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16)
2017.05.12 FRI (흐리다 비옴)
Total : 229.6 @Cosby knob shleter
Today: 19.8
새벽에 빗방울이 텐트를 치는 소리에 잠시 잠에서 깼었다. 또 비가 온다. 제발 새벽에만 오고 아침에는 개길 바라며 다시 잠에 들었던 것 같다. 오늘은 7시반 가량에 출발하자고 어제 저녁에 미리이야기 해두었기에 오빠를 7시에 깨웠다. 하지만 피곤한지 "으응" 이라고 대답만하고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않는다. 7시반, 8시에 순차적으로 깨웠지만 여전히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어디 아픈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텐트 밖으로 나오자 안개인지 구름인가가 자욱하게 형성되어있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 흐리거나 소나기 올 확률이 있다고 하였는데 역시나 기상예보가 맞나보다. 미국동부가 우리나라와 비교적 기후가 비슷하다고 들어왔는데 그래서 역시나 비가 잦은 것 같다. 아니, 잦아도 그렇지 요즘은 너무 자주 온다. 그래도 발걸음은 비교적 가벼웠다. 운동화의 깔창이 망가졌던 찰나, 개틀린버그(Gatlinburg)에 갔을때 NOC에 있던 하이커박스에서 주운 깔창 중 하나가 제법 관찮은 것 같았다.
요즘 한국은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대통령의 행보가 늘 이슈인 듯 하다. 아침에 오빠가 일어나길 기다리며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보아하니 온통 문대통령 관련된 이야기였다. '한국에는 이러이러한 일들이 있데.' 라며 인터넷에서 보았던 뉴스에 대해 오빠에게 전하고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그 중에서 고용안정화를 위해 문대통령을 비롯한 회사들의 움직임 그리고 노동자의 이야기, 비정규직관련 이야기를 조금 더 심도있게 나누었다. 그러면서 우리 아빠의 이야기도 하게 되었다.
아빠는 그 누구보다 성실하셨지만 많은 월급, 좋은 처우를 받는 직장인은 아니었다. 또한 우리 아빠가 비정규직인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 회사에서 노조와 관련된 잡음에더 시달리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물론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일 잘하는 사람을 왜 괴롭힐까' 라는 조금의 분노와 '왜 아빠는 당하는 것만 같지?'라는 아쉬움 그리고 '나는 아직 어린 나이니까 그런 일은 몰라도 되' 라며 약간은 모른체 하고 자라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사실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뉴스거리와 관련된 이야기로 시작하였지만 우리 개인의 이야기로 넘어왔다. 우리 부부는 워낙 다양한 주제로 넓고 깊게 이야기를 나누지만, 오늘의 이야기들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 개인적인 부분으로는 예전 같았으면 생각도 못했던 일일찌도 모르겠다. 우리 집의 상황이 전혀 잘못된 이야기도, 부끄러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타인에게 선뜻 이야기하기도 힘든 면이 있었다. 그렇기에 나도 모르게 함구하려던 이야기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나의 성격에서 비롯된 '스스로의 덫'일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에게만이 아니다. 이제는 이 세상에서 나에 대해 제일 잘 안다고 할 수도 있을 나의 남편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여전히 조금은 겁이 나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런 이야기를 오빠에게 하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의 부담이 되지않았다. 지금껏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었던 그를 믿기 때문이었나보다. 그동안 그렇게 말해왔던 그의 모습에서 진심을 느꼈기 때문인가 보다. 내가 이런 심경의 변화를 가지게 해준 오빠에게 고마웠다. 또 이렇게 우리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고마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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