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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Sep 07. 2020

<살아 있다는 건> 지금 살아 있다는 건

그림책으로 마음 안기

그림책으로 마음 안는 시간,


 “ 오늘 당신은,

당신의 하루에서

어떤 그림을 그렸나요? ”





살다.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떤 멜로디가 떠오르는 것

재채기를 하는 것

너와 손을 잡는 것

...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자유라는 것

...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새는 날갯짓한다는 것

바다는 넘실 댄다는 것

달팽이는 기어간다는 것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

네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다니카와 슌타로 시 중에서-





살아 있다는 건,

지금 살아있다는 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물음은 지금 우리에게 과연 어떠한 의미로 다가올까?


사춘기 방황하는 시절, 엉뚱한 생각이 샘솟던 시절에나 공상하며 생각해봄직한 살다의 의미. 아주 원초적인 질문


그때는 무엇인가를 이루어야만 ‘살다’의 동사가 완성되는 줄 로만 알았다. 그리고 사람은 무엇이든 반드시 이루는 줄 알았다.


삶의 의미를 두는 데 있어 나의 존재 가치를 무엇인가를 행함으로써 인정하고 증명해 보여주는 거라 여겼다.


그리곤 점점 어른이 되고 시간이 지나자 이루어야 할 것들 중에 제거되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재능이 없어서, 현실에 부딪쳐서, 일찍 결혼을 해서, 아이 때문에, 나이가 많아서


막상 내가 사는 ‘살다’의 세상은 온갖 버거움의 문제들로 ‘이룸’의 살다가 아닌, 그냥 살아가는 ‘살다’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이런 기분만 계속된다면 내 삶은 패배감에 젖어 매일매일이 괴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살다’는 왜인지 그냥 사는 것 자체의 ‘감사’로 의미가 점점 커져가는 것 같다.


삶이 잡히지 않는 저 너머의 아련한 무언가보다 지금 현실에 맞닿아 있는 나를 둘러싼 사소한 모든 것들이 가슴 벅차게 감사한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들이 오면 놓치지 말고 잽싸게 낚아채 내 안에 감사로 담아둔다. 이것은 정말 순간이고 찰나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유난히 붉어진 하늘의 노을, 엄마의 밥 짓는 고소한 냄새, 아이들의 웃음소리,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가 주는 아름다움, 오늘도 개운하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일상, 고된 하루 끝에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어가는 순간, 내 얼굴에 닿는 속 시원한 바람,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단비, 무엇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


살아있다는 것은 이렇게 꽤나 많은 의미를 준다. 눈떠서 잠들 때까지의 나를 둘러싼 모든 순간이 의미가 있다.

그냥 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 하나의 자체의 의미


우리는 살면서 자주 괴롭고 아프겠지만,

언젠가 살아있었다는 건 꽤나 멋진 일이었다고

그것은 행복 자체였다고

이렇게만 기억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살아 있다는 건

지금 살아간다는 건


<살아 있다는 건 > 다니카와 슌타로 시•오카모토 요시로 그림•권남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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