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르웬 Sep 25. 2022

어머니 용돈을 '부의 봉투'에?

한자(漢字)가 뭐래요?


지난 추석때 일어났던 일이다. 이른 아침부터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청년 둘이 가게로 들어와서 이것저것 사며 봉투를 구매하려 했다. 한 청년이 친구에게 부의(賻儀) 봉투를 권하며 말하기를 "여기 좋은 거 있네. 뭔가 좀 있어 보이지 않나?"라고 하자 그 친구 또한 "오~~ 역시 센스 굿."이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명절 당일 아침부터 장례식장에 갈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판매를 할까 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미심쩍은 느낌이 들어 마지막으로 확인이나 해보자는 생각에 혹시 장례식장에 가시냐 물었더니 펄쩍 뛰면서 하는 말이 추석을 맞아 부모님께 드릴 용돈을 넣기 위해 사는 거라고 했다. 이 봉투가 뭔지는 알고 사는 거냐고, 장례식장에 조문 갈 때 조의금 넣는 '부의 봉투'라고 했더니 그제야 친구를 향해 당장이라도 한 대 칠 듯한 표정을 지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본인도 몰랐지 않냐고 둘 다 똑같은데 친구 나무랄 거 뭐 있겠냐고 한마디 하려다가 괜히 명절 아침부터 쓸데없는 말을 해서 뭐할까 싶어 입을 다물었다. 연신 감사 인사를 하며 문을 나서는 청년 둘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궁서체로 쓰여 있다고 뭔가 있어 보인다는 고정관념은 좀 버렸으면


한자(漢字)와 관련된 이런 에피소드는 몇 년 전에도 있었다. 담배를 사러 온 청년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는데 실물과 주민등록증 상 얼굴을 아무리 대조해봐도 본인이 아닌 것 같아서 본인이 맞다면 한자(漢字)로 자기 이름을 써보라고 했더니 자기 이름을 한자(漢字)로 쓸 줄 아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도리어 큰소리를 치고 함께 온 일행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자신도 한자(漢字)로 이름을 쓸 줄 모른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을 보며 마치 내가 조선시대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었다.


하긴 얼마 전 모 웹툰 작가의 팬 미팅 일정 변경에 대해 출판사 측에서 '심심(甚深)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지를 올렸다가 정중하게 사과하지 않고 '심심하게(지루하게)' 사과를 한다며 직원 교육 똑바로 시키라는 댓글로 난리를 쳤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뒤늦게 출판사에서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해명을 했지만 그 얘기를 듣고는 도리어 왜 자신들이 모르는 단어를 썼냐며 더더욱 화를 냈다는 기사를 보고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물론 세상이 바뀌었고 내가 교육을 받던 때와는 많이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기성세대로서 이해를 못 할 바도 아니지만 그래도 살아감에 있어 최소한 갖춰야 할 기본 상식 정도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한글세대라 해도 우리나라 단어의 대부분이 한자어(漢字語)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회생활에 문제가 없는 수준까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냔 말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영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가게 인근에 요상한(?) 술집이 하나 들어서서 새벽 내내 동남아 형아, 누나들 시중을 들기 바빴고 딸아이 코로나 확진에 이어 연휴 기간 중에는 아내까지 확진이 되어 4일 정도 하루 16시간 근무를 하는 강행군을 했습니다. 뒤늦게 대구 본가에 잠시 다녀온 어제의 일정을 끝으로 이제 서서히 일상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만들어가는 매거진 <보글보글>에 참여를 하지 못해 멤버 분들에게 송구한 마음 감출 길이 없고 제 글을 기다리고 계셨을지도 모를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습니다.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