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공장 시절(4)

by 아루하


2019.06.23.

가사전반(너무 번역투 인가...) "家事全般"


또 내일 휴무받음.
어디서 살 지 아직도 고민 중...

불확실한 딱 한 가지 때문에 다음 문제로 못 나가는 중...
문제라고 하고 보니 알겠다.

어려운 문제라면 다른 문제를 풀고 돌아오면 된다.

친구가 신혼집 구경을 제안하였다.

또, 또 월요일 휴무라네.
이건 대구에 돌아가라는 신의 계시일까?
어차피 여기 있어도 일이 안될 거야,

돈이 안될 거야, 뭐 이런..



2019.06.25.

뭐 다 문제네 나는-
들고 온 가방도 문제고,
맨날 판만 터는 것도 문제고,
그래서 휴무 많은 것도 문젠데,
내가 판 털고 싶어 하긴 했지만,
내가 희망한다고 배정해 줄 만큼,
A 씨가 나를 좋게 생각하긴 해?
난 뭘 그렇게 느리게 했다는 걸까,
내가 불성실했던 태도는 대체 뭐였던 걸까,
나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사람을 신경 쓰느라
내 마음은 너덜너덜했다.

-오늘 만난 처음 보는 이모 딱 한 명이.. 하루종일..
힘들면 웃어 버릇했던 요 몇 년간
딱 이런 것에서만큼은 웃음 한 점 띄우는 것도 버거웠고,
온종일 '지쳤다'라는 말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모는 질투하는 거냐며, 빨리 연애해야 한다며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확실히 질투가 아니었다.
스치듯 들려왔던 작은 주제가, 어쩐지 날 깎아내리는 말 같다는 추측 때문에.
고작 그런 추측 때문에 '섭섭했을' 뿐이었다.
-뭐 때문에 그런 말을 들었는지, 뭐 때문에 섭섭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걸 보면, 애쓰지 않아도 어차피 지워질 것 때문에 크게 실망할 필요도, 상처받을 필요도 없는 것 같다.


맨날 판 털기를 하는 게 초보자 코스라고 하더라도, 다른 일보다 판 털기가 진심으로 좋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나는 왜 다른 사람한테 못마땅하게만 보이는지 모르겠다.



2019.06.27.

오늘도 판 터는 거였는데, 어쩐 일인지 난 첫 시간 내내 '박스를 치게' 되었다..ㅋㅋㅋ

(박스 접고 테이핑 해서 라인에 흘려보내기)
그리고 박스를 다 치고 난 두 번째 시간..
복층에 내려가라는 얘기를 들음....
아니, 저.. 저기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들을 필요가 있나요..?
점심 먹고 다시 2층으로 올라오랬는데,

갔더니 박스 또 갖다 놨다고ㅋㅋㅋ
트로트 흥얼흥얼의 시작...

반복되는 단순업무의 폐해, 그 첫 번째.

정말 뜬금없는 노동요를 찾아 하루종일 흥얼거리게 됨..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
곤란..
박스 치는 게 어려운 건 아닌데.

판 터는 게 좋을 뿐인데..
그리고.. 왜 이렇게 가까이에서 얘기...

하루종일 이름 많이 불린 날.



2019.06.28.

오늘로 이번 주 내내 판 털기ㅋㅋㅋ
고정픽이 되었나봄니댜...

남자애들이 판 터는 건 많이 못 본 그림인데..ㅋ
남자애들 조에서 빠레트 반대로 깔았길래 후딱 가서 뒤집어주고 왔더니
삼촌이 웃으면서 오고 계셨다.
-너도 이제 고인물 다됐다, 인정해라, 이런 느낌이었다.


오늘 같이 판 터는 애는 나보다 조금 더 오래 일한 것 같은 앤 데 23살이고,
약간 힘이 없어 보인다. 왠지 늘 그래 보인다..
-그리고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하하하


새로 왔던 (오자마자 젊은 삼촌이나 A 씨를 되게 거리낌 없이 대하는 것 같은) 애들은 다른 데로 불려 갔다.
그중 에브리 적재하러 간 애들도 있는데, 버틸만했는지 모르겠다.

무튼 다섯 시 퇴근...
버스 내리기 직전까지 참.. 실신한 수준이었다.
잠결에 언니가 날 보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코라도 골았나 보다 ㅋㅋㅋ



2019.06.30.

신이여, 고맙습니다. 저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어느 드라마에 나온, 어느 책의 구절. 되게 간결한데 로맨틱의 끝판왕인 대사다. 다시 봐도..




2019.07.01.

내가 선택한 답을 정답으로 만들지 못해서,
자꾸만 신에게 가르쳐달라고 한다.
흐르는 대로 두면 자연스럽게 올바른 길로 가는 줄 알고.
어느 쪽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해서 선택이 어려운가..

비 오는 날은 우울하겠지만, 꽃은 빗속에서도 곱게 피지요?

- 어떤 교수님이 오늘 올리신 인스타 피드
위안이 되었습니다...
비 오는 날만 되면 아무 의욕도 없이 젖은 수건처럼 축 늘어져있는 저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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