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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Jul 02. 2020

<슈퍼 거북> 이 세상 모든 꾸물이의 삶을 응원해

그림책으로 마음 안기

그림책으로 마음 안는 시간,


" 오늘 당신은,

당신의 하루에서

어떤 그림을 그렸나요? "






인생은 흔히 말하길 마라톤 경주와 같다고 한다.

태어남과 동시에 기나긴 마라톤 경주의 한가운데 서게 된 우리는 인생의 과업 도장을 꾹꾹 찍어가며 때에 맞춰 미해결 숙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그려나간다.


어서 어른이 되기를 바랐던 어린아이 때는 어른이 되기 위한 시간까지의 기다림이 마치 웅녀가 쑥과 마늘을 먹어가며 인간이 되기 위해 인고했던 것처럼 길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더니 삶을 배우고 경험하고 알아갈수록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라는 말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되는 시점이 있다.


그렇게 어른이 되길 바랬는데,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때때로 무한한 꿈을 꿀 수 있는  순수한 어린아이들의 삶이 마냥 부럽기만 한, 금요일 저녁을 애타게 기다리는 피곤한 어른이 되어 버린 것만 같다.

 

이렇게 후루룩후루룩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니 어느덧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들이 늘어나고 그러한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나의 지난날들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지금 인생의 긴 마라톤의 레이스에서 각자 어느 지점까지 와있을까?


얼마큼 빨랐고 얼마큼 쉬어 갔고 얼마큼 남을 제쳤고 그 긴 시간의 레이스를 하는 동안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누구보다 빠르기 위해, 누구를 제치기 위해 소모한 나의 에너지와 시간들을 위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충분한 보상을 해주었을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약삭빠른 토끼를 이긴 거북이의 승리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빠르지만 꾀가 많았던 토끼와 느리지만 자신의 레이스에 충실했던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에서 거북이의 승리는 불리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교훈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경주에서 이긴 거북이는 이후의 어떤 삶을 살았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 그 후의 그들의 삶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토끼와의 경주에서 이긴 거북이 꾸물이는 순식간에 스타가 되어서  '슈퍼 거북'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꾸물이를 무시하던 이웃들도 하나같이 꾸물이의 승리를 축하하며 온 도시는 슈퍼 거북이 바람이 불며 너도 나도 꾸물이 흉내를 내느라 바빴다.


그러나 슈퍼 거북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평소처럼 느릿하게 걷는 꾸물이를 보고 사람들은 수군댔다.


"저기 봐, 슈퍼 거북이야!"
"정말? 에이, 아닌 것 같은데. 너무 느리잖아."
"그러게. 슈퍼 거북이 저렇게 느릴 리 없지."          


꾸물이는 자신을 보고 실망할 동물들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꾸물이는 진짜 슈퍼 거북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슈퍼 거북> 유설화 글•그림 / 책읽는곰


꾸물이는 빨라지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먼저 도서관으로 달려가 책에서 빨라지는 방법을 모조리 찾아 읽고 하루도 쉬지 않고 날마다 빨라지기 위한 훈련을 하며 안간힘을 썼다.


해가 뜰 때부터 달이 질 때까지 꾸물이는 훈련 또 훈련에 매진하며 실제로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어느덧 꾸물이는 온갖 고된 훈련과 시련을 이겨내고 진정한 '슈퍼 거북'이로 거듭나게 되었다. 꾸물이가 지나간 자리는 동물들이 혀를 내두르며 감탄할 정도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왠지 꾸물이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슈퍼 거북이라는 명성을 찾았지만 지칠 대로 지친 꾸물이는 하루만이라도 푹 쉬고 싶었다. 꾸물이가 좋아하는 느릿한 일상의 평화는 사라졌다. 느긋하게 책을 읽고 햇볕을 쬐고 꽃에 물을 주며 느리게 천천히 걸었던  꾸물이의 행복했던 이전의 삶은 이제 꾸물이의 소망이 되었다.


 

<슈퍼 거북> 유설화 글•그림/ 책읽는 곰



그러던 어느 날 꾸물이에게 졌던 토끼가 찾아와 경주를 신청한다. 꾸물이는 다시는 경주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주위에 시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토끼와의 경주를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꾸물이는 토끼와의 경주가 부담스럽고 걱정이 되어서 잠을 푹 잘 수가 없었다.


드디어 시합날이 되었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꾸물이는 역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 덕분에 바람처럼 달릴 수 있었다. 가뿐하게 제친 토끼는 저 멀리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칠 대로 지친 꾸물이는 잠시 바위 그늘에서 쉬어 가기로 했다.


잠에서 깬 꾸물이는 결국 토끼와의 달리기 경주에서 패배하고 만다. 일어나보니 모두가 새로운 스타로 탄생한 토끼를 축하하고 있었고 꾸물이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었다. 꾸물이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서는 곧 아주 오랜만에 단잠에 빠져든다.


<슈퍼 거북> 유설화 글•그림 / 책읽는곰



꾸물이의 단잠에 빠진 모습이 너무나 편안하고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토끼와의 시합 도중, 바위 그늘에서 쉬어가기로 한 꾸물이는 무슨 생각을 가졌던 것일까? 아마도 그동안 빨리 달리기 위한 삶에 지쳐버린 꾸물이는 '슈퍼 거북'이의 명성을 그만 내려놓고 싶지 않았을까? 어쩌면 느긋하게 살았던 이전의 삶을 되찾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슈퍼 거북>의 꾸물이를 보면서 타인의 시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슈퍼 거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꾸물이의 노력보다 혼자 모든 걸 감내하고 자기와 외롭게 싸우고 있는  꾸물이의 모습이 더 안쓰러웠다.


나도 꾸물이처럼 느리게 걷는 사람이다. 남들의 시선보다 나에게 알맞은 속도로 천천히 걷길 원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자주 지하철에서 타인의 나보다 조금 빠른 걸음 탓에 운동화 뒤축이 밟히곤 한다. 안 밟히려고 조바심을 내며 종종걸음으로 정신을 차리고 사람들을 피해 걷다 보면 금방 피로해진다.


운동화 뒤축에 밟히는 게 싫어서 나의 발걸음에 맞지 않는 속도로 빠르게 걷는 것처럼 나의 삶도 오랜 시간 쫓기듯 빠듯하게 걸어왔던 것 같다. 종종걸음으로 조바심을 내면서 꾸물이가 빠르게 달리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안절부절 이 방법 저 방법을 써가면서 무던히 애쓰고 있는 모습에서 왠지 내 모습을 본 것 같아 꾸물이가 더욱 안쓰러웠다.


그래서 그런지 단잠에 빠진 꾸물이에게서  어떠한 경쾌하고 청량한 쾌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아직 꾸물이가 모든 걸 내려놓고 본래의 삶으로 돌아간 것처럼 나만의 속도를 찾아 걸어 나가고 있지는 못하지만 나에게도 바위 그늘같은 쉼을 만나는 지점이 있을 거라 믿는다.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에서 직선으로 빠르게 달릴 때도 있고, 긴 곡선을 넘어 돌아올 때도 있고, 쉬어갈 수 있는 바위 그늘을 만날 수도 있을 테니까 조바심 내지 말도록 하자.



다만 우리 모두가 스스로 가장 편하다고 느끼는 각자의 페이스를 찾아 경쾌하게 걸어 나아갔으면  좋겠다.



이 세상 모든 꾸물이의 삶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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