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TC 시작: 나를 향한 진심 어린 인정

요가 지도자과정(TTC) 수련일지

by 아루나 Aruna

2025.09.13.

요가를 한 지 어느새 2년이 흘렀다. 취미로 하고 있는 요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었다. 요가 철학과 해부학 지식을 더해 멈춰있는 몸을 단련해 더 깊이 있는 아사나를 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요가 지도자과정(TTC)을 밟아보자.'

더 나아가서는 수련을 통해 내 그릇을 넓혀가는 과정이 되길 바랐다. 나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


시작은 그랬다. 첫날 수업은 어른이 된 내게 주는 소중한 선물 같았다. 이 업(業)에 종사하면서 주말을 온전히 쉰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내가 TTC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다.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설렘과 두근거림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벅찼다.


하지만 그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업 끝엔 익숙한 아쉬움만 남았다. 잘 해낸 나를 칭찬하는 대신 부족했던 부분을 하나라도 찾아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반성하는 데 마음을 쓰는 나쁜 습관이 나를 덮었다. 나 자신에게 거는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였을까. '이 정도도 못하면 안 돼'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완벽주의라는 낡은 갑옷을 입히는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을 잘 해내고 싶은 욕망이었다. 잘 해내야만 한다는 강박, 혹은 못한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은 인정욕구일지도.


수련 과정은 내면의 균열을 정직하게 드러냈다. 고작 15분의 호흡명상 동안 나의 정신은 끝내 매트 위를 떠나버렸다. 몸은 매트 위에 있었으나, 정신은 다른 곳에 가있었다. 잡생각들이 순식간에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집어삼켰고, 그것의 힘은 바로 앞에 앉은 V 원장님의 음성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강력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잡스러운 것이었다.


그림명상 시간은 또 다른 내면의 저항을 마주하게 했다. 내가 그린 그림의 의미,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이토록 떨리는 일일 줄이야.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땐 편안했지만, 막상 내 안의 것을 끄집어내어 세상에 내보이려니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매번 글이란 안전한 매체를 통해 소통하는데 익숙해져서일까. 날 것 그대로의 나를 목소리에 실어낸다는 것에 극도의 불안함을 느꼈다. 수업시간에 내 그림의 이야기를 차마 다 말하지도 못했다.


'명상에 집중도 못해' '사람들 앞에서 말도 못 해'

나를 향한 폭력이었다. 나도 모르게, 언제나 그랬듯이 내가 나를 못살게 굴고 있었다.


요가에서 '하지 마라'는 의미의 야마(Yama) 가운데 아힘사(비폭력)는 우선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나 자신에 대한 비폭력 말이다.


"나에 대한 장점과 사랑을 발견하고 그걸 온전히 수용해보세요. 나를 향한 진심 어린 인정이 선행돼야 자연스레 타인에게로 확장될 수 있어요. 내가 타인과 다르지 않음을 인정할 때 미움과 폭력은 일어날 수 없겠죠."


V 원장님의 말씀에 처음 갔던 O 요가원이 떠올랐다. 하루 종일 일과 사람들에게 시달린 날, 매트 위에 서는 순간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졌다. 그곳은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며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세상으로부터 독립된 섬과 같았다.


"잘할 필요 없이 하는 데까지만 하면 돼요. 되는 만큼만, 나의 최선 안에서 머물러도 그 자체로 충분해요."

몸이 마음대로 굽혀지거나 펴지지 않는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원장님의 독려는 내게 따스한 위로로 다가왔다. '아, 하루 끝에 그래도 내가 여기에 와 있구나',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안도했다. 매트 위에 선 나를 사랑하게 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를 사랑한다는 건 참 어려운 것 같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 하루도 나를 잘 데리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버거웠던 나날들도 있었다. 나를 돌보고 나를 사랑하는 게, 나를 믿어주는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고 나니 조금은 쉬워지는 것 같다.


나를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아픈 곳은 없나 잘 살피는 것. 나를 돌보듯 자연스레 다른 사람을 잘 돌보는 방법도 더 잘 알게 된다. 그게 바로 아힘사의 시작이었다. TTC를 통해 나를 잘 돌보면서 내가 시원해하는 곳, 내가 아파하는 곳에 따뜻하고 건강한 호흡을 잘 불어넣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