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8. 토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낸 날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불속에서 꾸물거리다 겨우 일어나 양치를 하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셨다. 습관처럼 손에 쥐는 컵의 온기가 좋았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까,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늘 그렇듯 배고픔을 이기는 건 힘든 일이다.
냉장고 문을 열고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스팸'을 꺼냈다. 지글지글 노릇하게 구워 따끈한 밥에 척 올려 파김치와 함께 먹었다. 역시, 한국인의 밥상에는 스팸과 파김치만 있어도 천하를 얻은 기분이다.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린 후, 왠지 모를 든든함으로 밀린 온라인 강의를 모두 들었다. 집중력이 바닥을 칠 때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끝을 봤다는 사실에 스스로 작은 박수를 쳤다. 그리고 과제 하나를 붙들고 씨름 끝에 제출까지 완료했다.
커피 한 잔의 여유와 뜻밖의 선물
과제를 마치고 나니 머리가 텅 빈 듯한 느낌이었다. 긴장을 풀기 위해 커피 한 잔을 내렸다. 깊고 쌉싸름한 커피 향이 방안에 퍼질 때쯤, 오래된 지인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요즘 어떻게 지내?"
별것 아닌 안부였지만, 왠지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그동안 혼자 삭이려 했던 힘듦이 툭 터져버린 걸까. 근황을 이야기하던 중, 내가 기운이 빠져있다는 것을 눈치채신 듯했다. 선생님은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더니 갑자기 말씀하셨다.
"기운이 없다니 고기라도 사 먹어야지. 내가 10만 원 보낼 테니 맛있는 거 먹고 힘내라."
너무나 갑작스러운 말에 말문이 막혔다. 괜찮다고 사양하려는데, 선생님은 단호하셨다.
"나중에 네가 성공하면 그때 갚아. 성공할 때까지는 부담 갖지 말고, 지금은 그저 밥심으로 버텨."
진심이 담긴 응원에 울컥하다
휴대폰으로 도착한 알림에 실제로 금액이 찍힌 것을 확인했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단순한 10만 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네가 혼자가 아니다', '나는 네 가능성을 믿는다'는 묵직하고 따뜻한 응원의 무게였다. 내 상황을 이해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오직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건네진 진심이었다.
살면서 힘든 순간은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건 결국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특히 선생님처럼 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멀리서도 변함없이 응원해 주는 소중한 인연이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오늘, 나는 물질적인 도움보다 더 값진 정신적인 위로를 받았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이 돈은 '성공 보증금'이다. 훗날 당당하게 웃으며 갚을 수 있도록, 지금은 이 따뜻한 격려를 연료 삼아 다시 한번 힘을 내야겠다. 스팸과 파김치로 든든했던 배가, 이제는 선생님의 응원 덕분에 마음까지 든든해진 밤이다.
잘하고 있어. 반드시 성공해서, 이 고마움을 몇 배로 갚아줄게.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