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위로

by 뽀송드림 김은비

바싹 마른 멸치 한 마리가
끓는 물속에서
제 몸을 다 풀어낼 때,
푸른 바다의 기억 한 방울,
삶의 쓴맛 한 방울씩
투명한 국물에 담아낸다.
그렇게 우려낸 뜨거운 육수에
소면 가닥들이 몸을 담그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맛.
세상살이에 모질게 부딪혔던
내 단단한 마음도
그 국물에 스르르 녹아내린다.

국물까지 다 비운 그릇 옆에
뽀얗게 숨 쉬는 둥근 계란을 집어 든다.
껍질을 조심스레 벗겨내고 한입 베어 물면,
퍽퍽한 목 넘김 뒤에 찾아오는
담담한 고소함이 마음에 내려앉는다.
뜨거웠던 국수 한 그릇이 채워주지 못했던,
어딘가 텅 비었던 자리.
그 허전함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그저 말없이 감싸주는
담담한 깨달음이라는 삶은 계란 한 알.

이전 02화스승님의 가을, 코스모스 필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