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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웬 Dec 28. 2021

50번째 글을 발행했습니다

2021년,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수정, 퇴고, 삭제 없이 원테이크로 쓰는 글이라 꽤 긴 분량이 될 것 같습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신 분만 읽으시고 바쁘신 분들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맞춤법 검사만 하고 바로 올립니다.


엄청난 분량의 글을 썼다가 다 지우고 새로 씁니다. 이번 글이 51번째 글이니 이전까지 정확히 50편의 글을 쓴 셈입니다. 누군가에겐 그리 큰 의미부여가 안될 정도로 작은 결과물일 테지만 제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올해 초 브런치에 입성하면서 저 자신과 했던 약속을 형식적으로나마 지킬 수 있었음을 의미하니깐요.


지금도 날짜를 기억합니다. 올해 2월 9일이었습니다. 제가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었던 것이. 작년 여름 연이어 두 번의 탈락을 한 이후 브런치를 쳐다보지도 않고 살다가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재도전을 생각한 것이 올해 초 1월이었습니다. 3번째 도전은 나름 철저히 준비를 했음에도 떨어졌습니다. 내가 갈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포기를 입에 올릴 즈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는 글 스승님의 의견에 마지막 도전을 했습니다.


지금도 그분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아르웬님이 어떻게 글을 쓰시는지 잘 압니다. 좁디좁은 카운터 한 구석에 앉아 없는 시간 쪼개가며 쓰시는 그 마음을 브런치팀이 알아주면 좋겠는데..... 작가 선정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글을 써주세요. 아르웬님은 꼭 글을 쓰셔야 할 분입니다."


그 뜻을 외면할 수 없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도전을 했습니다. 3번의 탈락이 어떻게든 나를 돋보이려 노력했던 과정들이었다면 마지막 도전에서는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철저하게 모든 것을 숨기고 오로지 글 3편에만 집중했습니다. 당일 오전에 신청하고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진심으로 축하....."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브런치는 글쓰기 공간이 아니고 책 쓰기 공간임을. 과거에 얼마나 화려 했나를 묻는 게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곳이란 걸 알았습니다. 글 쓰는 실력보다는 책을 만들어내는 기획력(?)을 더 요구하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책을 써야 하는데 준비된 글 몇 편을 올리고 나니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내 주제에 무슨 책이냐는 생각으로 불과 한 달만에 항복 선언을 하고 도망을 갔습니다. 그 후 반년의 시간이 지났고 브런치는 점점 제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꾸준히 글을 올리시는 관심작가님들의 알림은 계속되었고 제 글에도 가뭄에 콩 나듯 반응이 있었습니다. 그때 읽은 댓글 중 하나가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진심이 가득 담긴 댓글. 그토록 원하던 댓글을 본 순간 처음 작가 선정되었던 날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제 작가 소개 글에도 있듯 단 한 분만이라도 제 글을 읽어줄 분이 계시면 그분을 위해 글을 쓰겠다는 그 다짐을 지키지 못하는 제가 많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일주일에 한 편 정도씩 써서 올해 내로 50편의 글을 쓰겠다는 포부를 잊은 제 자신이 한심하게 생각되었습니다.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서랍 속에 제목으로만 존재하던 글들을 꺼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이 어떻게 되든 문장이 엉망이든 상관하지 않고 손가락이 움직이는대로 글을 썼습니다. 일단은 목표량을 채우는 것에만 중점을 두자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50편의 글을 쓴 지금에서야 뭔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유명 작가님들이 왜 꾸준히 쓰라고 강조를 하시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50편의 글을 쓰면서 깨달았습니다. 제 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해가 바뀌고 새해에 접어들면 그런 부분들을 보완해가며 새로운 도전을 할 생각입니다. 지난 50편의 글이, 기억을 더듬어 만들어낸 한낱 '기록'에 불과한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그걸 뼈대로 해서 제대로 된 '글'을 만드는 작업에 돌입할 생각입니다. 물론 기존에 하던 작업인 '기록'도 이어서 계속할 겁니다.


더불어, 다가오는 2022년에는 제가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기 위해 지난 수년간 사 모은 책들을 읽고 리뷰도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아마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책들을 다룰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글들을 읽으며 글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하려고 합니다.


그다음으로는 6개월 정도의 계획을 잡고 브런치 북 발간에 제가 가진 능력을 다 쓸 생각입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머릿속에서 구상을 하고 뼈대만 갖춰놓은 상태인데 기획자의 입장이 되어 거기에 맞는 글을 배치하고 순서를 잡아갈 예정입니다. 그 과정이 탄력을 받고 제대로 진행이 된다는 전제하에 여름쯤 브런치 북을 발간하고 내년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에 도전할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참가에 의의를 둔다',  '저 같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와 같은 마음에 없는 소리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목표를 정했으니 철저하게 연구하고 분석해서 성과를 내도록 해야죠. 그게 제 글을 읽어주는 많은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글 한 편을 쓰는 동안에는 제가 가진 모두를 다 쓰려고 합니다만 그건 각각의 글에 대한 에너지 사용일 뿐, 전체적으로는 제가 가진 능력을 100% 다 발휘하진 않았습니다. 아직은 제대로 써야 할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언젠가 그 기회가 오면 그때 가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쏟아부으려 합니다. 후회 없이 영혼까지 탈탈 털어서 말입니다.



대학 다닐 때 운동을 좋아하던 후배가 있었습니다. 그 후배가 몸치인 제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형, 근육이란 건 말이에요. 정말 힘들어서 들지 못할 것 같을 때 한 번 더 들고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것 같을 때 한 번 더 움직일 때 만들어져요. 힘들다고 주저앉고 포기하면 늘 그 수준에서 못 벗어납니다."


저는 그 말이 글쓰기에도 적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감이 없어서 쓰지 않고 피곤해서 쓰지 않고 쓸 시간이 없어서 쓰지 않고. 그러면 언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전업 작가가 아닌 이상 하루에 2시간 이상 글을 쓸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이 과연 몇 분이나 계실까요? 제 짧은 소견으로는 그런 분들은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주어져도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글 안 씁니다.


제 글을 구독하시는 분은 대부분이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는 분들입니다. 라이킷이나 댓글이 달리지 않는 이상 그분들이 제 글을 읽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한순간의 호기심으로 제 글을 구독하시는지는 제가 알 수 없습니다만 저는 믿고 싶습니다.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아도 그분들이 조용히 제 글을 읽어주고 계실 거라고. 그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지치지 않고 멈추지 않을 겁니다.


올 한 해 많은 분들에게 큰 신세를 졌습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찾아오는 슬럼프와 매너리즘도 그분들을 통해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너무 고마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은 글로 보답하겠다는 약속드리며 올해 마지막 글을 마칩니다. 일일이 인사를 드리지는 못하지만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드라마 <스토브 리그>에서 강두기 선수가 했던 대사를 패러디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브런치~~~!!!!! 내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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