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혀끝을 스치는 비릿한 감각. 익숙하면서도 늘 당혹스러운 철분의 맛이다. 손을 더듬어 입술을 만져보니 축축한 온기가 배어 나왔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또 입술이 터졌구나. 요즘 무리했던 몸이 참다못해 비명을 지른 모양이다.
정신을 차리려 가글을 하고 찬물로 세수를 하며 거울 속의 나를 응시했다. 예민한 입술은 내가 나를 돌보지 않을 때마다 이렇게 선명한 핏자국으로 경고를 보낸다.
평소라면 아무 생각 없이 커피 머신을 켰을 것이다. 빈속을 깎아내는 검은 카페인만이 나를 깨워줄 구원이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주전자를 올리고 노란 유자 청을 듬뿍 펐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달콤 쌉싸름한 향기가 번지자, 귓가에 스승님의 목소리가 쟁쟁하게 울렸다.
“잠도 잘 자고 잘 먹어야 되는 거야. 건강 잃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어머니 같은 따뜻한 시선으로, 내가 스스로를 방치할 때마다 스승님은 늘 그렇게 마음을 써주셨다. 사실 혼자였다면 절대 고치지 못했을 일이다. 나보다 나를 더 아껴주며 올바른 길로 이끌어준 인생의 길잡이 같은 스승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다. 오랜 세월 나를 갉아먹던 나쁜 습관을 버리는 건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내가 무너질 때마다 그 다정한 일침으로 나를 다시 세워주셨다. 나를 해치는 습관이 나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고, 참 오랜 시간 공들여 일러주셨던 그 마음이 이제야 내 하루 속에 자리를 잡는다.
오늘 아침, 커피 대신 향긋한 유자차를 마시는 이 순간은 스승님이 내게 선물하신 ‘건강한 아침’이다.
입맛이 없어 밥 생각은 여전히 없지만, 유자차의 온기가 비릿했던 입안을 씻어내고 속을 부드럽게 감싼다. 텅 빈 위장은 차 한 잔으로 채웠지만, 마음만큼은 당신이 가르쳐주신 ‘나를 사랑하는 법’으로 꽉 차오르는 기분이다.
오늘 제 일과표에는 '휴식'이라는 중요한 일정을 가장 먼저 적어 넣었습니다. 제 건강을 걱정하며 건네신 그 귀한 마음들을 더 이상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요. 느릿하게 걷고, 충분히 숨 쉬는 오늘 하루가 저에게 선물입니다.
조금이라도 밥을 먹고 스트레칭도 자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