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13)
2017.05.09 TUE (맑음)
Total : 199.3 @Clingmans dome + gatlinburg
Today : 16.4
조용한 산 속에서 알람이 울리니 더 크게만 느껴졌다. 오늘은 마을을 가기위해, 기나긴 거리를 가야하는 날이라 아침일찍 출발하기로 한 날이었다. 혹시나 알람소리를 듣지못할까싶어 30분가량 여유롭게 알람을 맞춰두었다. 하지만 역시나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든 후 5시 반에 다시금 시끄러이 울리는 알람소리에 일어났다. 그리고 오빠를 깨워 대강 초코렛을 하나씩 먹고 나서려는 찰나 빗방울소리가 난다. 새벽에 소나기가 올 수 있다고하더니 귀신같이 맞춰서 온다. 비가와도 일단 가기로 하였으므로 빗방울과 새벽추위에 맞서 서둘러 정리를 하고 출발을 하였다. 6시 10분, 가장 빠른 시간에 출발이었다.
무슨 트레일러닝을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참으로 분주하게 걷고 또 걸었다. 거리, 높낮이 등을 고려하여 목표시간을 정해두고 걸으니 좀더 발을 바삐움직이게 되는 느낌이었다. 걷고 쉘터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먹고 또 걷기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점점 클링만스 돔이 가까워져왔다. 누군가 우리를 보고 쟤네는 왜 저리 바쁘게 가냐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바쁘게 가는 데에는 무척이나 중대한 이유일수 있겠으나 사실 별것 없었다.
단지 24마일을 가야 오늘 마을에 갈 수 있다는 것, 내일이 아닌 오늘 가야하는 이유는 현재 한참 19대 대통령선거 개표가 이뤄지고있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클링만스돔에 도착하니 이미 2시였다. 나름 예측한 시간에 도착한 것이지만 마을에 갈 수 있는 newfound gap까지는 7마일을 더 가야했다. 비록 그 길이 주로 내리막길이지만 부담이 되는 거리였다.
우리는 우선 베이글을 먹으며 허기를 달래며 newfound gap으로 갈지, 아니면 이곳 주차장에서 히치를 할지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그러던 찰나 어제 쉘터앞에서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데이하이커친구를 만났다. 아침일찍 떠난 우리도 이제서야 왔는데 이 친구는 어찌 이렇게 금방왔나 의아해했는데 이야기를 들으니 차를 몰고 이곳에 왔고 오늘 캠핑 할 곳으로 갈꺼라고했다. 차를 이곳 주차장에 세워두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하여 물었다.
"진짜 미안한데, 차로 우리를 newfound gap까지 태워줄 수 있어?"
"아 미안해. 너네를 데려다주고나면 내가 돌아가기 가스가 넉넉치않아. 넣는 걸 깜빡했어. "
당연한 대답이었다. 방금 newfound gap을 돌아 클링만스돔까지 왔는데 다시 거기에 데려다줄 수 있냐고 물은 우리가 염치가 없던 것 일수도 있다.
"이곳 사람들은 친절하고 대부분 다 newfound gap이나 gatlinburg로 내려가니까 금방 히치할 수 있을꺼야. 좋은 하이킹 되!"
라며 인사를 하고 떠난 그가 5분 채안되서 돌아왔다. 성큼성큼걸어오더니
"내가 마을까지 태워다줄께. 가자!"
라고 이야기하였다.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어차피 기름은 넣어야하니 우리를 데려다주고 기름을 넣으면 된다고 하였다. 이름이 저스틴인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살고 월마트에 냉동식품을 납품하는 업무를 한다고 했다. 휴가 차 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에 여행을 왔는데 본인이 크리스천이라 타인을 도와야한다는 생각에 우리와 헤어지고 난 뒤 계속 마음이 씌여 돌아왔다고 했다. 덕분에 우리는 손 한번 들지않고 히치를 하여 마을로 올 수 있었다.
사람인연이 참 신기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저러한 종교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은근 신기하기도 하였다. 아는 사람을 돕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을 돕는 것인데!
마을에 내려오니 이미 언론에서는 문재인이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방송이 보도되고 있었다 . 우리는 햄버거를 먹는 것으로 휴식을 시작하였다. 새벽부터 부산히 준비하여 움직였는데 목표했던 마을에 도착하니 이토록 뿌듯할 수 없었다. 아 그리고 다행이 내일은 제로데이므로 푹 쉴수 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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