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주 잘못 따라가면 망합니다 (上)
비록 소액이긴 해도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처음 2주 동안은 단 한 번의 손실 없이 승승장구(?)했다. 종잣돈만 더 갖다 부으면 떼돈을 버는 건 시간문제라 생각했기에 생활비 통장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던 것도 이때였다. 보통 그 달에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금액 대비 120% 정도를 통장에 넣어두고 변수에 대비하는 편인데 예비비 성격의 20%를 미리 앞당겨 쓴 것이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새벽에 배송되어 온 상품들을 정리하고 진열하고 새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단조롭기만 한 일상의 반복.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검색창에서 뭔가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경제 뉴스를 보고 말았다는 것뿐이었다.
하림, 이스타 항공 인수 포기, 쌍방울 컨소시엄 인수 유력
어설픈 주식 초보는 그 기사를 보는 순간 쾌재를 불렀다. 얼마 전 대한전선이 인수 호재로 2배 가까이 뛰는 경험을 했기에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간이 빨리 흘러 9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개장과 동시에 가진 돈을 다 털어서 쌍방울 주식을 매수한 후 2배 또는 그 이상 뛸 때 잽싸게 매도를 하고 나온다는 아주 그럴듯한 전략까지도 세웠다. 주식 초보가 아니더라도 절대 해서는 안될 이른바 '도 아니면 모'식의 몰빵 전략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개장과 동시에 폭등하는 주가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나고 나서야 알았지만 미리 예상가를 정한 후 개장 전 예약 매수를 걸어두는 방법이 있었는데 나는 그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올라가는 주가 뒤꽁무니 쫓듯 취소와 수정을 해가며 가까스로 매수에 성공을 했지만 그땐 이미 주가가 당일 최고가 부근에 이르렀을 때였다. 이제는 계속 오르기만을 바라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흐름은 좋지 않았다. <성정>이라는 중견기업에 우선 협상권이 있다는 기사가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다. 인수 절차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법원에 인수 금액을 동일하게 써서 제출했을 때 <쌍방울>보다는 <성정>에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는 거라 생각하면 되겠다.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 하는 생각을 했다. 언뜻 보기에도 지역의 중견기업과 그래도 이름이 알려진 기업의 대결구도인 데다가 <쌍방울>이 이미 <성정>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기에 이변은 없을 거라 믿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음날 <성정>이 <쌍방울>과 동일한 금액을 제시했다는 기사가 이어지며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미처 손 쓸 틈도 없을 정도로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내 주식 평균단가는 1,300원대 초반, 당일 주가는 대폭 하락하여 900원대에 진입했고 파란색으로 표기된 손실 금액은 이미 수십만 원을 넘어섰다. 지금이라도 손절을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주식 입문 2주 만에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었다.
사실, 조금만 냉정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차트를 보면 알겠지만 6~700원대에서 장기간 횡보를 하던 주가가 요동을 치기 시작한 것은 6월 9일부터였다. 그 주체가 이른바 세력이든 정보가 빠른 개인 투자자든 이미 매집을 시작했음을 뜻한다. 그것도 모르고 뒤늦게 최고점 부근에서 매수를 하다니 초보가 하는 전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그날부터 하루하루 피 말리는 날들이 이어졌다.
본문에 언급되는 종목들은 실제 제가 거래를 했던 종목일 뿐 종목 추천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