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필름 한 장을 가만히 꺼내보네
손끝에 스미는 종이의 희미한 떨림 위로 세월이 덧입힌 따뜻한 온기가 포근하네.
빛바랜 노란 전구 아래 켜놓은 듯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당신의 미소는 늘 곁에 있는 작은 햇살처럼 따뜻해.
주변 풍경은 흐릿한 흑백으로 멀어져도 그날 나를 향하던 잔잔한 눈빛만큼은 가장 온화한 세피아 톤으로 선명하지. 세월이 소리 없이 깊어지던 날에도 그 미소는 벽난로의 작은 불씨처럼 남아 나를 향한 고운 미소로만 피어있었지.
필름이 느리게 돌아가는 틱, 틱 소리 속에 당신이 남긴 희미한 문장이 속삭임처럼 들려와. 낡은 앨범 속 가장 환한 날의 속삭임처럼 늘 내 시간을 은은히 비추는 고운 조각이 되어주었지.
수많은 날이 흘러도 빛을 잃지 않는 영원히 마음 깊은 곳에 잔잔히 흐르는 나의 처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