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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독관리사무소장 Sep 01.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새 뒤척임 그리고 첫 마을

<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5)

2017.05.01 MON D+5 (폭우)
Today: 13 @Dicks creek Gap + hiawassee

Total : 69.3

밤새 잠을 잘 자지못했다. 잠이 들 무렵, 오빠가 벌떡 일어나 두리번 거리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밖에 쥐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곳저곳 살피다가 눕고 또 일어나서 찾기를 반복. 저녁으로 먹었던 라면 봉지 하나를 밖에 내두긴했지만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다. 잠결의 소동인지라 이내 곧 다시 잠에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오빠가 펀치를 하듯이 텐트천장을 쳐내는 소리에 번쩍 눈이 떠졌다. 쥐가 이쪽으로 올라간 것 같다고.

그렇게 쥐와 실랑이를 하다가 잠에 다시 들었는데, 꿈에서 계속 악몽처럼 쥐가 등장하였다. 내가 누워있던 텐트에서, 나와 오빠가 누워있는 자세 그대로 계속 쥐가 등장하는 꿈이라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우리가 텐트쳤던 장소의 이름이 cheese factory site였는데 쥐가 많이 등장해서 그렇게 이름지어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새벽부터는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람도 무지막지하게 부는데다가 굵은 빗줄기가 텐트를 사정없이 공격하였다. 결국 자다가 깨고 자다가 깨고.
아침까지 그 비가 이어졌다. 텐트를 걷고 출발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할 정도였다. 그래도 우리는 오늘 마을을 가는 날이었기에 그나마 힘을 내서 움직여보기로 하였다.


본격적으로 하이킹을 시작하였는데 때로는 비바람이, 때론 우박이, 때론 폭우가 쏟아졌다. 이미 온몸이 젖은 상황이었지만 어느 곳에 앉아서 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게다가 잠시 멈춰서 쉬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체온이 뺏겨 몸에 한기가 돌았다. 마을에 간다는 생각에 힘을 쥐어짜내기도 했지만, 이런 기상환경때문에 적게쉬고 많이 걷는 차라리 나은 상황이 되었다.

걷다보니 서서히 날씨가 개기 시작하였다. 혹여 온몸이 젖어있으면 히치하이킹할때 민폐가 되지않을까 싶었는데 서서히 몸과 짐이 마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dicks creek gap에 도착하여 히치를 위해 노력하였다.

CDT이후 히치하이킹이니 이게 얼마만의 히치인지. 얼마 지나지않아 한대의 차가 주차장에 왔다가 다시 나가는데 우리가 그쪽방향을 보고 손을 흔들자,

"hiawassee가니? 지저분하지만 타"

라고 우리를 태워주었다. Don이라는 아저씨의 차에는 다양한 하이킹장비들은 물론 AT 가이드북도 있었다. 숙소까지 우리를 데려다준것도 고마운데 보급을 위해 장보러가야하는거면 태워주겠다고 친절을 베풀어주었다.

Hiawassee는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호수와 푸르른 산들이 전원적인 느낌이었다. 게다가 마을 전체적으로 한적한 느낌이었는데 조금더 살펴보니 왠지 은퇴한 노인들이 호수가에서 여유를 즐기며 거주하는 실버타운같은 느낌이도 했다. 점심무렵까지 그렇게 비가 쏟아지더니만 언제그랬냐는듯이 맑게 개인 하늘덕분에 hiawassee가 더욱 아름답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이곳  hiawassee는 연거푸 하늘을 올려다보게만들고 조지아주의 처음이자 마지막 하이커타운을 좋게 기억하게 만들어주었던 그런 곳이라는 것은 분명하니.

Facebook : @seeyouonthetrail
Instagram : @stella_sky_asi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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