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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독관리사무소장 Sep 08.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이다 참

<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7)

2017.05.03 WED (맑음)
Total : 97.3 @Betty Creek gap
Today : 19

아침에 일어났는데 햇살이 무척이나 상쾌하였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맑은 날씨가 예상되니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였다.
처음 AT를 시작할때 아침식사로 나는 오트밀을, 오빠는 간단히 미니초코바 하나를 먹거나 아침을 패쓰하였다. 나는 원래 아침을 먹어야 하루를 시작하는 스타일이고 오빠는 아침을 자주 걸렀던 것이 습관으로 베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걸으며 아몬드, 초코렛, 과자 등의 간단한 행동식을 먹었었다. 하지만 뭔가 input보다 output이 많은 것 같아 이번에는 아침과 점심용으로 빵을 챙겨보았다. 베이글에 내 사랑 피넛버터를 발라 오빠와 함께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초반에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전반적으로 길 난이도가 괜찮은 편이었다. 꽤나 높았던 Standing Indian Mountain도 스위치백으로 올라가는 것이라 높이를 보고 미리 겁먹었던 것이 괜한 짓이 되었다. 게다가 조지아구간에 비해 노스캐롤라이나의 산들이 비교적 큼직큼직하게 느껴졌다. 조지아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자잘하게, 쉼없이 반복되었는데 노스캐롤라이나는 오르막이 제법 이어지다가 내리막도 제법이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하루걸어봐서 속단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트레일시작부분에 놓아 둔 트레일매직. 소소하지만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또 한가지 요소.
걷느라 피곤해진 다리를 시원한 시냇물에 담가본다. 이내 발이 시려울 정도라 담갔다가 금방 뺏다가를 반복하지만, 이런 여유를 내가 언제 누려봤을까 싶다.


날씨가 좋아 더욱 신이 났다.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별것아닌데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고민과 걱정거리는 있는지라 지금의 나도 나름의 고민과 걱정거리가 있지마는, 현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또래에 비해서 나는 참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싶었다. 별것도 아닌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잠자고 일어나서 끼니때마다 밥먹고, 공기좋고 물좋은 곳에서 사색하며 음악들으며 좋은 풍경보며 걷고, 사랑하는 남편과 같은 시간들을 공유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하게 느껴졌다. 항상 내 삶의 모토는 '행복한 삶을 살자'였는데 그러고보면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제대로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다행이다 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X 캘리그라피 작가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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