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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웬 Apr 22. 2022

판매자 시선에서 바라본 포켓몬빵 열풍

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되네

한낱 빵 하나를 두고 뭔가 거대한 담론을 논하자는 침소봉대(針小棒大)의 우(愚)를 범하고 싶지는 않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하나의 유행이고 신드롬이라 하기엔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은 과연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내가 포켓몬빵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한 것은 재출시가 되기 전인 2월 말, 매일 맥주를 사러 오시는 고객을 통해서였다. 마치 복사해서 붙여 놓듯 똑같은 동선에 동일한 상품만 구매하던 그 고객이 평소와는 달리 한참 동안 빵 매대 앞에 서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


찾으시는 거 있냐는 내 물음에 그 고객은 비교적 상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포켓몬빵이 재출시된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아직 안 나왔나 봐요?"

"그..... 그런 빵도 있나요?"

"네, 예전에 꽤 히트를 쳤던 빵이거든요. 제 또래 사람들에겐 예전의 추억이 담겨 있기도 하고 안에 들어 있는 스티커 모으는 사람들도 있었고..... SNS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고요. 사장님, 그거 미리 준비해놓으시면 아마 대박칠 겁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몇 번인가 비슷한 상품들이 재출시되고 아주 잠깐 관심을 끌긴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급속도로 인기가 식는 행태를 자주 봐왔기에 이번에도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게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며칠 후, 본사로부터 날아온 공문을 보고 뭔가 심상치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띠부씰 생산 재고 부족으로 점포당 최대 발주 2개로 제한


아니나 다를까 출시 첫날부터 전쟁이 벌어졌고 점점 그 정도가 심각해졌다. 빵이 입고되기 전부터 가게에 진을 치고 앉아 있다가 사는 경우는 일상이 되었고 빵을 사자마자 문 앞에서 뜯어 빵은 버리고 띠부씰만 챙겨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배송 차량을 따라다니며 싹쓸이를 하는 사람도 있고 지인들을 총동원해서 각각 맡을 지역을 할당해서 배송 시간에 맞춰 집중적으로 구입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이르다 보니 판매자 입장에서는 말로 다 하기 힘든 경험을 한다. 주변 단골 고객들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예삿일이고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로 시작하는 동물원의 노래 <혜화동>이란 노래 가사처럼 오랜 기간 연락도 없던 사람이 뜬금없이 청탁 전화를 걸어올 때도 있다. 


하루에도 수십 통 넘게 걸려오는 문의 전화에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사람을 지치게 만들지만 그중 가장 힘든 점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고객 클레임이다. 상품을 따로 빼놓고 지인들에게만 판매하는 것 아니냐는 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듣고 교통 상황에 따라 배송차량이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오래 기다리게 했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어떤 경영주님은 가급적이면 많은 이들에게 고르게 판매를 하고자 지속적으로 자주 구매한 고객에게 다른 분께 양보를 하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가 본사 고객의 소리에 글을 올리고 소비자 보호원에 신고를 하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물론 수집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을 탓하거나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뭐라 하고 싶진 않다. 그마저도 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상대성과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도를 넘는 언행을 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과연 '포켓몬빵 열풍'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많은 분들이 곧 사그라들 것을 예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래전 허니버터 칩 사태 때처럼 삼립에서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폭발적으로 공급이 늘어나서 아무 때나 마음 놓고 사는 상황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할 것 같고 아마 당분간은 지속되리라 본다.


아무래도 올여름은 지나야 할 것 같은데 뒤이어 <삼양식품>에서 '짱구'로 띠부씰 열풍을 이어갈 예정이라 하니 이래저래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 키워드는 '띠부씰'이 될 것 같다. 그 스티커가 뭐라고 다들 그러시는지 역시 세상은 넓고 사람들 생각은 각양각색인가 보다.



덧붙이는 글)

오래전 허니버터 칩 사태 때 신세를 진 지인에게 허니버터 칩 한 박스를 보내준 적이 있다. 상품이 도착한 후 문자로 감사의 인사를 보내왔는데 박스를 개봉해서 몇 봉지를 아내에게 줬더니 아내가 교회에 가서 나눔을 했다고 한다. 그때 아내의 지인께서 과자를 나눠 먹으며 했다는 말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오~주님, 이 은혜로운 자매님을 저희에게 보내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지금도 빵 봉지를 품에 품고 이런 기도를 올리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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