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요가 지도자과정(TTC) 수련일지

by 아루나 Aruna

2025.10.20.


요가 수련은 참 신비하다. 동작 하나하나에 담긴 의도적인 힘의 확장으로 이제껏 느끼지 못한 깊은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겉보기에 같은 모양이더라도 내가 어떻게 나아가고 멈춰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아사나가 된다.


사다리 자세에서 허벅지를 뒤로 밀어내는 느낌을 가져가자 차투랑가로 연결되는 힘이 단단해졌다. 하이 런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뒤로 뻗은 다리의 허벅지와 무릎 뒷면을 채우고, 앞발은 바닥을 강하게 밀어내며 고관절을 앞뒤로 뻗어내는 확장감을 처음 느꼈다. 하프 하누만아사나에서도 뒷다리 발가락으로 바닥을 눌러내고, 앞발바닥은 골반에서부터 발볼까지 밀어내는 대립되는 힘을 가져가자 더 깊은 아사나가 됐다.


하지만 수련은 늘 성공만을 가르쳐주진 않는다. 오늘 아르다 찬드라아사나를 시도하며 흥미로운 관찰을 했다. 초보자를 위한 블록을 사용할 때 지지하는 손을 바닥에 직접 둘 때보다 더 어려웠다. 보통 바닥보다 블록에 손을 둘 때 더 쉬운 동작이라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흔들리는 블록보다 바닥이 주는 단단한 지지력 때문일까. 바닥에 닿은 발과 다리의 정렬, 공중에 띄워 옆 벽을 바라보는 다리의 힘이 없어서, 손에 힘이 불필요하게 들어가기 때문일까. 블록은 그 불안정성 때문에 미세한 힘의 균형을 요구하는데 나는 그 섬세함을 다룰 힘이 없어서일지도.


특히 오늘은 뒤로 뻗은 다리를 위로 들어 올릴 힘이 거의 없었다. J 선생님이 내 다리를 잡아 올려주셨는데도 버티기가 어려웠다. 아래로 지지한 발은 계속 바깥으로 뒤집어져 두 번째 발가락이 아예 바깥을 바라보기까지 했다. 불안정한 발목은 아예 돌아가버려 종아리가 밖으로 강하게 휘었다.


두 번째 시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선균형 자세에서 발 정렬을 잘 잡으면 아치 통증이 아예 안 느껴지는데, 오늘은 발 정렬이 무너졌는지 통증이 심했고 결국 마지막 호흡을 하기도 전에 무너졌다.


'블록이 너무 멀었을까?', '오늘의 나는 여기까지였나?' 여러 생각이 들었다.


J 선생님도 선균형 자세에서 끝끝내 무너질 때마다 부끄러움이 몰려왔다고 고백했다. 나 또한 늘 선균형이 특히나 어려워서 무지외반이 심한 나의 타고난 체형 탓으로 돌렸었다.


수련을 거듭하면 할수록 체형 탓이 아님을 안다. 같은 자세라도 어느 날은 몸이 위로 떠오르는 듯한 가벼움을 느끼는 한편, 또 어느 날은 이렇게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내린다.


진정한 수련은 오늘 몸이 가진 한계, 오늘의 에너지를 겸허하게 관찰하고 정직하게 수용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다 같아 보여도 그 속은 다 다르다. 내 발이 버티지 못하고 뒤집어진 그 지점을 받아들이고, 내일도 매트 위에 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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