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 토
금요일 늦게까지 이어진 한 시간 연장근무가 결국 화근이었다. 평소보다 몸이 더 축 처지는 느낌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었다. 주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뻐근함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손목과 손가락 마디마디가 욱신거렸고, 온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가라앉는 듯했다. '이 정도면 그냥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우리 산업대학의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도 쉬지 못한 건, 이 특별한 하루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었다. 억지로 침대에서 일어나 씻었고, 거울 앞에 섰다. 피곤에 지친 얼굴에 생기를 불어넣으려고 꽤 공을 들였다. 눈에는 기분 전환용으로 금색 반짝이까지 발랐고, 입술에는 혈색을 살려줄 빨간 립밤을 덧발랐다. 평소와 달리 힘을 준 화장이었다. 그 위에 과 티셔츠를 챙겨 입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체육대회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기운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먼저 와있던 학우들이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이제 왔냐"는 인사는 별것 아니었지만, 그 따뜻함이 피로를 녹이는 것 같았다. 학우들이 챙겨주는 먹거리들을 받아 들었고, 함께 응원석에 앉아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승패에 상관없이 그 활기찬 분위기 자체가 즐거웠다.
이후 교수님과 막걸리 잔을 기울였다. 막걸리의 구수한 맛과 함께 인생의 깊은 이야기가 오갔다. 교수님께서는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특히 학장님께서 해주신 말씀은 마음에 깊이 박혔다. " 출간이나 기고 메일이 오면 혼자 결정하지 말고 꼭 상담하라"라고 하셨다. 노심초사하는 진심 어린 가르침, 삶의 지혜와 학문적 조언을 동시에 얻는 귀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자꾸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목요일에 마스크를 쓰고 계시던 스승님 생각 때문이었다. 오늘 다시 뵈었을 때 많이 아프셨다고 하셨다. '지금도 편찮으시다니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결심했다. 내 몸의 통증과 피로쯤은 이 따뜻한 마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스승님께 드릴 검은콩 넣은 단호박죽을 끓이기로 했다. 노란 단호박의 달콤함과 검은콩의 고소한 영양을 담아, 주일에 꼭 전해드리기로 했다. 힘든 몸으로 하루를 보냈지만, 이 정성 가득한 마음을 먹고 나니 오히려 마음은 가볍고 든든해졌다.
정성 가득 검은콩 단호박죽 레시피
스승님께 드릴 죽을 정성껏 만들 수 있도록 레시피를 정리했다.
조리 순서
단호박 손질:
단호박을 씻어 전자레인지에 3~5분 돌렸다. 껍질을 벗기기 쉽게 하기 위함이다.
반으로 갈라 씨와 속을 파내고, 껍질을 벗겨서 적당한 크기로 썰어 준비했다.
검은콩 삶기:
검은콩을 씻어 3시간 정도 불렸다.
냄비에 물을 붓고 콩이 완전히 푹 무를 때까지 삶았다. (약 30분 이상 소요) 다 삶은 콩은 건져서 준비했다.
단호박 끓여 갈기:
냄비에 손질한 단호박과 물(300~400ml)을 넣고 뚜껑을 덮어 단호박이 무를 때까지 끓였다. (약 10~15분)
다 익으면 불을 끄고 핸드블렌더나 믹서로 곱게 갈았다.
농도 및 콩 넣기:
갈아 놓은 단호박을 다시 약불에 올렸다.
찹쌀가루를 물(100ml)에 풀어 찹쌀물을 만들고, 죽에 천천히 부으면서 주걱으로 계속 저었다. (눌어붙지 않도록 주의했다.)
농도가 걸쭉하게 맞으면, 삶아둔 검은콩을 넣고 함께 끓였다.
간 맞추고 마무리:
소금과 설탕(또는 꿀)으로 간을 맞췄다.
약불에서 1~2분 정도 더 끓여 완성했다.
P.S.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날 위해서 아무것도 해주지 마세요. 기도만 해줘요"라고 하시겠지. 그래도 난 너무 걱정되고 신경 쓰였다. 이것은 순전히 마음이 시키는 일이었으므로, 어쩔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