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공장 시절(2)

by 아루하


2019.05.31.

언니...

언니가 준 바나나에서 술맛 나요..

왜죠.. ㅋㅋㅋㅋㅋ

오늘은 에브리 '적재'하고 있담ㅜㅋㅋㅋㅋㅋ

(라인 타고 흘러내려오는 제품을, 살균작업하기 위한 판에 정신없이 옮겨 담는 것.. 차수 보이게 일정하게 담아야 함. '판 까는 거'라고도 함..)


오전이 어떻게 갔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모한테 노하우 들어가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는데,

아무래도 난, 에브리에도 소질이 없나 보다ㅋㅋ
점점 처치 곤란한 인력이 되어가는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A 씨는..ㅋ

에브리 적재, 힘들다.

미꾸라지마냥 다 튕기고 미끄러지고 위아래로 자꾸 섞이고..
많이 집어가고 싶은데 다 떨어지고 참..
근데 같이 하는 이모가 많이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셔서 할 만했다.
그리고 에브리 적재를 언젠가 해야 했다면 5시 퇴근인 오늘 하는 거, 아주 좋지 않나ㅎㅎㅎ


쉬는 시간에 마주친 삼촌이 오늘은 어디있냐길래 에브리 적재한다고 했다.
"판 터는 게 쉽냐, 그게 쉽냐"고 하셔서 판 털고 싶다고 2층으로 불러달라 했다ㅋㅋㅋ

복층은 여덟시까지라네. 그래서 친구는 오늘도 여덟시까지란다.
돈 벌려면 복층에서 일해야 되긴 한데, 별로 욕심이 안 생긴다ㅋㅋ

(복층에서 일하려면 약간의 테스트를 통과해야했다)


밝을 때의 퇴근은 참 눈부셨다.
탈의실 갔다 오는 길은 왜 이리도 시원하게 바람이 불고,
통근버스의 에어컨은 너무나도 짱짱하고,
세 시간 이른 퇴근에 설렜으면서도 정작 몸이 쑤셔서 별거 못하고 누워만 있었던.




2019.06.03.

출근하기 전에 예전에 다른 공장 아르바이트할 때 메모한 걸 한참 읽었다ㅋㅋ
웃겼다ㅋㅋㅋ 그리고 몇몇 개는 그때의 감정이 그대로 올라와서 짜증도 났다ㅋ
잘 다듬고 더 기억나는 거 있으면 덧붙여서 블로그에 올려보고 싶지만, 의욕이 막 샘솟진 않아서.. ㅎ
-잘 다듬고 더 기억나는 거 덧붙이는 게 쉽지 않더라.. ㅋ 그래서 그냥 올리 있음..
더울 것 같아서 오늘은 반팔만 입고 나와봤는데, 약간 으슬으슬하다ㅋㅋ
출근버스가 40분에 도착했는데 줄 서 있던 사람이 나 포함 세 명뿐이었다.
친구는 보이지도 않았다. 불안불안..
어디쯤인지 물어보려고 했더니 이미 문자가 와있었다.
그래 수고해라ㅎㅎ,라는...

왠지 문장만으로도 홀가분하기까지 한 그 대사는,
친구가 오늘 출근하지 않는다는 뜻이었고,
이번 주에 간다던 여행이 오늘부터 일을 빼야 할 일정이었다는 의미였다.
하하ㅋㅋㅋㅋㅋ 이제야 알았군ㅋㅋㅋ

오늘은 A 씨가 보이지 않는다ㅜㅋㅋㅋ
인원배정도 다른 분이 하셨다.
무튼 3층 선별실 가게 돼서 꼼짝없이 꼬막이구나 했는데-

가보니 진짜 꼬막인 것 같긴 했는데ㅋㅋ

도중에 감자로 바뀌었다.

어떤 분이 오셔서 이모랑 학생 한 명은 감자 하러 가라고 해서ㅋㅋ
예전에 계란이랑 당근 후레이크 했던 4층 구석에서 감자 선별 중...
일하다 보면 느끼는 거지만, 난 참 운이 좋다.
화 안 내는 이모들을 만난다ㅎㅎㅎ
화 안 내는 이모랑 단둘이서 감자만 선별하는 이런 꿀 같은 상황에도

2층에서 판 털고 싶어 하는 바보..

바로 나..
판 터는 게 제일 쉽다고 이모도 그랬다. 힘들지만 쉬운 일.
그래서 요새 안 시켜주나.. ㅜ

나 일 정말 못하잖아요.. 빨리 데려가요...

늘 어디선가 삐리리리 하는 후진 음악이 들리거나 이모들의 담화가 끊이지 않는 복작복작한 환경에서 일했.
하지만 오늘은 아주 적막했다.
선별실 배정 인원이 많아진 이유로 위생복은 좀 부족했던 것 같다.
나는 알 수 없는 사이즈의 위생복을 부랴부랴 주워 입고 오늘의 근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따라 유난히 냉기 가득했던 3층 선별실이, 냉장고라 불리는 이유를 알아버렸다.
진짜 추운 곳은 따로 있었기 때문에.



​2019.06.05.

어제 하루 못 봤을 뿐인데

아주 쪼끔 그리웠던 A 씨 딕션..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은 어쩐 일인지 판 터는 걸 하게 됐다.

A 씨를 이렇게 기다려보다니요..ㅋㅋㅋ

우리 퇴근요...! 어디 계시나요!!!
-퇴근 전에 모여야 되는데, A 씨가 안 나타나고 있었다 ㅋㅋ​

오늘은 기사 아저씨가 25분에 오셔서, 버스 안에서 기다렸당ㅎㅎㅎ
늘 일찍 오시는 이모랑 기사 아저씨만 계셨는데 대화가 너무 재밌었다ㅋㄱㅋ
얼핏 들린 대사가,

"쫌 더 일찍 태어나서 할매를 만났어야 했다"라고ㅋㅋ


웬일로 오늘도 판을 턴다.

(야간반 할 때는 어제오늘 분간이 잘 안 간다... 퇴근한 날 출근하는 뭣 같은 기분 포함..ㅋㅋ)
에브리가 물량 폭주 중인가 보다.

오늘은 남자 이모랑ㅎㅎ 넘나 빠르시다;;
-웬만하면 실명을 가리려고 했는데 이모님 성함이 '남자'셔서, 계속 카오스 상태였던 건 꼭 기억하고 싶어서 ㅋㅋ
물질(걸레질 같은 거, 바닥에 흥건한 물들을 하수구로 몰아내서 물기제거)을 제대로 안 해서 바짓단이 홀랑 젖었다.
찰박찰박한 시간이었다.
이모가 이름을 몇 번이나 물어보셨고, 외우기 힘들다고 하셨다ㅎㅎ
-그 정도로요...?;;;
에브리 위에 많다고 빨리 하자시던데.. 오늘도 하루 종일 에브리인가요...

언니가 김밥 줘서 밥시간에 밖에 나가서 먹고 왔다ㅎㅎ
정말 맛있는 김밥이었다!
참치김밥은 참치가 퍽퍽해서 잘 안 먹는데, 꿀떡꿀떡 잘 넘어가는 김밥이었다ㅎ
-맛집이라고 몇 줄씩이나 사셨다 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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