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마지막출근

by 여독관리사무소장




"마지막"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는 기분이 묘해진다. 현 직장이 두번째 직장이라 살아오면서 처음 맞이하는 마지막출근길도 아닌데 괜시리 아침일찍부터 일어나 침대에서 눈을 꿈벅이며 '아, 정말 마지막이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 중.


정지오: 안 자고 웬 전화?
주준영: 콩그레이츄레이션 콩그레이츄레이션 마지막 촬영을 축하합니다.

정지오: 노래 하다 하품하다 헌팅하고 밤 늦게 왔다며? 잠이나 더 자지?
주준영: 지난 7개월 동안 고작 70분짜리 16개 드라마를 찍기 위해 하루 평균 2, 3시간만 자고 체중이 4킬로는 줄어든 선배의 노고가 이제 그 끝이 보이는데 아무리 졸려도 축하를 해야지 정말 축하해 장해 수고했어 오늘도 블랙수트?
정지오: 물론
주준영: 가만 보면 정말 웃겨 왜 첫 촬영날하고 마지막 촬영날 꼭 그렇게 입어? 촬영장에서 불편하지 않아?
정지오: 내가 사랑하는 일에 대한 최소한 의식이며 예의라고 그동안 몇번이나 얘길해야 알아듣냐?
주준영: 별나 난 그냥 드라마가 재밌어서 하지 그게 뭐 그렇게 예의를 갖춰서 할 일인가 싶은데... 당근 쫑파틴 가야지 근데 내가 이렇게 축하전화하니까 좋지? 말해 봐 좋지?
정지오: 끊어 장난치지 말고 나 바뻐
주준영: 말해주고 끊어 좋아?
정지오: 에헤 끊어 (전화 끊고 미소) 자식


애정하는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에서 정지오(현빈)은 마지막 촬영일에 꼭 블랙수트를 입는다했다. 불편할지라도 일에 대한 예의이자 의식이라고 스스로 느끼기에 그렇덴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난 뒤의 무의식흐름때문이었는지, 이상하게 나 역시 새 매장을 시작하거나 한 매장을 정리할 때마다 매번 블랙정장을 입게되었다. 첫단추와 마지막 단추를 잘 끼고자하는 마음이려나.


생각해보면 별일도 아닌데, 블랙정장을 입고 출근. 나홀로의 마음다짐이랄까.



2016년 8월 14일, 공식적인 마지막 출근날이었다.

그간의 추억, 사람들, 웃음과 눈물 등이 떠올랐다. 퇴사하는 날이되면 신나서 룰루 노래를 부르거나 아님 반대로 정말 많은 눈물을 흘릴려나했는데 그렇게 극한감정으로 몰아가지지는 않았다. 실감이 안나서일까.

신나는 마음보다는 아쉬움이 컸다. 과연 나는 어떤 존재로 생각될까에 대해서도 새삼스레 생각하게됬다. 마지막날까지 '사람'에 대해 실망하고 치이면서도 또 감동받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별에는 서투름을 또다시 깨닫게 되었다.


어찌되었든지간에 젊은 날의 나를 많이 성숙하게 만들어준 곳이기에 이제는 그저 고마웟고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하기로 :)


(c)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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