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햇살을 머금은 주황빛 응원

배움은 깊어지고, 마음은 달콤해진다.

by 뽀송드림 김은비

첫 실습의 긴장이 채 가시지 않은 2월의 끝자락, 어제의 분주함과는 또 다른 결의 평온함이 집안 가득 내려앉았다. 요양원 복도에서 느꼈던 차가운 소독약 냄새 대신, 오늘은 보글보글 끓는 찌개 냄새와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나의 하루를 채운다. 몸은 집안에 머물고 있지만, 내 마음의 안테나는 여전히 어르신들의 굽은 등과 어제 닦았던 반짝이는 유리알 바닥을 향해 있다.


아들의 끼니와 나의 공부, 일상의 균형을 잡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들의 끼니를 챙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 요양보호사 실습생으로서 어르신들을 정성껏 살폈다면, 오늘은 다시 '엄마'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가족을 위한 정성을 담는다.


"엄마, 어제는 어르신들 밥 챙겨드리더니 오늘은 내 차례네?"


장난스레 웃으며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우는 아들의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났다. 갓 지은 밥을 아들 앞에 내어주고 나도 한술 뜨고 나니, 이제는 나를 위한 공부 시간이 찾아왔다. 책상 앞에 앉아 요양보호사 교재를 펼친다. 어제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웠던 '낙상 주의'와 '식사 케어'의 원칙들이 글자로 살아나 눈에 들어온다. 화면 속 강사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중요한 대목에 밑줄을 긋는다. 어제 실습지에서 어르신의 입안을 확인하던 그 긴장감을 떠올리니, 책 속의 이론들이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매뉴얼'임을 새삼 실감한다.


제주에서 건너온 스승님의 달콤한 선물

늦은 오후, 초인종 소리와 함께 반가운 택배가 도착했다. 어제 스승님께서 보내주겠노라 약속하셨던 제주 감귤이다. 상자를 열자마자 싱그러운 시트러스 향이 거실 안으로 훅 들어왔다. 노랗게 잘 익은 감귤 하나를 까서 입에 넣으니, 톡 터지는 과즙과 함께 기분 좋은 달콤함이 온몸으로 퍼졌다.


"새로운 출발, 축하해요."


어제 받았던 스승님의 메시지가 귤 하나하나에 스며있는 듯했다. 제자의 서툰 첫걸음이 혹여나 고되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보내주신 그 마음이 너무나 따스해, 귤을 씹는 내내 입안이 달고 마음은 뭉클했다. 귤껍질을 까며 문득 어제 실습장에서 마주한 어르신들의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 달콤한 귤처럼, 나의 손길도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절로 마음이 다잡아졌다.


선배가 두고 간 '합격'의 무게와 따뜻한 약속

아들이 운동하러 나간 고요한 시간, 나만을 위한 공부 2차전이 시작됐다. 출출함을 달래려 바나나 한 개를 까먹고 두유 한 잔을 들이켜며 다시 펜을 잡았다. 그때, 반가운 손님이 집 앞을 찾았다. 요번에 사회복지사 1급에 당당히 합격한 선배님이셨다.


선배님은 "공부하는 사람은 잘 먹어야 해"라며 걱정해 주시며 필기도구와 묵직한 수험서 더미를 직접 집 앞까지 들고 오셨다.


"이 책들, 내가 합격 기운 팍팍 넣어서 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도 안 주고 가져온 거야!"


농담 섞인 선배님의 응원에 긴장됐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지나온 길이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나에게는 그 책 한 권 한 권이 귀한 보물지도와 같다. 선배의 합격 기운이 서린 책과 노트 곳곳에 묻은 손때를 보며 다짐해 본다. 나 또한 언젠가 이 배움의 결실을 맺어, 오늘 내가 받은 이 따뜻한 내리사랑을 누군가에게 돌려주겠노라고.


떠나려는 선배님의 뒷모습에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소중한 약속 하나를 덧붙였다.


"언니, 저 실습 잘 마치고 3월 말에 필기시험까지 무사히 치르고 나면 4월에 꼭 제가 맛있는 밥 한 끼 대접할게요. 그때 봬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4월, 당당히 시험을 마치고 선배님과 마주 앉아 웃으며 밥을 먹을 그날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오늘 받은 따스한 응원들을 동력 삼아, 나는 다시 책장 너머 내일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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