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한 새벽녘,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오늘은 주간보호센터로 첫 실습을 나가는 날. 지난주 요양원에서의 첫 경험이 아직 선명한데, 또 다른 환경에서의 시작을 앞두니 잠자리가 못내 뒤척여졌나 보다.
거울 앞에 앉아 얼굴을 살펴보고 표정을 밝게 지어보고, 평소보다 꼼꼼히 설화수 스킨을 두드리고 크림을 펴 바른다. 피부에 닿는 촉촉한 온기만큼이나 내 마음도 유연해지기를 바라며 건조한 입술에는 립밤을 얹는다. 주전자가 끓는 소리와 함께 따스한 율무차 한 잔을 마시니 비로소 긴장으로 굳었던 몸이 노곤하게 풀린다. 입안을 감도는 달콤한 귤의 생기처럼, 오늘 하루도 상큼하게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화사한 옷을 골라 입었다.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누군가의 소중한 하루를 곁에서 지켜드려야 하는 시간이다. 요양원이 조금 더 정적인 돌봄의 공간이었다면, 이곳 주간보호센터는 어르신들의 활기찬 일상이 머무는 곳이기에 또 다른 배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색함에 서툴 수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괜찮다. 아침에 마신 율무차의 온기처럼, 내가 입은 옷의 밝은 색깔처럼, 어르신들에게 다정한 온기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신발 끈을 고쳐 매며 다짐해 본다. 긴장은 문밖에 두고, 대신 따뜻한 미소와 경청하는 마음을 가방에 가득 담아 가겠다고. 자, 이제 첫발을 내디딜 시간이다.
땀방울 뒤에 피어나는 확신: 나의 요양 실습 일기
실습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뭉클했다. 정갈하게 준비된 식사를 어르신들이 편히 드실 수 있도록 곁에서 식사 보조를 해드리고, 식후에는 어르신들이 머무시는 공간인 옷장과 밥상을 정성스레 닦아냈다. 허리를 숙여 바닥을 닦는 손길은 분주했지만, 깨끗해진 공간에서 편히 쉬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니 마음은 오히려 개운해졌다.
프로그램 시간이 되면 나는 어르신들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흥겨운 무용수가 된다. 컵타 프로그램에 참여해 어르신들이 박자를 놓치지 않도록 옆에서 보조해 드리고, 건강증진을 위한 걷기 운동 때는 보폭을 맞춰 함께 걸으며 안전한 길동무가 되어 드렸다. 특히 어르신들 앞에서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율동과 춤을 선보일 때, 박수를 치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그 모습에 아침의 긴장은 눈 녹듯 사라졌다. 곁에서 지켜보시던 현직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정말 잘한다"며 건네주시는 칭찬은 내 가슴을 벅차게 만든다.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배님의 인정은, 내가 이 길을 잘 선택했다는 확신을 주는 가장 값진 보상이다.
물론 실습의 현장이 늘 즐거운 이벤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르신들의 실내화를 정성껏 빨고 센터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일은 손이 많이 가고 고되다. 하지만 깨끗해진 실내화를 보며 느꼈던 그 묘한 뿌듯함은 이 일이 단순히 '노동'이 아닌 누군가에게 '생활의 온기'를 전하는 일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훗날 정식으로 취업하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바쁘고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는 날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칭찬을 밑거름 삼아 지금 이 마음가짐을 지켜간다면, 어떤 어려움도 꿋꿋이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마다 내게 입을 모아 하시는 말씀이 있다.
"몸이 너무 말랐어. 잘 챙겨 먹고 살 좀 찌워야지."
실습생인 나를 당신들의 자식처럼 귀히 여겨 건네주시는 그 투박하고 따뜻한 걱정들이 가슴에 남는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돌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이제는 어르신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나의 건강도 소중히 챙겨보려 한다. 더 든든하게 잘 먹고, 꾸준히 근력 운동도 병행하며 체력을 기를 것이다.
더 단단해진 몸과 마음으로, 선배님들처럼 든든한 전문가가 되어있을 나의 내일을 기대해 본다.