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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독관리사무소장 Sep 05.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녕, 조지아!

<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6)

2017.05.02 TUE (맑음)
Today : 9 @Bly gap

Total : 78.3 

침대에서 아주 푹 잠을 자고 일어났다. 불과 며칠밖에 텐트생활을 한 것인데 침대가 이토록 안락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사람의 생각이란 참으로 단순하다. 늘 그렇듯 온몸을 스트레칭하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아직 곤히 자고 있는 것 같았던 오빠는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다. 좀더 자라고 하였지만 젖은 짐들을 말려야 한다고 했다. 아차 우리 짐들을 꿉꿉함속에서 구조해야하지!

우리가 묵었던 Budget Inn. 조금은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나름 합리적 가격이라 하이커들이 많이 머무는 듯 했다.

무슨 피난민이 된 것 마냥 짐들을 짊어지고 호텔 마당으로 이동하였다. 우리 방은 건물 뒷편에 위치해서 햇빛도 잘 들지않고 습기가 잘 차는 방인듯 했다. 게다가 어제 우리가 들고 온 짐들은 모두 비에 홀딱 젖어있어 건조를 위해 밤새 걸어두어도 여전히 눅눅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오빠의 침낭과 우리의 배낭. 마치 yard sale을 하듯이 우리의 짐들을 호텔마당에 늘어놓고 말렸다. 구름한점 없이 맑은 날씨에 우리 짐들은 금새 보송보송해졌다.

흔쾌히 우리를 태워준 Dave 와 Robin의 차


이제 마을을 떠나 다시 산으로 가야할 시간이었다. 히치하이킹을 얼마만에 성공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우리의 뒷쪽에서 클락션을 울리며 타라는 신호를 해주었다. 짐을 싣기위해 트렁크를 여는데 AT관련 스티커가 여러개 붙어있는 것이 예사롭지않았다. 우리를 태워준 Dave와 robin은 Hiwassee에 살면서 수시로 근처 산을 하이킹다닌다고 하였다. 우리를 태워주는 내내 긍정적으로 우리에게 응원을 해주고 내리고 난뒤 명함을 주며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말을 남겨주었다. 특히 robin이 나에게 볼을 마주하는 인사를 하며 조심하라고 인사를 해주었다. 처음 본 사람인데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아주머니가 배웅을 해준 것처럼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그렇게 비가 퍼붓던 어제의 날씨와 다르게 오늘은 아주 맑았다. 푸르른 하늘에 햇살이 비추자 나무들의 녹색은 더욱더 푸르게 빛이 났다. 날씨가 좋으니 하이킹을 더욱 신나게 하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마을에 다녀온 날이므로 조그만 걸을까하다가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경계를 지나 텐트를 치기로 하였다.

78.2마일 지점에 다다르자 한 나무에 NCGA라는 푯말이 붙어있었다. 첫 장거리트레일에 첫 구간이 끝난다는 것 때문이었을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길지만, 아직 14개의 주 중에서 겨우 하나의 주를 끝낸 것이지만, 그 길 위에서 더욱 행복해지길 소원하며 새로운 노스캐롤라이나 구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 조지아, 안녕 노스캐롤라이나!


그럼에도불구하고 X 캘리그라피 작가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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