 침대 끄트머리 위에 쓸쓸히 놓이여 있다.
벌써 3번째 인형이다.
아무리 자기가 애지중지 이뻐하는 강아지여도 자기 인형들을 갈가리 찢어 놓는 거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다.
“이거 봐. 어떡하지?”
난 갈기갈기 찢겨서 나간 너덜너덜한 너구리 인형을 남편한테 보였다.
“애 모르게 빨리 버려.”
나도 남편과 동의중이었다. 찢긴 인형을 앉고 울고불고 할 거기에...
‘미안하다 너구리야. 딸한텐 차마 너를 보여줄 수가 없겠구나’ 난 혹시라도 딸이 쓰레기통에서라도 볼까 봉지에 둘둘 말아서 너구리 인형을 버렸다.
딸이 학교에서 왔다.
“하이 마미.”
“엉~왔어.”
딸은 오자마자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1분 2분 정도 지났을까?
“옴마~ 너꾸리 오띠가찌?”
신기하게도 침대에 인형들이 한 30가지 정도가 누워 있는 거 같은데 이번에도 귀신같이 알아차렸다.
“너구리? 글쎄?”
한글 공부를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한글 교재에서 받침이 없는 글들을 배우는 중이다.
너구리. 받침이 없기에 며칠 전 배운 단어다.
또한 책에 그려져 있던 너구리란 녀석이 딸 방에 놓인 너구리랑 너무 똑같이 생겨서 신나 한 것이 며칠 전이다.
로지는 너무 해맑게 딸을 졸졸 딸아 다닌다.
‘완전 범재다’
하루 이틀이면 잊어버리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나의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이었다.
며칠째 없어진 인형을 찾는 중이다.
그랜드 캐니언에서 하이킹을 하고 기념품점에서 아빠가 사준 인형이라면서....
남편은 슬그머니 물어본다.
“아직도 찾아?”
“어.”
“큰일이네.”
“그러게 말야.”
‘딸~없어.. 아무리 찾아도 안 나와. 그만 찾는 거 포기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