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하루의 롤러코스터

2025.10.21. 화

by 뽀송드림 김은비

아침 7시, 고요하던 집이 아들의 신음 소리로 깨졌다. "엄마, 못 일어나겠어..." 어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 주짓수가 문제였다. 그 작은 몸에 들이닥친 몸살과 지연성 근육통은, 녀석의 열정을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었다. 아픈 아이를 두고 출근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무거웠지만, 멈출 수 없는 현실이었다.


서둘러 담임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익숙하게 학교 로드스쿨 앱을 열고 결석신고서를 작성했다. "몸살로 인한 결석."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아픈 아이를 혼자 두고 나오는 워킹맘의 복잡한 심정이 담겨 있었다. 아들에게 병원을 다녀오라 당부하고, 나는 우유에 시리얼을 급하게 말아 넣고 집을 나섰다. 엄마에게 아침은 사치가 아닌, 생존을 위한 연료였다.


포장 라인의 열기, 나를 지탱하는 힘

출근 후, 휴게실에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셨다. 이 한 모금이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쉼표'였다. 잠시 후, 나는 뜨거운 포장 라인의 전사로 변신했다. 얼큰한 육개장 포장라인을 끝내고, 바로 구수한 한우국밥 포장라인으로 넘어가는 동안, 내 손은 멈추지 않았다. '육개장', '국밥'을 포장하는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는 지금 가족의 일용할 양식뿐만 아니라, 내 삶을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오후 6시, 퇴근 벨이 울렸다. 노동의 피로가 온몸을 짓눌렀지만, 나는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변신해 학교 강의실로 달려갔다. 시민교육론 수업을 들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되새겼다. 땀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몸으로 지성을 채우는 이 시간, 나는 비로소 온전한 '나'가 되는 기분이었다.


사례관리론과 유자차의 위로

수업이 끝나자마자, 도넛 한 조각과 커피로 잠시나마 당을 보충했다. 그리고 3학년 수업인 사례관리론 시험이 시작되었다. 2학년인 내가 이 수업을 듣는다는 부담감 대신, 나는 포장 라인에서의 집중력을 그대로 옮겨와, 사회사업의 주안점, 사례관리의 개념, 그리고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며 답안지를 채워 나갔다.


마침내 펜을 놓고 시계를 보니, 내가 1등으로 시험장을 나온 것이었다. "느낌이 좋아." 이 기분은 단순히 시험을 잘 봤다는 만족감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완벽하게 살아냈다는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이었다.


문을 나서자, 나를 기다리던 선배님이 보였다. 선배님은 학교 카페 '지. 브라운'에서 따뜻한 유자차를 내미셨다. "수고했어." 그 한마디와 유자차의 온기에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렸다. 감사한 마음에 나도 가방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레드베리 에너지바를 꺼내 선배님께 드렸다. 노동과 학업, 그 치열한 전장에서 나누는 따뜻한 연대였다.


따뜻한 마무리, 그리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유자차의 위로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아들이 저녁을 챙겨달라고 했다. 나는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아픈 아이를 위한 메뉴는 역시 따뜻한 국물이었다. 육개장을 끓이고, 익숙한 미역줄기 반찬을 꺼내 정성껏 밥상을 차렸다.


아들의 몸살로 시작해, 포장 라인과 시험을 거쳐, 다시 가족을 위한 밥상으로 돌아온 하루. 나는 오늘 일터의 워커로, 배움터의 학생으로, 그리고 가정의 엄마로, 단 하나의 역할도 놓치지 않았다. 이 평범하고 치열한 하루가 바로 우리 모두의 뭉클한 삶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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