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개구이 뷔폐를 가다.
도쿄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의외로 먹으러 가기 어려운 음식이 있다.
바로 조개구이다.
어느 날 지인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조개구이 먹으러 버스여행 안 갈래요?"
조개구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인데 벌써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잠깐의 전화 통화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미 조개구이에 맥주 한잔의 환상에 취해있었다.
거짓말 조금 더 보태면 백 년 만이라며 이번 기회에 마음껏 먹어보자는 취지로 버스여행을 떠났다.
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오랜만의 버스여행인지라 설레어 새벽까지 잠을 못 자고 뒤척거렸다.
맛있는 조개구이를 먹을 생각에 들뜬 것도 있지만 제일 기대했던 것은 오랜만의 여행이었다.
일본에 취업한다고 한국생활을 다 접고 타국으로 넘어와 3년이 되었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 사람들을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다.
‘일본에서 학교를 나오고 이곳에 내 가족이 있었으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어느 순간 나도 인지하지 못할 만큼, ‘혼자가 좋다. 혼자가 편하다’라며 나를 감싸버렸다.
내가 맞다는 사실을 인정시키기 위해 방어기제가 발동된 것이다.
이 반동 형성의 스위치가 켜졌고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사실은 사람이 그리웠고 보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다.
오전부터 본격적으로 관광지 투어가 시작됐다.
포토북에도 실린 만큼 유명한 호수가 오늘의 첫 일정이었다.
책으로 보면 반사된 호수와 햇빛의 절묘함을 현실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그저 아름답게만 보였다.
드디어 우리가 기다리던 오늘의 하이라이트 조개구이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 직원분은 우리를 자리로 안내해 주시고 익히는 방법과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설명이 끝나 마자 본격적으로 먹을 준비를 시작했다.
바로 조개를 석쇠에 올렸다.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시간은 90분.
하나라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분주해졌다.
그사이 석쇠에 올려놨던 조개들이 서서히 ‘딱딱’ 소리를 내며 벌어졌다.
동시에 우리의 눈은 익은 조개에 포커스가 맞혀졌다. 익으면 바로 먹고 다시 올리고..
이날 우리의 분담은 그 어떤 파트너보다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