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공기, 무거운 현실의 굴레와 미래를 향한 희망

2025.10.22. 수

by 뽀송드림 김은비

며칠 동안 나를 괴롭히던 손가락의 고통이 마침내 사라졌다. 퉁퉁 붓고 염증이 나 신경을 곤두세우게 했던 통증이었다. 스승님이 일러준 대로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꼼꼼히 연고를 바른 덕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깨끗하게 씻고, 속을 따뜻하게 데우는 물 한 잔을 마셨다. 통증이 사라진 손가락을 쥐었다 펴보니, 왠지 오늘은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만 같은 작은 희망이 생겼다. 그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가을은 성큼 깊어져 있었다. 옷깃을 파고드는 공기는 확연히 서늘했고, 볕은 따뜻했으나 바람은 이미 겨울의 초입을 알리는 듯했다. 이 서늘함 속에서 나는 오늘도 무거운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현실은 희망을 비웃었다. 오늘은 신제품 라인업을 진행하는 날이었다. 늘 그렇듯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인해 준비 과정부터 복잡하게 꼬였고, 작업은 예정보다 한참 늦어졌다. 정신없이 라인을 따라 몸을 움직이다 고개를 들었을 때, 시간은 이미 오후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내 몸은 천근만근,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모두들 지친 몸을 이끌고 짐을 챙길 무렵, 작업반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 정리 끝났으면 설거지 시작해야지!"라며 잔업을 지시했다.


깊은 한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입사할 때 회사는 분명히 잔업이 없다고 약속했고, 이는 내가 꼼꼼하게 확인했던 계약서에도 명시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 '잔업 없음' 조항이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었다. 평소 학교에 가는 날은 그나마 "학교 가야지"라는 말로 퇴근 시간을 지킬 수 있었지만, 그때마다 느껴지는 동료들의 묵직한 시선은 나 혼자만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죄책감을 주었다. 그리고 학교에 가지 않는 날, 솔직히 나는 잔업 자체가 너무나 싫었다. 집에 가면 밀린 빨래부터 당장 돌려야 했고, 집안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고통보다 더 큰 스트레스는 바로 겨울방학에 대한 걱정이었다. 아직 방학은 오지 않았지만, 나는 그 기간을 이용해 요양보호사 학원에 집중적으로 다닐 계획이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원 일정을 맞출 수 있도록 어떤 일이 있어도 매일 6시 정각에 퇴근해야만 한다.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겨울방학에 이 잔업의 굴레가 이어져 내 계획을 망칠까 봐, 벌써부터 숨이 막히고 불안감이 엄습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텅 빈 공기. 아들은 이미 집에서 저녁을 혼자 챙겨 먹고, 약속된 시간인 오후 7시 40분에 맞춰 주짓수 운동을 하러 나갔을 터였다. 회사 잔업이 나의 귀가를 늦추는 만큼, 아들과 함께 앉아 따뜻한 밥 한 끼를 같이하지 못하는 날이 늘어났다. 야근에 쫓겨 아들의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는 현실은 엄마로서 내 마음 한구석을 늘 짠하고 미안한 감정으로 채웠다.


입맛은 이미 달아난 지 오래였다. 지친 몸에 제대로 된 식사를 차릴 기력은 없었다. 냉장고를 열어봐도 딱히 손이 가는 것도 없었다. 결국 오늘 밤의 선택지는 늘 같았다. 따뜻한 밥에 차가운 물을 말아 대충 후루룩 넘기고, 김치나 짭짤한 장아찌 같은 아무 반찬이나 꺼내 먹는 것. 이 고독하고 소박한 식사만이, 하루의 고단함에 지친 몸을 억지로 밀어 넣어 잠재우는 마지막 의식이었다. 계약 불이행의 잔업 속에서 허덕이면서도, 미래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내 삶. 이 모든 것이 뒤섞인 몽글하고 현실적인 이 일상 속에서, 나는 간절히 바랐다. 겨울방학에는 기필코 6시 퇴근을 쟁취하여 학원에 지각하지 않고, 아들에게 미안하지 않은 삶을 살기를. 수저를 들었지만, 밥알이 모래처럼 목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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