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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독관리사무소장 Aug 09.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속도는?

<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3)


2017.04.29 SAT D+3 (흐림)
Today :  14.1 @Hogpen gap
Total : 38.3


AT를 시작한지 3일차가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낀 숲을 산행하였다. 어제보다 한시간 일찍 걷기 시작하였는데 주말아침이라 그런지 제법 사람들이 산에 많이 보였다.

지난밤 잤던 곳에서부터 약 5마일 떨어진 곳에 Blood mountain이 오늘 우리의 첫 목적지이었다. 이 산의 높이는 4,457feets에 불과하지만 조지아주 구간의 AT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라고하였다. 왠지 모를 부담을 주는 듯한 이름과 조지아구간 중 제일 높은 산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꽤 힘들지않을까하고 조금 겁을 먹었으나 생각보다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다.

땀을 흘리며 정상에 올랐지만 발밑으로 빽빽하게 구름이 형성되어 있어서 풍경을 잘 보지는 못하여 아쉬웠다. 하지만 비록 3일뿐 이지만 지금껏 걸었던 AT 중에서 가장 높은 구간이라는 것 때문인지 무언가 큰 것을 해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올라갔던 길이 꾸준하게 오르는 흙길이었던 것과 다르게 반대쪽으로 향하자 큰 돌로 이뤄진 제법 험준한 길이 나왔다. 그래서 약간은 발바닥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기도 했다.

나의 피지컬적인 약점 중 하나는 발바닥과 발목이라 할수 있는데 이 모두 이전 직장에서 일하며 얻게된 것이기도하다. 특히 나의 직장은 보통사람들이 쉬는 연휴 때 더 바쁜 케이스였는데, 추석연휴가 지나고나서 족저근막염같은 통증을 호소, 근 1-2주를 고생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하이킹을 하며 이것은 계속 걱정되는 것이자 주의해야할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Blood mountain을 내려오니 Neel gap에서 재미난 가게를 발견하였다. Mountain Crossings라는 가게로 바로 도로 및 트레일에 맞닿아있는 곳인데 그 속에는 AT와 관련된 각종 기념품은 물론 하이커들에게 필요한 식량,장비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숙소도 운영하여 숙박이나 샤워 등도 할수 있었다. 전체적인 가게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이런곳에서 일한다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하였다.

오늘은 계속해서 업힐과 다운힐이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유독 속도가 나지않은 듯했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우리가 걷는 속도는 조금 더딘듯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오늘만해도 우리가 앞지른 하이커들이 여럿이었다. 결코 느린것 만은 아니었다.

하이킹은 누구와의 경쟁은 아니기에 속도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다. 또한 남들과의 비교 속에서 살아오던 삶과는 다르게 나의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왜 나는 또 이렇게 내 스스로를 '속도'라는 틀 속에 가두고 '타인과의 비교'속에 나를 몰아 넣는 것일까. 나만의 길을, 나만의 속도로 가면 되는 것일텐데.

그나저나 오늘은 비가 안와 레인커버를 안사용했다고 좋아했는데 텐트 속에서 일기를 쓰는 지금 비가 쏟아진다. 천둥번개도 함께. 동부의 날씨는 정말 변덕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 "양보"작가 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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