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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독관리사무소장 Aug 03.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 찾기

<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2)

2017.04.28 FRI D+2 (비 온 후 갬)
Today : 16.8 @Lance Creek

Total : 24.2 16.8 Lance Creek

지난 밤 애드빌PM을 먹고 자서인지 아주 푹 잘 자고 일어났다. 몸 컨디션도 나쁘지않다. 오늘은 화창한 날씨로 걷나했더니 길에 나서지 얼마되지않아 빗발을 하기 시작했다. 빗발인지 아니면 안개로 인한 것인지. 비가 많다는 AT를 하는 동안 과연 얼만큼의 비를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


이틀째 걸으며 판단하기에는 조금 이를 수 있으나 AT자체에 대한 생각과 판단을 우리가 알게 모르게 자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남편의 경우, PCT, CDT라는 같은 비교대상을 직접 경험해봤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난 정확한 비교대상이 없어 이 길이 다른 트레일과 무슨 점에서 어떻게 다른지 알 수는 없지만, AT는 확실히 우리나라 산과 비슷하다. 나무로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며 계속해서 오르막내리막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푸르른 색이 닮았다. 아직 엄청난 환호를 터트릴만한 풍경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 나름의 소소한 재미가 있기도 하다.  앞으로 걸으며 더욱 AT의 모습에 대해 느끼고 알게 되겠지.

그 중 하나 재미난 것은 길표식에 관련된 것이다. PCT나 CDT는 트레일 마크를 이용해서 해왔던 반면, 이곳은 나무에 별도의 표시를 해두었다. White Blaze라고 불리는 흰색은 공식 루트, 하늘색은 사이드트레일을 표현한다. 나무의 페인트칠은 무심한듯 시크하게 페인트붓 터치 한번으로 되어있지만, 길을 걷는 하이커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존재이다. 행여나 길을 잃을까 살짝 애매한 곳이면 어디든 나타나는 흰 색 표시.


우리네의 인생에도 이런 안내표시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길을 잃지않고 갈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표지판. 하지만 이내 정해진 대로 사는 것을 싫어하고 심지어 너무 안정적이고 모험이 없지않느냐며 싫어하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또한 이런 표지판이 있다면 모두가 같은 길로 가고, 조금 남다른 길로가서 특출난 모습을 보인 인물들도 없겠다싶어 아쉬울 것 같다.
그 대신 공식트레일을 나타내는 흰색과 사이드트레일인 하늘색 모두를 인정하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사실 흰색이나 하늘색이나 어느하나 틀린 것은없다. 대신 여기로 가면 빨리가는 곳, 이곳은 잠시 딴눈 파는 곳으로 모두 옳은 길일테다. 잠시 돌아가느냐 마느냐의 차이이지. 우리삶에는 이런 색 구분보다는 그 어떤 것도, 즉 방황이든 직진이든 간에 모두를 옳다고 하는 문화자체가 필요한 것이겠구나라고 느끼게 되었다. 단지 속도나 거리의 차이일뿐일테니.


facebook : @seeyouonthetrail
instagram : @stella_sky_n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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