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편식이 심한 편이라 답하겠습니다
언젠가 Jane jeong 작가님께서 제게 추천할 만한 책이 있냐고 물으셨는데 늦은 감이 있지만 뒤늦게 답을 드립니다. 몇 줄의 댓글로 끝내기엔 너무 무성의한 것 같고 글 한 편으로 쓰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있는 그대로 다 보여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렇게 따로 글을 써봅니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사진으로 도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장황하게 글로 늘어놓는 것보다는 시각적으로 보여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 이번 한 번만 많은 사진을 올려봅니다.
최근, 아름다운 것으로 추정되는 어느 분으로부터 선물 받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기준으로 좌측에 있는 소설들은 제가 구매한 책이 아닌 아내가 가져온 것이기도 하고 제 취향이 아니라 아직 읽어보지도 못했고 당분간은 그럴 일도 없기에 따로 언급하지 못하겠습니다. 우측에 있는 세 권의 책 또한 공간을 채우는 용도로 꽂아둔 것이라 특별히 할 말은 없습니다.
가운데 메인으로 꽂힌 책들은 거의 대부분 글쓰기 관련 책들입니다. 전반적으로 다 괜찮은 책들이지만 추천을 하자면 김호연 작가님(불편한 편의점 쓰신 분)의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와 브랜던 로열의 <탄탄한 문장력, 보기 좋고 읽기 쉬운 정교한 글쓰기의 법칙 20>, 그리고 김정선 님이 쓰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추천하겠습니다.
여기는 거의 대부분 에세이들이 꽂혀 있는데 김달님, 최은숙, 이예은 같은 작가님들을 봐서 아시겠지만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작이거나 그로 인해 작가의 길을 걷게 된 분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마누스 출판사 대표님께서 보실지 모르겠지만 잠시 외출 중인 두 권의 책을 제외하고 마누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작품들이 보입니다. 제가 마누스 출판사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읽기에 불편하지 않고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의 삶의 향기가 가득해서입니다.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는 가수 이승환 1집을 거의 만들다시피 하고 불후의 명곡이라 할 수 있는 "내 사랑 내 곁에"를 작사, 작곡한 오태호 씨의 에세이 집인데 글 자체가 굉장히 서정적인 분위기를 나타냅니다. 따로 리뷰를 하려고 몇 번 건드렸다가 그때마다 일이 생겨서 지금 현재 작가의 서랍 안에서 미완성으로 남아 있어요.
여기서 추천을 하라면 맨 우측 편성준 작가의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와 페이스북에서 인기 스타(?)의 반열에 오른 현직 국어 교사 이의진 작가님의 <아마도 난 위로가 필요했나 보다>, <오늘의 인생 날씨 차차 맑음>을 추천하겠습니다. 특히 편성준 작가님의 책은 나쁘게 말해 이런 글도 책이 되나 싶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습니다. 뭔가 대단한 글을 써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면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꽤 히트를 치기도 했고 드라마 제작을 위해 판권 계약서까지 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들어온 책들이 다수인 이곳에서는 림태주 작가님의 <이 미친 그리움>과 <그토록 붉은 사랑>을 권하고 싶습니다. 림태주 작가님은 오프라인 위주의 소수 정예 글쓰기 수업도 하시고 작년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행성 B 출판사 대표님이기도 합니다. 제가 페이스북을 하면서 글을 읽고 놀란 적이 두어 번 정도 되는데 그중 한 분이 림태주 작가님입니다. 언젠가 한 번 작가님께서 본인이 출간하신 책들의 구매 빈도를 공개하신 적이 있는데 여성 대 남성의 비율이 거의 7:3에서 8:2 정도의 비율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문장을 많이 쓰시는 분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문장을 이토록 아름답게 쓰시는 분을 보지 못했습니다.
여기서는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습니다.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제 글쓰기의 최종 목표는 역사 소설을 쓰는 겁니다. 인물 하나, 또는 사건 하나에 집중해서 쓸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사진에 있는 이덕일 작가님의 <조선 왕 독살 사건>처럼 여러 개의 단편들을 모아 쓸 것인지를 정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도전하고 싶은 목표입니다.
지금은 트레이닝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책을 사 모으고 관련 자료들을 따로 공부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미실>이나 <뿌리 깊은 나무>, <왕건>처럼 소설이 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시대정신에 맞는 책을 쓰는 겁니다. 사진에는 없습니다만 제가 그 꿈을 키운 것이 오래전 읽었던 돌아가신 최인호 작가님의 <잃어버린 왕국>을 읽으면서부터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제가 읽은 책이나 현재 보유하고 있는 책을 모두 공개하지 못했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쓰고 말았습니다만 어느 정도 궁금증은 해결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거나 궁금한 것 있으신 분은 댓글에 남겨주시면 틈나는 대로 제가 답을 해드리는 걸로 하고 이 정도에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가 요즘 마음에 병이 생겨 분노와 불안, 불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글을 쓸 수도, 글을 읽을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행여 댓글을 쓰다가 폭발할 것이 우려되어 댓글도 거의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늘 그랬듯 스스로 이겨내고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겠지만 당분간은 정상이 아닐 것으로 생각되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