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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독관리사무소장 Sep 13.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마일을 넘다

<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8)

2017.05.04 THU (흐리다가 폭우)
Total : 117.7  @wine spreing rd Campsite
Today : 20.4

어젯밤, 앞으로의 일정을 다시금 조정하며 대략 하루에 가야할 목표거리를 수정하였다. 원래는 2-3일 뒤에 마을에 갈 생각이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조정을 해야할 필요가 생겼다. 가정의 달인 5월이 되었고 특히 어버이날이 곧 임박하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걷는 신랑과 나.


우리 두 사람은 1년 째 신혼여행이다. 일반적으로 치루는 결혼식대신, 우리는 그저 휘트니산에서 서로에게 서약을 하였고 한국에 잠시 가서도 혼인신고와 양가부모님께 인사드리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이런 우리를 보고 "대단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사실 조금더 생각해보면 이러한 우리를 이해해주신 양가 부모님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분명 양가 부모님모두 잘 키워내신 아들, 딸을 자랑하고 싶으실텐데 그 기회마저 우리는 (어쩌면 약간의 강요하에) 빼앗아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도 모자라 양가 부모님들은 가까이서 새로이 맞이한 아들, 딸같은 사위와 며느리를 보시고 싶으실텐데 휘리릭 세계여행을 떠나버렸다.

그러다보니 멀리서나마 어버이날에 맞춰 양가부모님께 제대로 연락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산에 있어서 연락이 안되면 그것도 대략 난감하므로.

게다가 곧 19대 대선 개표날이기때문에 그에 맞춰 마을에 들어가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또한 하루에 가야하는 거리도 최저 18마일로 계획하되 갈 수 있는 만큼 많이씩 가자고 정하였다. 그렇게 결정하고 난 뒤의 첫날이었기에, 조금은 더 당차게 걸음을 옮겼다.


100마일, 그러나 험난한 하루
100마일 지점에 남아있던 흔적.


오늘은 드디어 100마일을 넘기는 날이었다. 캠핑을 했던 곳에서 나와 조금더 오르막을 오르니 Albert mountain이 등장하였고 이로써 100마일을 돌파하였다.
"이제 이렇게 21번만 더 하면 되."
라는 오빠의 말처럼 2200마일에 가까운 전체AT에 비하면 100마일은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의미있는 숫자이기도 했다. 나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은 딱 떨어지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니까.

전체적으로 정비가 잘 되어있고 AT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은 길이다보니 100마일표시가 되있을줄 알았지만, 공식적인 표시는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열심히 사진을 남기고 우리의 여정을 다시금 떠났다.

어제까지만해도 날씨가 좋았는데 아침부터 꾸물대기 시작하더니 빗방물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굵은 빗줄기가 떨어졌다. 또 비의 시작이구나.
그렇게 비는 점심무렵부터 하루종일 왔다. 조금 멈추나싶다가 5시부터 더욱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장대비가 되어 쏟아졌다. 힘들었지만 가만히 서있으면 체온이 뺏기기 때문에 멈출 수없었다. 간식도 서서 먹어야했다. 등산을 접한 이후로 최초로 이토록 비를 맞으며 오랜시간 걷고 비때문에 체온이 빼앗겨본것 같다.

기상예보를 보니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한다. 눈이 올수도 있다고 되어 있었다. 심히 걱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 캘리그라피 작가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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