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8.토
오늘 저녁 7시, 야간대학 중간고사를 앞둔 엄마와 중학교 3학년 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밀려드는 공부의 압박 속에서 나를 위한 작은 일탈이 필요했다. 내일부턴 다시 빡빡한 책상 앞에 앉아야 하겠지만, 딱 오늘 저녁만큼은 잠시 멈추기로 했다.
배달 앱에서 주문한 후라이드 반, 양념 반 치킨과 국물 떡볶이가 도착했다. 현관에서 치킨 봉투를 받아 들고 오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기름진 행복감! 시험 때문에 예민해져 있던 내 얼굴에도, 별일 없는 일상에 시큰둥하던 아들의 얼굴에도 동시에 미소가 번졌다.
"엄마, 떡볶이 국물에 치킨 찍어 먹을 거야." 아들은 능숙하게 제일 좋아하는 닭다리를 집어 들었고, 나는 맥주 대신 시원한 콜라를 따서 들이켰다. 이 순간만큼은 대학생도, 중학생도 아닌, 그저 맛있는 야식을 즐기는 두 사람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라는 주문
오늘 밤의 하이라이트는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였다. 시험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완벽해야 한다'라고 스스로를 몰아세우던 나에게, 영화의 제목은 그 자체로 따뜻한 위로처럼 느껴졌다.
영화 속에서 씩씩하게 자기 삶을 개척해 나가는 소녀 인영과, 완벽주의를 벗어던지는 예술단 감독 설아를 보면서 나는 많은 것을 생각했다. 아들은 그저 "인영이 춤 잘 춘다"며 감탄했지만, 나는 내 상황과 영화를 연결 지어 보았다.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한 공부, 육아와 병행하며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내 안의 압박감.
영화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서툴러도, 넘어져도, 잠시 쉬어가도, 내 삶은 결국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 믿음을 아들과 나란히 앉아 치킨을 뜯으며 확인하는 기분은 묘했다. 아들은 지금 당장 큰 시험을 치르지 않지만, 곧 다가올 중3의 무게를 알기에, 이 영화가 주는 '괜찮아'라는 주문이 아들에게도 간접적인 위로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재충전의 온기
밤 9시가 넘어 영화가 끝났을 때, 우리는 깨끗하게 비운 치킨과 떡볶이 용기를 정리했다. 아들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아들의 빈 그릇을 보며 내 마음도 함께 채워졌음을 느꼈다.
"엄마, 내일모레부터 시험인데 너무 늦게 자지 마." 아들의 무심한 듯 따뜻한 한마디가 오늘의 야식보다 더 큰 위로가 되었다.
나는 이 밤의 기름진 행복과 따뜻한 영화 덕분에 오늘 새벽 다시 펜을 잡을 힘을 얻었다. 늦은 밤, 아들과 함께 나눈 이 짧은 휴식은 시험 기간의 혹독함을 버텨낼 든든한 에너지원이 되었다.
그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오늘 밤처럼, 잠시 멈추고 웃고, 다시 충전하면 되는 것이다. 시험도, 우리의 삶도,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