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서 온 카톡 한 통의 무게

2025.10.23. 목. 아침 집안 풍경

by 뽀송드림 김은비

요즘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정신없다' 일 것이다. 며칠 안 남은 공모전 마감이 코앞이고, 며칠 전에는 벼르고 벼르던 어려운 과목 시험을 치렀다. 밤낮없이 매달린 브런치북 기획서는 내 안에 묵혀뒀던 '작가'라는 이름표를 걸어줄 수 있는 유일한 통행권처럼 느껴지고, 시험지에 적어낸 답이 정답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영 자신이 없다. 공장에서 돌아가는 기계 소리처럼 내 하루도 쉴 틈 없이 돌아간다. 나는 그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집안일은 가끔 뒷전이다.


오늘 아침, 결국 아들에게 "미안, 엄마가 저녁에 네가 먹을 밥을 못 했어. 오늘만 사 먹자"라고 통보했다. 밥 할 시간이 도무지 나지 않았다. 아들의 목소리에는 즉각적으로 불만이 묻어났다. "왜 밥을 안 했냐고!" 따지는데, 누가 보면 내가 늘 안 한 것처럼... 나도 사람이기에, 이렇게 정신없고 바쁠 때를 제외하곤 평소에는 꼬박꼬박 밥을 해 먹였다. 이 억울함. 내가 지금 작가라는 꿈과, 당장의 생활 사이에서 얼마나 필사적으로 줄타기를 하는지 알기나 할까.


결국 아들의 짜증 섞인 목소리를 뒤로하고 아침 출근길에 올랐다. 버스정류장에 앉아 차가운 플라스틱 의자에 기대어 버스를 기다리는데, 진동 소리가 울렸다. "엄마 물병 안 씻었지." 아들의 카톡이었다.


순간, 욱하는 감정 대신 허탈함이 밀려왔다. 그 작은 물병 하나 씻을 정신도 없었구나. 물병을 설거지통에 두기라도 하던가. 가방 깊숙이 고스란히 껴놓고 주방에 내놓지도 않고서... 에효. 물병 씻으라는 문자에 대한 짜증보다, 물병을 챙길 최소한의 여유조차 없었다는 현실이 더 날카롭게 다가왔다.


'에효.' 한숨이 터져 나왔다. 내가 뭘 잘못했나?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게 잘못인가? 작가라는 꿈과, 당장의 현실을 모두 잘 해내고 싶어서 뛰어왔는데, 정작 가장 기본적인 내 아들의 물병 하나 때문에 이렇게 초라하게 느껴진다. 버스정류장 의자는 딱딱하고, 내 어깨 위에는 마지막 남은 공모전 마감의 압박, 그리고 밥과 물병이 모두 무겁게 얹혀있다. 오늘도 그렇게,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하루를 시작한다.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이전 05화차가운 공기, 무거운 현실의 굴레와 미래를 향한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