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6. 목
어제저녁, 퇴근하고 집에 들어섰을 때의 그 놀라움과 기쁨은 아직도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아있다. 늘 무심한 듯 제 방으로 쏙 들어가던 사춘기 아들이 갑자기 거실로 나오더니 "엄마, 밥 차려줘?"가 아닌, "밥 차려줘?" 라며 묻는 그 목소리부터가 이미 예사롭지 않았다.
그렇게 묻더니 척척, 밥솥에서 따끈한 밥을 퍼주고, 냉장고 깊숙이 넣어두었던 알타리김치도 꺼내고, 심지어는 어딘가 숨겨두었던 듯한 탕수육과 소스까지 찾아내 식탁에 올려주더라. 수저와 젓가락까지 가지런히 놓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춘기 이후로, 아니, 이렇게 자발적으로 나를 챙겨준 것은 정말이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놀라움이 가시고 나니 가슴속이 뭉클해졌다. 밥맛이 꿀맛이었던 것은 물론이고, 아들의 그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컸구나',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소소하지만, 내게는 너무나 특별했던 저녁 식사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제의 그 행복한 여운을 안고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늘 그렇듯 믹스커피 한 잔을 진하게 타서, 달콤한 쿠키 두 개와 함께 천천히 마셨다. 이 잠깐의 평화로운 시간이 현장으로 들어가기 전 나를 충전해 주는 소중한 루틴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익숙한 위생복을 걸치고 현장으로 들어섰다. 오늘 오전은 '곱창 개포작업'이 주된 일이었다. 섬세하게 손질하고 재료를 썰어내는 그 과정은 늘 똑같지만, 내가 만들어낸 재료들이 누군가의 식탁에 오를 것을 생각하면 나름의 보람을 느낀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에는 설거지와 청소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고된 노동이었지만, 어제 아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인지 힘든 줄 모르고 시간을 보냈다.
오후 6시, 퇴근과 동시에 곧바로 학교로 향했다. 강의를 듣기 전,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카스타드 하나와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따뜻하고 달콤한 간식은 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강의를 위한 에너지원이다. 두 과목의 강의를 모두 마치고 시계를 보니 밤 10시 반. 하루가 길었지만, 무언가를 배우고 채운다는 만족감에 피로함도 잊었다.
강의실을 나와 동네 초등학교 앞에서 아들을 만났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엄마를 기다려준 아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별것 아닌 오늘의 일과와 아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그 크고 든든한 등 뒤를 바라보며 걸으니, 왠지 모를 안도감과 함께 '참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서프라이즈도 감동이었지만, 오늘 이렇게 말동무가 되어 옆을 지켜주는 아들의 존재 자체가 내겐 가장 큰 힘이고 든든함이다.
집에 와서 간단히 저녁을 챙겨 먹고, 샤워를 마치니 몸과 마음이 노곤해진다.
사랑하는 아들 덕분에 어제도, 오늘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꼈다. 힘든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따뜻한 정을 다시금 일깨워준 고마운 날들이다. 이대로 푹 자고, 내일은 또 어떤 소중한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눈을 감는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 잘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