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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Jul 22. 2020

<블랙독> 두려움을 마주 할 수 있는 용기

그림책으로 마음 안기

그림책으로 마음 안는 시간,


‘ 오늘 당신은,

당신의 하루에서

어떤 그림을 그렸나요? ’




무서움과 두려움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면 보통 나는 무섭다는 말을 많이 했지 두렵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낸 일들이나 그럴만한 사건들이 없었던 것 같다.


보통 내가 무서워했던 것들은 엄마가 화가 났을 때, 바퀴벌레, 귀신, 혼자 자는 밤, 밤늦게 보는 무서운 tv 프로그램 따위의 성질을 가진 것들이었던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이겨내지 못한 무서움들도 있지만 내가 느꼈던 무서움의 정체는 모두 나의 밖으로부터 왔다.


하지만 두려움은 다르다. 두려움은 내 안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무서움보다 두려움을 많이 느낀다. 나와 비슷한 또 다른 어른들 또한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면서 오직 자기만 아는 두려움과 사투를 벌이다 잠이 들지도 모른다.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친구들이 사는 만큼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요즘 특히 내가 많이 느끼는 두려움은 15년 직장생활의 퇴사 후, 나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젠 꿈에서까지 나타나서 괴롭게 한다.  >.<


두려움은 무서움과 달리 마음 안에서부터 비롯되는 불안한 감정이다. 무서움이 깊어지면 병이 되진 않지만 두려움은 다르다. 두려움의 골이 깊어지면 병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우리는 두려움을 마주하고 이겨낼 힘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용기가 있는지 묻고 싶지만 이미 많이 지쳐있을 우리에게 용기라는 거창한 단어를 내어주고 싶진 않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삶의 문제들과 직면할 힘. 과연 내게  남아있을까.





그림책 <블랙독>은 어느 날 호프 아저씨네 집 앞에 나타난 커다란 검은 개에 대한 이야기이다.



<블랙독> / 글•그림 레비 핀폴드/ 북스토리아이


집 앞에 커다란 검은 개가 나타나자 가족들은 놀라 허둥대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블랙독과 마주한다.

블랙독을 맨 처음 발견한 호프 아저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물론 경찰 아저씨가 어처구니없어했지만 ) 아주머니는 집안에 모든 불을 껐다. 그리고 애들라인은 커튼을 닫았고 모리스는 숨어버렸다. 가족들은 저마다 회피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블랙독을 외면했다.


호프 아저씨네  ‘꼬맹이’라고 불리는 막내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나올 때까지 가족들은 모두 숨죽여있었다.



다, 이불 뒤집어쓰고 뭐해?
검둥개가 볼까 봐 숨어 있는 거야!



에이, 겁쟁이들



꼬맹이는 망설임 없이 현관문을 벌컥 열고 나갔다. 가족들은 모두 블랙독이 가족을 해치울지 모른다며 꼬맹이를 서둘러 말렸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꼬맹이는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블랙독을 향해 나아갔다.



그래 좋아!
그런데 나를 잡아먹으려면,
먼저 나부터 잡아야 할걸.



꼬맹이는 블랙독 앞에서 뛰기 시작했다. 꼬맹이의 뒤를 따라 간 블랙독은 꼬맹이가 앞서서 뛰어간 꽁꽁 언 연못, 작은 다리 밑, 놀이터 미끄럼틀을 내내 따라다니다가 꼬맹이네 집 앞에까지 다다랐다.


결국 집안까지 꼬맹이를 따라 들어온 블랙독을 보고 가족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숨죽여 숨어서 지켜보던 커다란 블랙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왜 가족들이 마주한 블랙독과 꼬맹이가 본 블랙독의 크기가 달라졌을까?


꼬맹이가 마주했던 블랙독 또한 가족들이 처음 두려움을 느꼈던 크기만큼의 커다란 개였을 것이다. 꼬맹이가 블랙독을 거침없이 마주하고 따라오게 하면서  어느새 평범한 검은 개 한 마리로 변했을뿐이다.


가족들이 블랙독이 두려워 회피했을 때 꼬맹이는 블랙독을 뒤따르게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꼬맹이가 보여준 직면의 힘이란 무엇일까? 나 또한 블랙독 앞에 숨기 바쁜 호프 아저씨네 가족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훌쩍 떠날 용기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릴 용기도, 15년 직장의 유효기간이 끝났음에도 퇴사할 수 있는 용기도 없다.


내 앞에 커다란 블랙독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으니 난 숨죽여 그 뒤에 숨어있을 뿐이다.


뭐 그렇게 잃을 것도 없으면서.


그렇다면  꼬맹이가 가진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내 안의 두려움을 직면하여 마주할 수 있는 힘. 두려움 앞에 앞서 나갈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동안 귀찮아서, 가진 것 하나 잃을까 봐, 잘 못해낼까 봐, 부족하니까, 다 그렇게 살아가니까 하면서 하나씩 포기하며 움츠러들었던 모습에서 우리는 내 마음과 마주 보기를 꺼렸을 것이다.


어쩌면 이제 내 안에서 키운 두려움이라는 괴물부터 버릴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거창한 마음이 아니라 두려움을 직면하여 내 마음을 마주 볼 용기는 그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닐까?


별것 아닌 것에 두려워서 땅을 끌끌 차며 애먼 발길질을 하고 있었던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우리에게 조금은 주어져야 할 것 같다.


<블랙독> / 글• 그림  레비 핀폴드 / 북스토리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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