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르미 Oct 10. 2020

<연남천 풀다발>  가을로부터 시작된 그것

그림책으로 마음 안기

그림책으로 마음 안는 시간,


“ 오늘 당신은,

당신의 하루에서

어떤 그림을 그렸나요? ”






가을이 시작될 무렵이면, 나는 ‘존재’에 대해서 반드시 생각하게 된다. 이상하리만큼 가을이라는 계절은 ‘존재’에 대한 생각을 가져온다.


쓸쓸하게 나부끼는 가을바람에게서,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는 나뭇잎들에게서, 여섯 시면 지기 시작하는 노을에게서, 쓸쓸한 가을의 냄새를 맡기 시작할 때쯤부터 나는 마음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한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을 일차로 앞세우고 이내 알 수 없는 감정에 목이 메어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계절의 변화에 조금 민감한 탓도 있으리라, 혹은 남들이 말하는 ‘가을을 탄다’라는 표현이 맞을 수 도 있으리라, 하지만 해마다 가을을 지날 때면 몸살감기를 겪듯이 마음이 심한 맘살을 앓게 된다.


왜 존재하는가, 왜 여기 있는가 , 왜 또 혼자인가,  불현듯 찾아오는 수많은 왜라는 질문의 답은 언제나 그렇듯 속 시원히 구할 수 없었다. 그저 그 계절을 내 방식대로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이 지구에 홀로 서 있는 나를 가장 연민하고 아파하는 계절



가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쩌면 이 가을에 나는 격하게 사랑이 받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누구의 사랑이든 좋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뻗어있는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수확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물음의 답이 행여 거기 있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기도 한다.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곁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서 일까.


연남천 풀다발• 전소영



모든 것은 가을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아마도, 본능적으로 인생의 나이를 세는 계절을 가을에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가을은 나의 나이에 한 살을 더 하는 계절인 것 같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은 가을로부터 시작되었다’라는 저 한 구절이 가슴에 콱 와 박히는 것을 보면 나의 생명의 시작은 가을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왜’라는 물음은  마음을 쓸쓸하게 하고 때로는 아프게 하지만 내 곁에 사랑을 부르게 했고 인생의 나이를 한 살 더해주는 알아차림을 가져다줬다.


어쩌면 가을이 아픈 것이 아니라 나는 매 해 가을에 다시 태어나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도 모르는 성장통을 겪으면서 , 아파하면서  조금씩 자라고 있었을지 모른다.


성장에는 바람이 필요하고 , 아픔이 필요하고 또 사랑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가을 안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여태 아프다고만 했던 것 같다.

이 번 가을이 지나고 나면 나는 또 한 살이 더해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 자라 있겠지.


가을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것. 가을은 매 해 나에게 축복의 계절이었다는 것.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연남천 풀다발 • 전소영
매거진의 이전글 <살아 있다는 건> 지금 살아 있다는 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