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9.
어제는 1시 출근이었고, 아주 잠깐 복층에서 설명서 넣는 거 하다가
에브리 깔러 갔다, ㅅㅇ이 언니랑.
두 번째 긴 하지만 역시 나는 잘은 못해서 또 정신없이 노력하는 것밖에 할 게 없었다ㅋ
7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간다
별로 기억나는 거 없이 하루가 끝난 느낌..
아, 엊그제 술을 마셔서 눈이 아주 띵띵 부은 채로 출근했다.
얼음컵을 눈에 대고 있었더니 조금 가라앉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하루종일 슬픈 눈을 하고 다님.. ㅜ
출근해서도 눈에 생수병 대고 한참 있었는데 보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하고 가셨다.
삼촌은 아픈지 맞았는지 물었고ㅋㅋ
이모는 눈병 났냐고,
언니는 안경 썼을 땐 영심이 같았는데 벗으니까 또리또리(?)하다고.. 뭐 모르겠다ㅋㅋ
-또리또리가 뭐야....
무튼 난..
내 부은 눈을 보면 또 슬퍼져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잠시 눈을 감고 싶고
아무 생각도 안 갖고 싶다.
하루종일 잔다고 해도 죄책감이 안 들었으면..
신발장 구석에선 점심을 포기한 아이들의 여행 이야기가 들려왔다.
여행을 갔다 온 게 아니라, 여기서 열심히 일한 돈으로 가려고 하는 미래의 여행에 대해서.
들려오는 재잘거림을 자장가처럼, 난..
2019.07.10.
오늘은 꼬막 선별 중...
왜지.. 꼬막이라니..
꼬막 선별 시간의 재미는 이모들의 담화다ㅋㅋㅋㅋ
오늘은 자제분들? 얘기도 나오고 결혼 얘기도 나왔다.
ㅅㅇ이 언니랑 ㅇㅇ이도 같이 갔는데, 그것도 그것 나름의 재미가...
동질감이.. 음.. 뭔가 설명 못하겠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비 엄청 쏟아지.. 고 있음..
-그친 줄 알았다가 좌절하는 중..ㅋ
신발 다 젖어가고.. 내 빈약한 종이가방이 속절없이 HP를 잃어가는 날씨.
점심시간에 내려와 보니 내 우산을 누군가 사용한 흔적이 있어서 쪼끔 경계했다.
판 털기에 비하면 훨씬 덜 아프고 덜 힘들고 좋지만, 나는-
2019.07.11.
오늘도 ㅇㅇ이랑 판 털었는데, 아무래도 어제 선별실에서 일한 게 힘들었는지 감기몸살 기운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결국 조퇴.. 나 말고ㅋ
나는 점심시간에 만난 언니한테, '언니가 내 짝으로 곧 판 털러 올라올 거'라고 심술 맞게 웃었다.
근데 신입이 왔네?ㅋㅋㅋ
오자마자 너무 싫어하는 것ㅋㅋㅋㄱㅋㅋ
거기에 대고 삼촌이 "이 언니는 판 털기가 제일 좋다 했다"라고 장난스럽게 얘기하셨고,
갑자기 오늘따라 그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왠지 부끄러운 느낌ㅋㅋㅋ
2019.07.15.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면 무시해야 해.
날씨 같은 거지만 그 사이에 엄청난 일을 벌일지도 모르는 무시무시한 게 바로 기분이라는 녀석이거든.
주변에 누군가
요즘 들어 화가 많아졌거나 묘하게 신경질적인 사람이 있다면,
어딘가 아프구나, 하고 생각해 봅시다.
마음이 몸에게 그러하듯,
몸도 마음에게
신호를 보내는 거니까.
정말로 화낼 이유가 있더라도
어딘가가 아프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걸 수 있어요.
대구로 다시 가기로 정하고 나니까
반쯤은 마음이 편하다.
이젠 한쪽만 신경 쓰면 되니까.
쉬는 시간마다 홀짝였던 밀크커피를 잊지 못할 것이다.
오늘따라 더 달달했다.
내 자리에 배수구가 있었는데 거기서 에브리 불량 하나를 까고 계셨던 젊은 삼촌은-
내가 조금이라도 반사신경이 둔했으면 등 깔고 앉을 뻔 했쥬?
...그랬으면 등 부서졌을 거야.
나한테 감사해여 ㅋㅋㅋ
오늘따라 삼촌이 힘들어 보인다.
-다른 삼촌임..
출근할 때부터 허리를 짚고 계셨다.
아로니아 깔았다..
처참....
아는 사람은 아는, 아로니아의 사악함..
2019.07.16.
삼촌은 요새 피곤해 보이고..
나 역시 일하고 나서 허리가 회복되는 게 늦어지고..
오늘 판 터는데 ㅇㅇ이가 언제 그만둘 거냐고 물었다.
공장에 온 젊은 사람들은 보통 장기근속하려고 오지 않으니까 으레 오가는 얘기였다. 그저 타이밍이 절묘했을 뿐.
아무에게도 아직 말 못 한 그 사실을 얘기해야 되나 어쩌나, 그 시간 내내 고민했다.
결국 마칠 때까지 말을 못 했다.
그리고 퇴근하는 버스에서 말하려던 계획도 실패했다.
곤란.. 음.. 이렇게 되면 정말 잠수 내지는 마지막 근무 끝나고다.
오늘은 짐을 다 보내고 가스기사 아저씨 오시면 정산해야 하는 날이다. 그리고 더 해야 할 것도 있는데-
그만 생각하고 싶다..
밥도 먹고 라면도 먹은 날!
이모도 삼촌도 놀라셨다ㅋㅋ 왜지..ㅋㅋ
-보통은 배부르거나 피곤해서 둘 중에 하나만 먹긴 했다.
오늘 마칠 때는 A 씨 대신 젊은 삼촌의 당부의 말을 들었다.
판 터는 사람 작업 서둘러야 한다고.
이제 나에겐 아무 소용이 없지만.
2019.07.17.
선녀옷 입은 언니 또 발견ㅋㅋㅋㄱㅋ
언젠가 훔치고 말겠다고ㅋㅋㅋ
나무꾼모드로 호시탐탐 놀리는 중ㅋㅋ
-그 선녀옷이 뭐였더라....
오늘 출근해서 옷걸이에 가방 걸고 있었는데, 작업장 자동문 열고 나온 A 씨가,
"우리 씨!"하고 부르길래 내가 뭐 잘못한 줄 알고 부랴부랴 "예!" 하며 다가갔다.
알고 보니 위생모 좀 서랍에 넣어달라고 부른 거ㅋㅋㅋ
2019.07.19.
비바람 몰아치는 마지막 출근날.
오늘도 삼촌 차를 탔다.
2019.07.20.
죄다 내팽개치고 몸만 움직이고 싶다.
아무것도 해야 할 필요 없이, 걱정 좀 없이.
모두가 몇 분 뒤에 도착할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중에 홀로 그 기차의 다음을 기다리는 기분이란.
짐은 하나같이 무겁고 손이 모자랄 정도인 데다,
비까지 내려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주 폭삭 젖었는데
속은 더부룩하고 몸뚱이마저 짐같이 느껴지는.
잠은 3일 내내 두 시간도 채 못 자고 일은 어김없이 12시간 힘들게 겨우 마쳤건만
몽롱한 와중에 모기가 날아다닐 때의 분노란...
내가 부산을 떠나는 게 하늘이 이리도 슬퍼할 일인가.
요새 삑사리 내는 즐거움에 노래함ㅋㅋ
-흠.. 경산집에 짐 다 내려놓고 밤에 혼코노 한 것으로 추정됨
2019.07.21.
버스시간 잘못 봐서, 경산으로 갈 수 없는 시간에 경주 터미널에 덩그러니..
그래도 상황판단 빨리 해서, 바로 출발하는 동대구행 버스 탐ㅋㅋㅋ 칭찬한다!
용계가 어딘지도 알아봤으면 택시도 안타도 됐을 선택이었찌!ㅎㅎㅎㅎ
무튼 택시비도 많이 아낀거여ㅎ
2019.07.22.
일 안 하는 동안에도 공장 생각이 종종 난다.
오늘은 젊은 삼촌.
까칠하게만 보였던 사람이, 정작 까칠하게 군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이 얼굴에 튀어도 화내지 않고, 작업이 잘못되었어도 묵묵히 처리했었다.
물론 뒷모습은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대놓고 까거나 무안을 주진 않았다.
다시 일 구할 생각 하니까 별 게 다 아른거리네ㅜ
2019.07.23.
처음엔 판 털기를 계속 시키는 게,
내가 마음에 안 들거나 다른 쪽 일이 전혀 안 돼서 그런 줄 알았다.
사실 그건 아직까지도 그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매일 우울했다.
판 털기가 제일 좋은데ㅡ 내가 뭘 못해서 할 수 없이 한다는 건 싫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쫓겨난다는 건 싫다.
2019.07.24.
월요일엔 어쩌다 휴무받았는데,
화요일엔 다래끼가 안 가라앉아서 결근하고,
오늘은 그냥 결근하고..
내일도 결근.. 이면 자동해고..
(일 시작할 때 주의받았던 사항)
그걸 기다릴까, 그러기 전에 그만둔다고 할까.
너무 애써서 출근했다. 이때까지..
뭔가.. 피곤... 무기력하기도..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니 책임감도 덜하다.
그리고 막상 내가 그만둬도 아쉬워할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나야 정들어서 그만둔다고 하기 힘들어하고는 있지만..
삼촌에게 드리려 했던 편지도,
반납하지 않으면 월급에서 까일지 모르는 유니폼도
지친 나에겐 아무 힘을 주지 못하고...
차마 내일도 결근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주 내내도 너무 무리했었다.
나는 이미 짐을 다 정리하고 올라와있는데, 또 무슨 무리를 하려고?
이날 저녁, 다음날 출근 얘기가 나오기 전에 퇴사하겠다고 A 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평소처럼 간결하게 알겠다고만 할 줄 알았던 A 씨가,
이렇게 답장을 보내왔다.
'우리 씨 그동안 일 열심히 하셔서, 언제든지 와도 됩니다.'
일 열심히 했다는 말이..
언제든지 와도 된다는 말이,
날 울렸다.
그게 어쩌면 매뉴얼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