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 살면서 의지할 수 있는 게 많으면 좋으니까 믿고 싶으면 믿는 걸로. 거기에 남의 생각이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지나쳐서 폐 끼치지만 않으면 된다. 믿음을 강요하거나 너의 생각은 잘못됐다는 참견은 노노.
따라서 귀신이나 미신도 의심쩍은데 이상하게 누군가가 의도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 같은 때는 있다.
징크스 말이다. 아침에 지각하거나 조금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계획했던 일이 무너지거나 연이어서 나쁜 일이 생길 때면
'아 이거 왜 이러지?'
'또 시작이다. 다음엔 무사히 지나가라. 제발!'
간절히 빌게 된다. 더 이상 꼬이지 않게 해 달라고. 오늘의 평화를 지켜달라고. 없는 신에게 기도든 절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시험 준비 때도 이런 일이 있었다. 동생 셤 기간이었는데
"나 공부 안 해! 잘 거임!"하고 눕자마자 모기가 나타났다.
진짜 거짓말처럼. 우리 방은 매일 쓸고 닦아서 그간 벌레도 출몰한 적 없었는데. 불 끄자마자 모기가 미친 듯이 달려들어서 결국 동생은 늦게까지 공부하고 잤다. 난 옆에서 엄청 비웃었다. 너 벌 받은 거라고.
그리고 내가 시험 볼 날짜가 다가왔다. 내겐 무슨 일이 생겼냐고?
족저근막염이 생겼다. 진짜로.
전에 왼발에 생겨서 한참 병원 다녔었는데(이건 회사 때문에 생긴 것) 완치돼서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반대쪽 발에 생겼다. 난 아파서 병원 가면 병명이 생겨서(확진받고 집에 온다ㅠ) 함부로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무섭거든.
주변 사람들도 "나한테 맨날 아프데, 꾀병 아님?" 했다가 진짜 아픈 걸 알고 내게 사과했다. 사람이 어떻게 자꾸 아픈가 싶었다며. 웬만한 사람들은 그렇게 안 아파.
응. 난 웬만한 사람이 아닌가 봐. 그냥 지나갈 일이 내 몸뚱이에는 큰일로 다가오는 거지. 병명으로. 땅땅!
결국 어디 못 가고 방콕 한 채로 열심히 공부했다.
뭐 이래. 차라리 모기를 보내줘! 내가 놀러 다녀서 공부 못할까 봐 걱정됐으면 다른 식으로 해줘. 독하게 날 집에 잡아뒀다. 게다가 동생은 옆에 착 붙어서 날 감시했다.
"약속했지? 오늘치 다 했어? 안 돼. 하고 자."
하루치를 달성하고 나면 보상으로 맛난 음식이나 간식을 만들어줬다. 슬프지만 맛은 있더라. 동생 요리 스킬이 늘어서 정신 차려보면 접시가 비어 있더라.
나와 동생을 걱정한 누군가에게 말합니다.
게으른 우리를 신경 써줘서 고맙습니다만
이렇게 걱정해줄 거면(괴롭힐 거면) 돈을 보내주세요.
누구보다 성실히 할 자신 있습니다.(용돈으로 여기고 이 한 몸 갈아서 공부할 수 있어요)
이건 동생이랑 내가 한 약속인데 이런 개입은 반칙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